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 (3)

다음은 사회주의평등당(the Socialist Equality Party) 호주지부의 국가서기인  Nick Beams가 2008년 11월과 12월에 걸쳐 호주 여러 도시에서 가졌던 강의를 요약 발췌한 내용이다. 번역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 과 안나 스와르츠 Anna Schwartz 는 그들의 저서에서 미국의 역사는 “대불황(great contraction)”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그릇된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자유시장”에 대한 열렬한 주창자인 프리드먼은 1930년대 대공황이 경제의 실패나 수축에 의해서가 아닌 수축적인(contractionary)(주2) 통화정책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프리드먼의 가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금융위기에 대해 멜론(주1)이 주창한 청산(liquidation)의 반대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란 그린스펀 Alan Greenspan 그리고 이제 벤 버냉키 Ben Bernanke 는 화폐발행(monetisation)으로 돌아섰다. 첫 시도는  1987년 10월 주식시장의 폭락에 대응하여 Fed의 신용 마개를 땄을 때이다. 이후 모든 이어지는 금융위기에서 – 아시아 금융위기,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 닷컴 버블 등 – 같은 정책이 사용되었다. 금리는 내렸고 신용조건은 완화되었다.(주3)

그의 임기 동안 그린스펀은 Fed의 임무는 자산 거품의 형성을 막거나 그것이 나타날 때 물가를 인하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붕괴된 후 깔끔히 치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하나의 거품은 값싼 신용을 기초로 하여 새로이 형성되는 거품으로 대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냉키 역시 그린스펀의 의견을 따르고 있다. “만약 자산가치의 급격한 조정이 발생하면 Fed의 첫 임무는 위기가 지나갈 때까지 비슷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버냉키의 발언이다.

10월 초 미의회는 재무장관 헨리 폴슨 Henry Paulson 에게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 펀드(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 TARP)를 허가했다. TARP의 목적은 은행과 주요 금융기관으로부터 소위 말하는 “악성자산(toxic assets)”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이는 미재무부의 자원을 활용하여 허구의(fictional) 자산 가치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11월 12일 폴슨은 이 계획의 포기를 선언했다. “상황이 악화되고 사실이 바뀌었다.” 폴슨은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만약 정부가 가치 없는 자산에 올바른 가격을 지불한다면 은행들은 엄청난 손해를 입을 것이다. 반면 은행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과다 계상된(inflated) 가치를 지급한다면 7천억 달러는 푼돈밖에 안될 것이다.

이는 다른 마로 폴슨의 마음이 바뀐 것은 위기가 하도 대규모여서 지난 20년간 자산 가치를 부풀렸던 정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TARP는 구제할 가치가 있거나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은행들과 금융기관들을 재자본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즉 통화정책을 사용하여 자본주의 경제 법칙을 모면하고자 하는 시도는 끝을 보았다.

두 개의 근본적인 모순

자본주의 사회는 심연의 모순이 놓여있다 : 즉 생산력(the productive forces)의 물적 발전과 그 발전이 이루어지는 안에서의 사회적 관계(the social relations) 사이에 말이다. 이 모순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는, 자본주의 하의 생산력의 국제적 발전과 부르주아지의 정치적 권력이 기반을 둔 국민국가 시스템 간의 모순이다. 둘째는, 생산력의 성장과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와 임금노동 시스템을 통한 노동계급의 착취에 기반한 자본주의 생산의 사회적 관계간의 모순이다. 이 모순은 이윤율 저하 경향(the tendency of the rate of profit to fall)(주4)과 이에 의한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이윤율 저하 경향은 노동이 잉여가치, 즉 이윤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노동력에 대한 지출은 자본가가 지출하는 자본의 일부분만을 구성한다. 이는 총자본이 같은 비율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노동이 잉여가치의 증분을 계속 생산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현재의 위기에 비교해보자. 위기의 기원은 전후 호황의 마지막 시기인 1970년대 시작된 자본주의 위기에서 비롯된다. 전후 호황의 종말로 브레튼우즈가 붕괴하고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의 이윤율이 급속히 떨어졌다.

