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의 연금술

나는 다른 방으로 갔다. 그러나 금방 되돌아 나오려고 하였다. 지독한 냄새가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안내인은 제발 실례를 범하지 말라고 속삭이며 나를 앞으로 다가서게 하였다. 실례를 범하면 연구자들이 아주 화를 낸다는 것이다. 나는 코를 막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 방의 사람은 아카데미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구하는 사람으로, 얼굴과 수염은 엷은 노랑색이었고 손과 옷은 온통 오물로 더럽혀져 있었다. 안내인이 나를 소개하자, 그는 나를 와락(이러한 인사의 표시는 정말 사양하고 싶었다) 껴안았다. 그가 아카데미에서 연구하는 분야는 인간의 대변을 다시 원래의 음식으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대변이 쓸개에서 밴 색깔과 냄새를 없애고 끈적끈적한 액체를 다시 걷어내는 일이다. 그는 주일마다 배설물이 가득히 담긴, 브리스톨 술통만한 통을 공급받고 있었다.[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신현철 옮김, 1992년, 문학수첩, pp224~225]

걸리버가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laputa)의 수도 발리바르니에서 겪은 경험담 중 등장하는 똥에 관한 재미있는 유머다. 일단 걸리버 여행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인용한 문구처럼 똥이나 오줌에 관한 유머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소인국(小人國) 릴리퍼트에서 행복하게 지내던 걸리버가 그 곳을 탈출하게 된 계기는 불이 난 왕궁을 걸리버가 급한 마음에 오줌으로 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걸리버가 소인국에서나 대인국(大人國)에서 인질로 잡혀있는 동안에 고통 받았던 욕구는 식욕 다음으로 배설의 욕구였다. 사실 문학작품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욕구의 차례를 애써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하드고어 장르에 해당하는 유괴물 같은 데서조차 말이다. 그런데 걸리버 여행기는 그러한 모순을 극복함과 동시에 위와 같이 멋진 유머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 점이 맘에 든다. 또한 나는 저 연구를 일종의 ‘똥의 연금술’이라고 부르고 싶다. 일반 광물에서 금을 추출해내고자 했던 ‘실존했던’ 노력과 똥을 다시 음식물로 환원시키려는 ‘가상의’ 노력이 크게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시도가 어리석다고 여기는 이가 있다면 우리 사는 세상 역시 저러한 어리석은 짓을 일상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운하를 파헤쳐 먹고살자든가(이모 정부) 금융허브를 만들어서 먹고살자든가(참모 정부) 하는… 각설하고 똥에 관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연구를 소개한다.

어떤 교수는 정부에 대한 반란의 음모를 사전에 발견할 수 있는 지침서를 보여 주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정치가들은 의심나는 사람들의 음식, 식사시간, 침대에서 눕는 방향, 대변을 엄밀하게 조사하여 대변의 색과 냄새, 맛 그리고 소화가 잘 된 것인가를 판단하면 그 사람들의 생각이나 계획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람이 변기에 앉을 때면 언제나 진지하고 생각이 깊고 열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교수가 여러 차례에 걸쳐 실험한 결과 발견한 것이었다. 실험을 위하여 국왕을 암살하는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 보았더니 그의 대변은 초록색을 띠었으며, 폭동을 일으키거나 그 나라의 수도를 불태울 생각을 했을 때에는 아주 다른 색깔을 띠더라는 것이었다.[같은 책, p238]

이 방법을 써먹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10 thoughts on “똥의 연금술

  1. 서울비

    맨날 구독기로 읽어서 디자인이 바뀐지도 몰랐습니다.

    조나단 스위프트만큼 푸그님의 문장력과 관찰력이 저를 즐겁게 하는 글이네요.
    변기에 앉아 생각없이 3초만에 설사만 질러대는 사람들, 그 얼굴 노란 정치인들의 얼굴이 겹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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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준

    이런 기술이 있었군요. 멋진데요. 잠깐…이거 실제하는 기술 아닙니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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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열매맺는나무

    옛날부터 있어왔던 스킬이군요.
    예전엔 임금님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내관들이 찍어 맛까지 보았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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