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권리는 人權이다”

헤지펀드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강경한 전술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또 하나의 전략을 찾아냈다. : 그리스가 채무를 이행하도록 인권법정에 제소하기. [중략] 이 전술은 그리스가 모든 민간 채권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끔 할 – 반면 약 500억 유로의 그리스 채권을 보유하여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은 이에서 제외하는 – 법률을 통과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짐에 따라 변호사들과 헤지펀드들이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상하였다. 법률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채권의 조건을 변경하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그들이 받아야 할 돈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되고 이는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케이스가 성립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그리고 유럽에서는 재산권은 인권이다.[Hedge Funds May Sue Greece if It Tries to Force Losses]

‘유럽경제의 화약고’ 그리스에 관해서 연일 새 소식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 소식은 그 중에서도 이색적인 소식이다. 과문하여 채권자들이 채무국을 법정에 끌고 갈지언정, 인권침해 혐의로 ‘인권’법정에 세울 것을 고려한다는 것은 여태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용문의 나머지 기사를 보면 이 케이스가 판결을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협상에 미칠 영향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채권자들은 인권침해라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여론의 동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보도에 따르면 채권자들이 인권침해라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조항은 이른바 “단체행동 조항(collective action clause : CAC)의 소급적용”이다. 2001년 아르헨티나의 채무조정 과정에서 처음 적용된 이 조항은 채권자들의 상당수가 동의하는 채무조정안은 이를 반대하는 채권자들에게까지 적용된다는 조항이다. 그리스의 채권에는 이 CAC이란 단서조항이 붙지 않았지만 이제 이 조항을 소급적용하여 적용하겠다는 것이 그리스 측의 생각이고, 채권자들은 이를 재산권의 침해, 나아가 인권침해라고 본 것이다. 논리의 흐름으로 보면 채권자들의 처지에 동정이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 여겨진다.

채무이행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는 것이 미국 법률의 일반적인 모습을 아닐 것 같지만(맞지?), 만약 당신이 법률 시스템이 말한 모든 것을 무시한다면 종국에는 감옥에 들어갈 것이다. 똑같은 일이 국가채무자에게도 적용될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경우도 있다. [중략] 그러나 미국법률이 그렇게 작동하는 반면, [중략] “국제적” “법률”은 그렇지 않다. 누구도 아르헨티나를 침공하지 않았다. [중략] 보다 구체적으로 만약 그리스가 호주머니를 뒤집어 까고 비꼬는 표정을 지은 뒤 어깨를 들썩거리는 팬터마임을 하면(돈 없으니 배 째라는 상황을 묘사한 것임 : 역자 주) 분명히 인권침해는 없는 것이다.(누구에게나 공평히 돈을 갚지 않았으니까? : 역자 주) 당신은 언제나 한 국가에 – 또는 어느 누구에게라도 – 돈을 빌려줄 때에 그들이 되갚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가정하고 있다. 그들이 갚지 않는다면 당신은 슬프고 화가 나겠지만, 법정에 가서 당신이 물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중략] 이는 사실상 “법”이 아니라 시장이며 레버리지며 협상이다.[Hedge Fund Rights Are Human Rights]

Dealbreaker의 칼럼니스트는 위와 같이 채권자들의 인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을 한껏 조롱하고 있다. 그는 채권자들이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는 CAC의 소급적용과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일방적인 채무조정이 그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해당한다고는 할 수 있겠으나, 아예 돈을 안 갚아버리면, 인권침해도, “국제법”의 견지에서 판단하건데 위법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안은 “국제법”을 적용할 대상이 아닌, 시장 안에서 협상해서 풀어야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가 생각하는 최악의 경우는 CAC을 소급적용하고도 빚을 아예 못 갚는 경우이므로 그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영리하거나 사려 깊은 투자자라면 그리스와 같이 채무불이행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에 돈을 빌려줄 때에는 좀 더 안전한 투자가 되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는 인권처럼 당연히 보장되는 기본권리라고 생각해서 그에 대한 대비책을 따로 해두지 않는 경우와는 – 예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보장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는 보험은 존재하지는 않는다 –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실제로 그리스 채권자중 일부는 그리스법의 변경에 구애받지 않는 영국법에 의한 그리스 채권을 구입한 이들도 있고 CDS의 매입을 통해 리스크를 헤지한 이도 있다.

Dealbreaker의 칼럼니스트가 국제적인 채권채무관계는 법정에 갈 사안이 아니라고 썼지만, 많은 채권자들은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법정을 이용한다. 유사사례로 거론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법정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고, 그리스에서도 채무조정이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채권자들의 제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10년 지난 아직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또한 만약 그리스의 채권자들이 이 사안을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로 가져간다면 모를까, 유럽인권재판소에 가져간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뜬금없어 보인다.

이자를 받는 행위는 오랫동안 문명사회에서 금기시되어오던 이윤추구행위였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는 한동안 율법으로 이를 금지했고, – 이슬람에서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어 수쿠크 등의 대안금융을 동원하고 있고 – 나머지 문명권에서도 떳떳하지 않은 행위로 간주되어왔다. 자본주의 지식인이었던 막스 베버마저 금융은 유대인이나 하는 “천민자본주의”라고 욕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이윤추구행위가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될 것을 요구하는 이가 나타났다. 새로운 가치관이 대두되는 상황을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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