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대선 쟁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 남미에서는 새로운 사회를 위한 각종 실험이 진행중이다. 이미 베네주엘라를 포함한 몇몇 나라에서는 21세기형 사회주의를 주창하며 제헌의회를 통해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시도에 착수하였는가 하면, 국가간 연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한 시도가 바로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체결되고 있는 FTA(Free Trade Agreement)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일명 ‘자유무역협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 FTA는 실은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WTO체제와 달리 개별 국가간에 체결하는 FTA는 두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이 다른 나라에 우선하여 상호관세를 철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의 기회를 앗아가는 일종의 상호 특혜조치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를 체결하는 국가는 자국의 국민에게 FTA가 WTO체제의 취지나 자유무역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호도를 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이를 사실인양 여기고 있다. 요는 FTA는 철저히 특정 국가간의 계급적이고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작성되고 이행되는 무역협정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말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현재 남미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FTA의 실험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Bilaterals.org에 따르면 오는 10월 23일 볼리비아의 외무부 장관 David Choquehuanca가 멕시코를 방문할 예정이라 한다. 그는 이 방문에서 멕시코 당국자들을 만나 상호무역, 교육, 문화 등에 대한 협정서에 조인할 예정이다. 이는 10년 전에 양국이 체결한 FTA를 넘어선 보다 개선된 시장을 조성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한다. Choquehuanca 장관은 또한 노조 지도자, 원주민, 그리고 다양한 부문의 노동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여하튼 자세한 경제협력 사항은 알 길이 없으나 기사에 근거하여 판단하였을 때 주목할 만한 점은 양국간의 상호협정이 단순히 경제주체들의 이익극대화에만 주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전에도 베네주엘라와 쿠바 간에 맺어지고 있는 상호조약의 형태가 경제협력과 함께 교육, 문화 등에 있어 사회 불평등의 해소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듯이(관련글 읽기) 이번 양국간의 협정도 문화, 교육, 스포츠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 내지는 교류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가 미국과 체결한, 그리고 유럽과 체결할 FTA에 이러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은 애석하게도 현재에도 향후에도 매우 희박하다. 오히려 몇 해전 중앙부처가 학교급식에는 우리 농산물을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WTO위반이라며 무력화시킨 적은 있다.

그 결과 여전히 학교급식에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버젓이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FTA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조건없는 쇠고기 수입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의 행정부마저 국민의 보건이나 건강이 FTA 체결에 장벽이 된다면 가차없이 제거해버리겠다는 자세다.

왜 우리에게는 남미에서와 같이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조항이 함께 포함된 FTA를 맺자고 주장하는 행정관료가 없는 것일까? 미국대선에서는 FTA체결 여부가 자국의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가지고 여야간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판에 우리네 선거판에서는 관심조차 못끄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그나마 민주노동당만이 유력한 정치세력 중 유일하게 FTA를 반대하고 있으나 그것의 대안제시도 부족한 면이 있고 그 목소리마저 철저하게 주류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미FTA와 한-EU FTA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대선쟁점이 되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FTA가 향후 국내 경제, 정치, 사회, 문화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고, 그런 나라의 지도자가 될 인물이라면 당연히 그것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대처방안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은 협약의 주요 조문 하나하나에 대해 대선주자들의 입장을 묻고 그것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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