브레튼우즈 협약은 전후 경제 질서의 이정표 중 하나였다. 이 협약은 미 달러의 가치를 금 온스 당 35달러에 고정시켰다. 그 결과로 무역과 투자가 증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확대는 브레튼우즈의 모순을 노출시켰다. 지구적 경제 확장과 국민국가에 기반을 둔 화폐 시스템 사이의 모순.(주5) 한 동안은 미국의 압도적인 경제우위로 말미암아 금에 기반 하여 세계 화폐로써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달러의 이러한 모순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위기가 고조되어 세계시장에 돌아다니는 달러가 포트녹스 Fort Knox(주6) 에 있는 금의 양을 훨씬 초과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미국 바깥을 벗어나 순환하는 화폐는 새로운 금융 네트워크, 이른바 유로-달러 시장의 기반을 제공한다. 은행들은 국가범위의 규제당국의 손아귀를 벗어난 곳에서의 달러 보급지를 발견하였다. 1960년대에 걸쳐 케네디, 존슨, 닉슨 행정부는 영국 당국과 함께 화폐의 국제적 운동을 규제하고 브레튼우즈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노력은 유로-달러 시장의 작동으로 인해 좌절된다. 결국 닉슨 행정부는 1971년 8월 15일 금태환을 정지함으로써 사태를 해결해버린다.

브레튼우즈는 그것으로 인해 촉진된 세계경제와 투자의 확대가 – 자본의 국제적 확대 – 국가 차원의 규제 시스템 안으로 품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인해 좌초하였다. 세계경제와 국민국가 시스템 사이의 모순이 그 사실을 재확인했다.

두 번째 모순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알아보자.

[원문보기]


(주1) 대공황 당시의 재무장관으로 각종 자산을 청산하여 긴축재정을 펼칠 것을 주장함 : 역자 주

(주2) 앞에 “대불황”이라고 해석해놓은 단어와 여기에서 “수축적인”이라고 해석해놓은 단어가 똑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음을 유의하라 : 역자 주

(주3) 물론 아시아 금융위기 사태 당시 해당국가에 대해서는 고금리와 긴축정책이 강요되었다. : 역자 주

(주4) 사실 이 이윤율 저하 경향 (‘법칙’을 뒤에 달기도 한다)이 마르크스주의의 매력 포인트이자 약점이다. 즉 마르크스주의는 이윤율이 저하됨에 따라 결국 자본주의가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귀결되는 아름다운 구조를 띠고 있는데 그 이윤율 저하를 역사적으로 반드시 떨어졌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검증하는 것은 이런 저러한 이유로 매우 어렵다. 그런 이유로 한 발 물러서서 ‘경향(tendency)’이라고만 한다. 그래놓고는 또 ‘법칙(law)’이라니 참 우스운 꼴이다. 여하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풀어야 할 큰 숙제 하나가 바로 이 경향과 자본주의 미래와의 상관관계일 것이다. : 역자 주

(주5) 뒤에도 설명이 나오지만 결국 브레튼우즈는 국민국가에 기반을 둔 미 달러가 세계화폐의 역할을 금 대신 떠안는다는 점에서 모순이다. 왜냐하면 미 달러가 세계화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달러는 자국의 경제활동보다 더 많은 화폐를 찍어내야 하므로 화폐가치가 떨어지게 될 터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통화증발을 억제한다면 세계화폐로써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역자 주

(주6) 미국 정부가 지불준비를 위해 금을 보관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곳. 음모론자들은 여기에 금은 한 개도 없다고 주장한다. : 역자 주

4 thoughts on “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 (3)

  1. 이세벤

    ‘이윤률 저하 경향 (법칙)’은 ‘노동가치론’과 더불어 마르크스의 가장 ‘약한 고리’가 아닐런지요. foog님 말씀대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무조건 ‘마르크스는 무오류다!’라고 외치고 다닐게 아니라, 마르크스에게서 뺄 것은 빼고, 덧붙일 것은 덧붙이면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음, 전 지금도 이 분이 마르크스처럼 말씀하신다고 생각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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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eagle2

    말씀대로 이윤율 저하 경향은 맑스(주의)의 매력이자 포인트이자 약점같네요. 만사가 그렇긴 하지만 연구자들마다 해석이 다르고 증명은 쉽지 않은 것 같으니…

    가령 김수행 교수는 “법칙”과 그 뒤를 잇는 “상쇄요인”을 더불어 살펴 본 결과 맑스는 법칙이 현실적으로 실현된다고 주장한 건 아니라고 하고, 정성진 교수 같은 이는 현실적으로 나타난다고 하고, 하일브로너 같은 경우는 경향은 나타나지만 그건 맑스가 말한 이유 때문으로만 그런 건 아니라고 하고…

    다만 맑스는 경제적 모순의 심화와 계급투쟁이 함께 할 때 자본주의가 붕괴한다고 했지 경제적 모순만으로 자동붕괴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생각합니다. “영구적 공황은 없다”고 단언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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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자본주의 붕괴가 참여자들의 계급갈등이라는 능동적 행위를 수반함은 당연하겠지요. 물론 순수한(?) 자본주의 붕괴론도 있는 것 같지만… 여하튼 제 각주는 그러한 정황을 모두 담을 수 없어서 간단히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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