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책들 단평

진정 회개할 곳은 교회다

스스로가 목사인 저자 권영진 씨가 한국 개신교계의 문제를 내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책. 그는 성경을 근거로 하여 한국 개신교계가 어떻게 성경을 편의적으로 해석하였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교회의 일탈을 정당화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에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교회가 가장 “자본주의”적이 된 오늘날의 한국교회의 현실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

정의란 무엇인가?

“인문학 책은 안 팔린다”는 통념을 깨부순 베스트셀러. 그 광풍이 지나가고 먼지가 가라앉은 즈음에 읽었다. 왜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로 흥미로운 주제를 솜씨 있게 엮어낸 수작. 다만 날선 이념적 대립이 여전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계급갈등에 대해서는 애써 피해가려는 의도가 보이기도 하는 점이 아쉽다. 센델이 말한 “연대적 의무”에서 연대의 당사자들에 대한 고찰이 더 필요하다.

사모펀드의 제왕 : 블랙스톤 그룹과 슈워츠만 이야기

현대 자본주의의 중추적인 투자행태가 된 프라이빗에쿼티 중에서도 걸출한 플레이어가 된 블랙스톤에 관한 이야기. 인사이더들이 읽어도 도움이 될 정도로 펀드의 성장에 관한 밀도 높은 이야기들이 잘 서술되어 있다. 이런 정도의 취재력과 날카로운 시각을 유지하는 서적이 발간된다는 상황이 부럽기도 하다. 다만 긴 역사를 책 한 권에 풀어내다보니 후반부 들어 조금 지루해지는 감도 있다.

적군파 내부 폭력의 심리학

학생운동이 왕성했던 1960년대의 일본, “자본주의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필요하다”는 신념하에 결성된 조직이 적군파다. 좌익세력 내에서도 소수였던 이들이 공안의 탄압을 피해 산으로 피신하고 벌어진 일은 상상을 초월하는 자기 파괴적 행위.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책.

사볼타 사건의 진실 v.264

1920년대 ‘사볼타’라는 한 무기회사에서 벌어지는 파업 사태를 둘러싸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사랑하고 증오하고 반목하는 관계를 그린 소설. 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한 소설은 누군가의 법정증언, 1인칭 시점의 독백 등을 시간상으로도 앞뒤로 뒤섞어 서술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계급상승을 꿈꿨던 한 가난한 젊은이의 삶이 구차해보이기도 하고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하게 만들던 상황.

이상호 기자 X파일 :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삼성 재벌이 정치권을 휘어잡기 위해 꾸몄던 음모가 담긴 육성녹음 파일이 있었고, 이를 보도하기 위한 한 기자의 외로운 싸움이 있었다. 자본이 정치를 지배하는 사회에서의 외곬수가 그 자본에 대항하여 어떻게 싸워왔는지에 대한 기록. 결과는 절반의 승리? 또는 또 다시 평안한 일상? 이 사건은 이건희, 이상호, 노무현, 노회찬 등의 인물들을 엮으며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와중에 안철수 국회의원 탄생.

백은비사 : 은이 지배한 동서양 화폐전쟁의 역사

서양의 시각, 금(金)의 시각으로 서술됐던 경제사를 동양의 시각, – 사실은 다분히 중국의 시각이지만 – 은(銀)의 시각에서 다시 바라본 책. 유럽의 금융발전, 주식회사의 탄생, 중국의 제조업, 유럽의 남미 수탈, 금본위제, 아편전쟁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은(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촘촘히 알려준다.

1 thought on “요즘 읽은 책들 단평

  1. warden_pn

    “백은비사”와 “적군파 내부 폭력의 심리학”은 꼭 읽어봐야할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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