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자영업의 폐업률 25%” 주장은 과연 사실인가?

아침에 ‘동네빵집의 진실’이란 거창한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동네빵집에 관한 또 하나의 사실’도 아니고 자기가 말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말하는 그 패기를 높이 사줄만한 기사였는데, 프랜차이즈를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몰아세우고 있는데 이는 “선정적인 대기업 때리기”라는 비판이었다. 글의 요지에 대한 반론은 나중 기회로 미루고 이 기사 중에 흥미로운 문구가 있어 여기 인용한다.

베이비부머 노후 문제의 해법 중 하나가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이다. 프랜차이즈는 창업 준비가 부족한 은퇴자들에게 사업 노하우와 인지도 높은 상표 사용권을 제공해 창업 실패율을 낮춰준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자영업의 폐업률이 84.3%인 데 반해 프랜차이즈 자영업의 폐업률은 25%에 그칠 정도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동네빵집의 진실]

놀라운 일이다. 국세청 자료를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자영업의 폐업률이 자영업 전체의 폐업률의 30%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 이러하다면 정말 앞으로 자영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이라면 안정적인 사업영위를 위해서라도 최우선적으로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려해야 마땅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언제 창업해야 할지 관심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원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사실 1. 프랜차이즈 자영업의 폐업률?

기자가 제시한 수치는 2009년 9월 29일 제17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내놓은 ‘자영업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랜차이즈 산업 활성화 방안’의 수치와 일치한다. 따라서 이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작은 차이가 있다. ‘활성화 방안’에서 폐업률이 25%라고 한 항목은 “프랜차이즈 편의점 창업 후 5년차 폐업률”이다. 즉, 프랜차이즈 전체가 아닌 편의점이란 특수한 업종의 폐업률이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갖는 구체적인 의미는 아래에서 알아보기로 하고, 분명히 해둘 점은 기자는 비교대상이 잘못된 수치를 비교했다는 점이다. 즉,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자영업 전체와 프랜차이즈 전체의 폐업률을 비교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활성화 방안’에조차 없는 자료기에 기자만 탓할 수는 없다. 다만,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프랜차이즈 자영업”으로 둔갑한 것은 명백히 기자의 잘못이다.

사실 2. 폐업률 25%가 맞는가?

기자가 잘못 쓴 또 다른 사실관계는 “프랜차이즈 편의점 창업 후 5년차 폐업률”의 근거자료가 국세청이 아니란 점이다. ‘활성화 방안’을 보면 “5년간(‘03-’07) 자영업자의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84.3%”이 국세청 자료고1, “프랜차이즈 편의점 창업 후 5년차 폐업률 25%”는 편의점협회의 2009년 자료다. 즉, 전자는 공공기관에서 나온 자료이고 후자는 해당 업종의 이해관계자로부터 나온 자료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편의점협회의 2009년 자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편의점협회의 홈페이지에 갔다. 그래서 찾은 가장 근사한 자료는, 협회가 국내외 편의점 경영동향을 분석한 ‘편의점 운영동향 2009’다. 문제는 나는 이 자료에서 “폐업률 25%”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관련하여 찾은 수치는 “최근 3년의 출점수 대비 폐점수 비율은 2005년도 38.6%, 2006년도 43.5%, 2007년도 42.4%”(29p)다.

사실 3. 왜 편의점은 폐업률이 낮은가?

저 수치를 가지고 어떻게 “5년차 편의점 폐업률 25%”를 산출할 수 있는지 과문한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 놀라운 수치는 정부가 ‘활성화 방안’에서 언급한 후 프랜차이즈를 육성해야 한다는 수많은 논리에서 당연하게 인용되면서 널리 유포됐다. 조선일보는 이 수치를 “프랜차이즈 식당 폐업률”로 응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약한 부분이 사실관계 확인인데, 이런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편의점 폐업률이 높아야 43.5%면 그래도 다른 자영업보다는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는 체계적인 유통 관리 등 프랜차이즈의 장점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편의점 업계에서는 본사가 점주와 통상 5년 계약을 하고, 점주가 폐점하려고 하면 위약금 명목으로 “1년치의 로열티”를 요구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퇴출의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다.

주장 1. 사실관계만이라도 충실하자

기자가 ‘동네빵집의 진실’이란 거창한 제목으로 글을 썼지만 결국 저 짧은, 그러나 매우 중요한 문장에서 저지른 실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이 틀린 사실들은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하면 다 찾을 수 있는 자료들이다. – “25%”는 나조차 여전히 못 찾았지만 – 중요한 것은 기자는 자신의 “진실”을 위해 그러한 “사실”을 파악할 의사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은 어찌 되었든 “마녀사냥”을 저지하면 될 테니 말이다.

  1. 이 수치는 ‘2009 국세통계연보‘에 수록된 해당 기간 동안의 개인사업자 창업 대비 폐업률 평균치를 계산한 수치 84.37%와 거의 유사한 것으로 보아 이 수치를 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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