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rely Asked Questions

바하문트님이 블로그 개설 1주년을 맞이하여 셀프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는데 참 재미있다. 우선 권해드리고 나도 이 떡밥을 물고 싶어서 … 결국 물었다. -_-; 그렇지만 타이틀을 ‘셀프인터뷰’라고 하면 표절 냄새가 나므로 타이틀은 ‘RAQ(Rarely Asked Questions)’라고 해둔다.

글 소재는 어떻게 얻는가?

초기에는 글 소재를 얻기 위해 조바심을 냈던 편이다. 여기저기서 주워듣기로 규칙적인 블로깅이 좋다고 들어서 이런저런 매체에서 접하는 소식을 블로그에 올리려고 애를 쓴 적도 있다. 카테고리는 정하여지지 않은 만큼 – 지금도 역시 카테고리는 ‘굳이 따지자면 경제관련 블로그’ 다 – 소재의 제약은 없었으나 나만의 시각도 없고 전문성도 떨어져 한동안 그야말로 변방의 듣보잡 블로그에 머물러 있었다. 그 뒤 아무래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경제와 경제학에 관한 글을 올리는 와중에 운 좋게(?) 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글 소재는 많아졌다. 이후 RSS구독을 통해 소재거리를 주로 찾게 되고, 소재를 얻으면 추가 검색이나 관련서적을 찾아보며 뼈대에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굳이 완성된 글을 올리지 않더라도 책이나 각종 매체의 글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영감이나 정보거리를 메모 차원에서 옮겨 적는 것도 글의 소재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형식과 스타일의 지향은?

글은 최대한 멋 부리지 않는 간결한 문체를 지향한다. 때로는 세련되고 기발한 문장으로 글을 쓰고 싶은 유혹도 있으나 그 쪽으로 재주도 없거니와 올리는 글이 주로 건조한 경제관련 글이니 만큼 사실관계의 전달과 이에 대한 분석을 애매함이 없이 전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맞춤법에 대해서는 조금 편집증이라 할 만큼 집착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워드프로세서에서 1차적으로 글을 써서 최대한 맞춤법을 확인한 후, txt파일로 변환하여 글을 올린다. 물론 비문이나 인터넷의 속어를 쓰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그 글이 어떠한 성격의 글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블로그에서 심각한 주제의 글을 읽고 있다가 맞춤법이 틀린 경우를 만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 경험도 있다. 그 외에 언급하는 책, 문서, 웹페이지에 대해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신뢰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가장 보람 있었던 글과 본인이 좋아하는 글은?

가장 보람 있었던 글은 wsws.org(World Socialist Web Site)에서 연재한 Nick Beams의 글을 번역 발췌한 글이다. 난무하는 금융위기의 분석 글에 치여 사는 요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오히려 잦아들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도 하고 있던 차에 – 나 스스로는 마르크스주의자인지 잘 모르겠지만 – 접했던 글 중 마르크스주의적인 입장에서 가장 큰 틀에서 체계적으로 현 위기를 분석한 글이라 생각하여 능력 밖이지만 무리해서 번역하고 발췌를 시도하였다. 모든 뉘앙스와 진실을 전달하지는 못하였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번역은 참 힘든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들은 역시 소설이다. erehwon 시리즈는 처음 시도한 스릴러라 애정이 간다(물론 결론은 개판이 되었지만 말이다). 소설을 쓰다보면 사실 캐릭터가 향후 어떠한 사건을 일으킬지 쓰는 이조차 잘 모를 때가 많은데 자연스럽게 사건을 잘 일으키면서 신나게 글을 썼던 경우는 ‘Animal Revolution’ 과 ‘가족 이야기’다.

앞으로의 블로그의 지향은?

이 블로그를 통해서 10억을 버는 것이 목표다. -_-; 미안하다. 농담이다. 목표를 9억으로 낮추고(퍽~) 내 개인의 능력 이상의 블로그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개인능력 이상의 멋진 글이 써지고, 그것들이 서로 얽히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블로깅을 하지 않았더라면 얻지 못할 새로운 형태의 영감을 얻고 지식을 얻어 이를 통해 발전해나가면 좋겠다. 사실 여태도 그러한 지향에 어느 정도 접근한 셈이다. 블로그가 없었더라면 끼적거린 글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가 파편화되고 잊혀져 버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저장되고 분류되고 읽혀지고, 결과적으로 내 스스로 긴장감을 갖게 만듦으로써 블로그를 개설하기 이전의 나와 비교하여 한층 성장하였다고 생각한다. 소셜네트웍이니 오시는 분들이 읽고 즐거우면 좋다느니 하는 말은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는 사탕발림이고 나 자신의 발전이 우선이다.

이 떡밥 무실 분들은 얼릉 무시라~~

13 thoughts on “Rarely Asked Questions

    1. foog

      저 역시 아직도 엄청 ‘대충대충’에 ‘덤벙덤벙’이랍니다. 그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중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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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dlinuf

    저는 100억만 벌고 그만 두렵니다. 아하하하
    던지신 떡밥을 아주 그냥 덥석 물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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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서울비

    9억을 벌고자 하는 게 목표라고 소박한 꿈을 밝히셨는데,

    이 블로그로 얻은 제 즐거움과 지식은 생각할 때,

    900원 정도를 기부할 의사가 있음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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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Pingback: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

  6. 진사야

    그 역할에 충실한 훌륭한 떡밥이군요!
    떡밥 따라 흔적 남겼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맨 마지막 줄의 ‘나 자신의 발전이 우선이다.’ 라는 말에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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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Pingback: Duchy of New Achern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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