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것일까?

석유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일단 ‘대체재’의 뜻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체재 [代替財]
[명사]<경제> 서로 대신 쓸 수 있는 관계에 있는 두 가지의 재화. 쌀과 밀가루, 만년필과 연필, 버터와 마가린 따위이다.

무엇이 대체재인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석유 값 이야기하다가 왜 난데없이 ‘대체재’의 뜻을 알아보자고 했냐면 옥수수가 기름의 대체재라는 재밌는 사실을 알려드리기 위해서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옥수수로 에탄올 연료를 만들 수 있고 석유 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옥수수 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고 한다.

일단 왜 석유 값이 뛸까? 많은 이들은 정치지리학적 요인으로부터 원인을 찾고자 할 것이다.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악화랄지 터키의 이라크 북부 지역 공격 가능성이랄지 하는 부분 말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도 있겠지만 최근 달러 약세에서 원인을 찾는 이도 있다. 즉 석유 결제 통화인 달러가 계속 약세니 산유국 입장에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값을 올린다는 해석이다. 그럴듯한 해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석유와 옥수수뿐만 아니라 동, 납, 콩, 면화, 보리 등 여러 관련 없어 보이는 원자재 가격도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또 재밌는 해석이 있다. 옥수수 값이 뛰니까 너도나도 옥수수를 심기 시작했고 그 탓에 다른 작물의 공급이 부족해져서 동반상승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해석이다.

이제 말하려하는 부분은 또 다른 가격상승 요인이다. 그것은 소위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의 투기적 거래자의 존재다. 오늘날 원자재 시장에서의 선물시장이나 파생상품거래 등은 새로운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본투자나 정부 채권 등에 초점을 맞춰오던 투자자들은 이제 원자재를 기반으로 하는 환율거래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에서는 지난 해 원자재 중개거래인들의 고용률이 30%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듯 원자재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어떻게 될까? 물량은 그대로인데 화폐와 신용이 밀려드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다. 고위험 채권과 구조화 신용 등에 몰려다니던 투기자금이 이제 새로운 안식처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안식처는 달러 약세에 가장 매력적인 상품, 금 시장이다.

분석가들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세계경제가 활성화되거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더라도 여전히 원자재에 대한 투자는 이익이 남는 장사라고 말이다. 물론 인플레이션 없는 경기후퇴 시에는 그들은 손해를 볼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BRICs (Brazil, Russia, India, China)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원자재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어쨌든 그들은 투자를 해서 돈을 벌면 되는 것이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들 양측 모두 이러한 상황이 그리 탐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원자재 시장에서의 투기성 자금의 활동으로 인한 가격교란이 결국 생필품 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한 몫을 노리는 투기자들은 최종소비자가 특정 상품의 소비를 포기하고 다른 상품으로 말을 옮겨 탈 때까지 가격을 밀어 올리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사실 그들의 창고에는 원자재 따위는 쌓여 있지도 않고 기껏 그것들에 대한 매입 포지션이나 매도 포지션만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일 텐데도 말이다.

이것이 오늘날 또 하나의 왜곡된 시장의 모습이다. 시장의 기능은 원래 생산자와 소비자를 효율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유통의 기능을 해왔거니와 중간거래자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 그리고 그 거래자들은 환율의 차이, 가격의 등락 등에 대비하여 일정한 파생상품 거래를 통하여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러한 본래의 목적으로 거래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이들이 투기의 목적으로 원자재 시장에서 고위험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시장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를 회의케 만드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아래 기사에서 요약발췌하고 첨언하였음
http://economist.com/daily/news/displaystory.cfm?story_id=9979315

기타 참고자료
http://www.keei.re.kr/keei/download/ef0403_80.pdf

3 thoughts on “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것일까?

  1. noraneko

    이런 성향이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한국은 힘들어지겠네요^^; 에효~~!
    브릭스 다음에 또 어느나라가 대두하는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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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요즘 하튼 중국이나 인디아가 전 세계의 블랙홀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자본주의를 먹여살리고 있는 곳이란 생각도 들고… 암튼 어떤 방향이든 한번 삐끗하면 후유증은 장난 아닐 듯 싶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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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ingback: 라면 사재기와 농업진흥청 | fo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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