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 KTX 민영화, 코레일, 그리고 노동자의 죽음

‘공항철도’는 현대건설, 동부건설 등 컨소시엄이 지난 2007년 3월23일 개통 후 운영하다 수요창출에 실패해 정부의 합리화 정책에 의해 2009년 11월30일 코레일에 인수됐다. [중략] 코레일은 재정부담 증가라는 정부고충을 고려하고 철도운영 전문기관의 노하우를 살려 다각적인 영업활성화 노력으로, 인수 이듬해인 2010년에 1일 평균 이용객을 인수 이전인 2009년보다 37% 증대시켰다.[민간실패 ‘공항철도’ 코레일 인수 후 이용객 급증]

민간투자사업으로 시행되었던 인천공항철도는 운영수입이 당초 예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민영화가 얼마나 큰 폐해를 끼치는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될 정도로 악명이 높았던 사업이다. 인용한 기사의 제목대로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이용객이 크게 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기사제목은 코레일의 각고의 노력 끝에 이용객이 증가한 것으로 비춰지는데, 과연 그게 가장 중요한 변수였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사실상 이용객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 여겨지는 ‘인천공항~서울역 구간’ 개통은 코레일 인수 후인 2010년 말 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기사를 살펴보면 코레일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레일 전국역 공항철도 승차권 발매’ 등 코레일만이 수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축적된 운영 노하우를 통한 비용절감이랄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코레일 만의 장점이라고 내세울 수 있다. 기사는 이런 비용절감 노력을 비교적 자세히 적고 있다. 즉,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인천공항철도는 열차횟수를 2배, 운행거리를 3배 늘린 반면, 운영인력은 21%로 최소화하고 급여를 동결하여 운영을 효율화시켰다고 한다. 이런 노력 등이 모아져서 결국 인천공항철도의 채산성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고 철도노조 분들을 찾았었다. 그 자리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 분들은 그런 사고는 너무 흔하고, 맨날 장례식 쫓아다니는 게 일이라고 했다. 구조조정으로 인력은 모자라고,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아주 위험한 방식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 매달려 타고 뛰어내려 작업을 한 뒤 다시 뛰어오르는 (‘비승비강’) 작업까지 한다고 했다.[공항철도 노동자 다섯 명의 처참한 죽음 끔찍한 이윤추구 시스템이 죽였다]

공항철도는 사실 수익성을 떠나 국제공항과 수도권을 잇는 철도라는 명분을 가지고 출발한 사업이다. 이런 정책목표는 정부의 부외금융 수단인 민영화를 통해 추진되었지만 –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다양하게 혼합된 원인으로 인한 – 형편없는 운영실적 때문에 정부보조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시설을 코레일에 넘기는 또 다른 부외금융 방식으로 사업을 합리화(!)시킨 것이다. 코레일은 이에 조속한 사업정상화를 위해 인용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가혹하게 허리띠를 조여 왔다. 그 와중에 벌어진 철도노동자들의 죽음에서 정부의 ‘부실자산 떠넘기기’와 코레일의 허리띠 죄기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한편 코레일의 한 간부는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항철도를 민영화 실패의 대표사례로 비판하고 있다. 이 비판은 ‘KTX일부구간 민간위탁’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 두 사업은 단순비교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리가 있는 항변도 있다. 문제는 “공기업”이라는 코레일 또한 공항철도 사업자처럼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공존하며, 채산성이란 목표가 공익성에 앞서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코레일은 예전에도 노동자를 탄압하는 공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당시 사장은 “민주투사” 이철이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요구에 의해 부실자산을 떠안는 공기업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수익성을 떠나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추진되었던 철도산업은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한 이후, 본격적으로 채산성의 논리가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사는 여전히 공익적 목표를 유지하였겠지만 독립채산제가 된 공사의 특성상 인력 외주화 등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제표를 개선해온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진정 공익성을 이유로 KTX의 민영화를 반대한다면, 노동자의 죽음에 원인제공을 한 코레일 자체의 非공익적 체계에 대한 반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4 thoughts on “공항철도, KTX 민영화, 코레일, 그리고 노동자의 죽음

  1. 저련

    철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연평균 60명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노동자 사망 비율은 좀 더 찾아봐야 할 듯 합니다만 대체로 이 가운데 절반인 거 같습니다.
    (전체 산재 사망자는 1만명당 1명 꼴이라니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0/04/13/0200000000AKR20100413143300026.HTML 종사자 3만에 대해 연평균 30명이면 몹시 높은 편이긴 한데, 직종 특성이 문제일지 원가절감이 문제일지는 좀 생각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http://cr07c.rtv.or.kr/tc/23 이 자료는 시계열이 없어서..)

    공기업의 책임 가운데 이 세 가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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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icky Post author

      이미 선진국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산재율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기업차원의 안전불감증(듀퐁의 경우 사무실내에서조차 연필을 뽀족하게 깎지 말라는 안전지침이 책으로 있다고 하더군요)을 꼽을 수 있겠고요. 철도산업에서 특히 높은 산재율은 직종특성과 원가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제 추론이랄 수 있겠죠. 말씀대로 시계열 자료가 갖춰줘야 제대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인용문에서처럼 노동자들이 “비승비강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은 결국 비용절감을 위한 노동강도의 강화 이외에는 다른 설명요인이 약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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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련

    이라고 할 때, 국가간선 유지뿐만 아니라 교통요금을 낮은 수준에서 통제 일반 대중의 구매력을 보장한다는 목표 또한 빼놓기 힘들 것 같습니다. 소비자인 국토부와 철도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철도가 통제되어야 한다는 합의 덕에, 무궁화와 화물의 영업적자를 합치면 1조원에 달한다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노동자들의 복리는 제일 뒷순위로 밀려났다는 서사가 가능할 거 같습니다.

    국토부에서 PSO를 최소 7천억원 지급하던가, 화물 및 무궁화 운임을 대폭 올리던가 하지 않으면 재정측에서 현장에 비용절감 요구가 좀 덜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즉, 철도 유지의 책임이 철도공사 구성원들에게 너무 과중하게 몰려있는게 문제같습니다. 그중 제일 협상력 낮은 자들이 털리는 중이겠고.. pso든 운임증가든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그런 부담을 지지 않는다면 노동자가 제일 고생하는 양상은 변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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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icky Post author

      결국 여기에서 “공익”이란 것에 대해 두가지 관점에서의 접근이 가능할 것인데, 승객이 싼 값에 철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소비에 관한 공익”, 노동자가 그 시설에서 일함에 있어 적정임금과 안전한 노동환경을 제공받아야 한다는 “생산에 관한 공익”이 그것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후자의 공익은 제가 생각하기에 공사 체제, 더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조나 민주노총과 같은 상급단체 빼놓고는 일종의 상수로 여기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심지어 민영화의 폐해를 제기하고 있는 시민단체들마저) 노조 역시 노동자의 죽음이 “자본의 이윤논리 때문”이라는 전형적인 구호를 외치고 있는데 왜 이런 구호가 서비스공급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까지 제기하지 못하는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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