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빌리고, 적게 벌고, 빨리 망하는 한국의 자영업자들

지난 번 글 ‘생계형 창업의 탑클래스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자영업의 현실’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는 자영업 창업자들 중 “생계형 창업” 비중이 41.5%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 이는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라는 단체에서의 조사치에 근거한 것이었는데, 이 보고서의 정의에 따르면 생계형 창업이라 함은 “다른 노동의 선택권이 없고 소득원이 필요한” 경우를 의미하는 바, 바람직한 창업 유형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은 어느 정도나 될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28.2%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 15.9%를 크게 상회하고, 순위로는 OECD 가입국 중에서 터키, 그리스, 멕시코에 이어 4위다. 이렇게 높은 수치는 “1 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일수록 낮게 나타”난다는 보고서의 지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취업구조의 건전성 측면에서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과 생계형 창업 비중을 곱하면 11.7%로 거칠게 보았을 때 우리나라 취업자 중 이 정도가 생계형 자영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인 것은 KB의 보고서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3.4년, 생존비율은 24.6%에 불과”하다. 휴폐업률이 높은 업종은 주점, 정보통신, 음식점 등으로 역시 생계형 창업자가 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이 휴폐업을 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한다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KB의 보고서가 재인용한 중소기업청의 2010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소상공인” 중 57.6%가 월평균 수익 100만 원 이하의 영세사업자다. 총부채 규모는 평균 8,455만원으로 전체 평균 5,205만원에 비해 1.6배 높다. 결국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상용 노동자에 비해 더 많이 빌리고, 더 적게 벌고, 더 빨리 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글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박정희 체제의 종식’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렇듯 한계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주요 경제수치인 실업률 산정에서 엄연히 취업자로 계상되어 일종의 실업률 착시현상을 초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다른 나라에 비해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높고, 경제상황이 열악함에도 경제수치 상으로는 엄연히 취업자로 분류되며, 나라 전체적으로 낮은 취업의 질이 윤색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자영업자의 영업은 왜 부진할까? KB의 보고서는 “창업 준비 부족, 업종 쏠림 현상, 부채 및 고정비 부담” 등을 지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대기업의 프랜차이즈에 의한 경쟁력 약화를 더하고 싶다. 확실히 길거리만 둘러봐도 최근 몇 년간 전통적인 골목상권에 대한 대기업의 공세는 강화되었다. 이에 새로운 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에 속하기 위해 또는 그에 맞서기 위해 부채 및 고정비 부담이 늘고, 돈은 더 적게 벌 개연성이 크다.

드문드문 ‘시장에서 새우젓 파시는 할머니가 대학재단에 XX원을 기부했다’ 유의 미담이 기사화되곤 한다. 그런 기사를 보면 돈을 많이 버신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 돈을 욕심 없이 기부하신 것에 내 좁은 마음이 부끄럽기도 하다. 한편으로 과연 이제 밑천 없이 하는 그런 자영업으로 그 돈을 벌 수 있는 시대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몇 억 들여 프랜차이즈 빵집을 내도 알바를 쓰면 남는 돈이 없다고 하는 괴담도 간혹 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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