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외면한 채, 감자나 쩌 먹은 청와대 끝장토론

  • ‘휴가 반드시 가기’ 문화 정착 및 휴가비 보상 억제
  • 골프장 개별소비세 인하
  • 민간기업 회식 적극 권장
  • 미분양아파트, 호텔로 전용 허용
  • 보금자리주택 지역에 호텔 신축 유도
  • 대학병원내 숙박시설 확충
  • DTI 불합리한 부분 보완
  • 중소기업 대상 금융수수료 시정 유도
  • 해외 R&D보다 국내 R&D 우대

청와대에서 국무총리와 관련부처 장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4단체장과 민간 경제전문가 등을 불러 연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 집중토론회’에서 나온 대책이라고 한다. 이 대책들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보수/진보 양측에서 시큰둥하며, 무려 9시간 동안 “끝장 토론”을 했다는 사실과 찐 감자와 옥수수가 간식으로 나왔다는 사실이 더 화제가 되고 있다.

대책 중에서 그나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청와대가 애써 “DTI 완화”라는 표현을 피하고 있는 “DTI 불합리한 부분 보완”이다. 그 외에는 반응이 없다. 경제를 위해 권력층들이 모여 가진 토론회의 내용이 경제적으로 논평할 거리가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논평할 거리가 없는 이유는 토론회가 내수부진의 근본원인을 애써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궁금한 점은 어제 모인 이들이 내수활성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내수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기나 했나 하는 점이다. 올 초 심각한 내수부진의 원인을 진단한 삼성경제연구소나 산업연구원 등 주류 연구소조차 “근로자 가계의 소득 개선 부진”과 “가계와 기업간 양극화”를 원인으로 진단한 바 있다. 토론회는 이런 사실관계를 확인이나 했을까?


‘최근 소비부진 원인 진단 및 시사점’(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재인용

우리나라의 ‘기업소득/가계소득’ 비율의 장기 추이(1975~2010)
소득
한국경제의 장기 내수부진 현상의 원인과 시사점(2012.4, 산업연구원)에서 재인용
 

그런 사실관계를 공유했더라면 복지 및 고용안정 확보와 같은 근본대책은 아니더라도, 최저임금 현실화 등의 미봉책이라도 언급됐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나온 대책이라는 것이 고작 노동자들이 휴가를 “반드시 가게” 하기 위해 연차 보상비를 억제하겠다는 발상이나 하고 있다. 의료시장 확대를 위해 멀쩡한 사람 팔을 부러뜨리겠다는 발상을 천연덕스럽게 말하고 있다.

그 외 미분양아파트와 보금자리주택 지역에 호텔 신축을 유도하겠다는 발상 역시 한심한 탁상공론이다. 한류에 편승해 증가하고 있는 호텔공급은 이미 공급과잉 기미를 보이고 있다. DTI “보완” 역시 위험한 발상이다. “소득이 적은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겠다는데 그들에게 돈을 더 빌려줘 가만있어도 떨어지고 있는 자산 부실화를 촉진시키겠다는 이야기인가?

이번 DTI 완화가 당장의 수요창출에 도움이 될 것 – 또는 비판자의 입장에서 거품을 더욱 키우는 것 – 같지는 않다. 시장불황의 원인은 부동산 트렌드의 변화와 가처분소득 부진 등 기초체력의 문제여서 호황기에나 써먹을 부양책이 먹히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규제완화가 향후 도래할지도 모를 호황기에 쓸 카드를 고갈시키는 조치란 점이 염려스럽다

이 토론회가 경제에 기여한 점은 “감자와 옥수수”의 소비를 증대시킨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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