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논란에 대한 KDI원장의 발언에 관해

이 글은 일부 오류가 있으므로 “경인운하 관련 글에 대한 정정 및 사과, 그리고”라는 글과 함께 읽으시기 바랍니다.

현 원장은 “이미 진행된 굴포천 방수로 공사 비용과 그에 따른 편익은 제외하고 보는 것이 경제성 분석의 기초”라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감안했을 때 경제성이 1.07로 나왔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게 KDI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현 원장은 특히 “물론 1.07은 경제성이 낭비가 있다거나 비효율적인 게 아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이같은 사업은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KDI 원장 “경인운하 논란 자존심 무지 상한다”]

현정택 한국개발원(KDI) 원장이 KDI의 경인운하 경제성 분석 논란에 대해 “무지하게 자존심이 상하는 이야기”라며 털어놓은 이야기다. 참 무지하게 무모한 이야기다. 그의 주장을 한번 살펴보자.

위 발언 중 1.07은 흔히 B/C Ratio라는 수치인데 각종 비용을 C는 비용(Cost)을 의미하고, B는 효용(Benefit)를 의미한다. 그리고 “효용/비용”으로 계산하여 1.0이 넘으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이 분석의 결정적인 단점은 비용에 금융비용, 즉 시간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100억원을 들여서 5년 후에 107억원의 효용을 얻는 사업이 있으면 그 B/C Ratio가 1.07이라는 이야기다. 또 100억원을 들여 10년 후에 107억원의 효용을 얻어도 역시 B/C Ratio가 1.07이다. 상식적으로 이따위로 투자를 할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거의 모든 사업에서는 시간가치를 고려한 현재가치(Net Present Value)법이나 내부수익률(Internal Ratio of Return)법을 이용하여 경제성을 분석한다. B/C분석은 이제 하래도 하지 않는다. 100억원 투입하여 금리기회비용이 20억원 발생했는데 107억원 효용을 얻었다고 사업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13억원 손해다.

여하한의 계산과정에서 비용이 과소 추정되었거나 효용이 과대 추정되었다는 비판을 제켜두고라도 B/C가 1.07나왔으니 경제성이 있고 막말로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어쨌든 사업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KDI원장이 지껄이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 연구기관의 비극이다.

경제위기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소리가 지금 씨알이 먹히는 것은 사실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지만 계속 이야기해왔듯이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자산거품을 또 다른 거품으로 대체하는, 즉 위기를 지연시키겠다는 소리에 불과하며, 여태 우리 사회는 그런 과잉투자로 큰 홍역을 겪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망증 증세다.

9 thoughts on “경인운하 논란에 대한 KDI원장의 발언에 관해

  1. 토양이

    아.. 저 발언에는 그러한 심오함(!)이 깔려 있었군요.
    B/C Ratio가 뭔지 모르다 보니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명쾌한 해설, 언제나 감사합니다요. 🙂

    Reply
  2. tomahawk28

    전에 쓰신 글 중에 대운하가 투자자에게 수익을 보전해 주는 방법이 있다고 그러셨는데 그 때 두바이 펀드가 시티그룹에 투자 할때도 10% 약간 넘게 수익률 보장을 요구 했다고 들었습니다.
    어지간히 그 만한 수익률 보장이 유지되야하기에 빚잔치로 여겨지던 대운하가 갑자기 B/C 비율 1.07로 포장된 이유가 뭘까요. 물론 말씀하신 몇 년 걸려 받느냐도 중요하지만 개발연구원에의 대차대조표는 어떻게 꾸며진건지… 보고서 다운로드 한번 받아보고 싶은데 -_-
    그 효용의 근거가 궁금하네요. “KDI는 10년 동안 500건 이상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고 덕분에 우리가 가장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전문적이다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1년에 50건 이상 예비 타당성 조사한게 믿어야 하는 근거라면.. 1년에 몇만건 판결하는 대법원을 무조건 믿으라는 소리랑 뭐가 다른건지 -_-;
    ps) 아 조선일보는… 댓글에다 전라디언이니 라도 라니 미친 아줌씨 들이 너무 많아요.. 정말 한대 때리고 싶음 ..

    Reply
  3. Pingback: kabbala's me2DAY

  4. rapierl

    B/C 에서 B를 현재가치로 할인한게 아니였단 말입니까? 털썩..ㅡ,.ㅡ

    Reply
  5. 비누머리

    보통은 비용, 편익 모두 이자율인지 할인율인지를 감안해서 현재가치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foog님 확인 부탁드립니다.

    Reply
  6. sonofspace

    아 뭐 케인스도 돈을 땅에 묻고 파내는 사업이라도 하는 게 아무것도 안 하다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다고 하니까요; 그렇다고 정말 그렇게 실행하는 건 미친짓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경제적 수익성이 없어도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 예를 들면 학교나 도서관, 전시관, 복지 시설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을 했으면 하는데 뭐 전혀 고려대상에 있지 않겠죠.

    Reply

댓글을 남겨주세요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