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도 걱정하는 예외적인 한국의 치킨집 붐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새 차나 가전제품 때문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필요에 의해 대출을 하고 있다. 한국의 기이한 은퇴제도 때문이다. 대기업 직원들은 종종 50대에 은퇴를 강요받는다. 하지만 연금은 생활을 이어가기에 너무 부족해 많은 은퇴자들이 작은 사업을 시작한다. 2,400만 한국인 노동자 중 25%가 자영업자다. 미국은 6%뿐인 것과 대조된다. 50대 노동자만 두고 보면 수치가 32%로 치솟는다. 서울에 위치한 KB금융그룹은 한국에서 매년 7,400개 치킨집이 새로 문을 여는 한편 기존 치킨집 5,000개는 파산한다고 밝혔다. 절반에 가까운 치킨집이 3년 내 문을 닫고 10년 내에는 80%가 폐업한다.[한국, 자영업 늘고 가계부채 급증 ‘치킨집 버블’ 터질라]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월스트리트저널의 한국 관련 기사 일부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언급한 사실관계지만 “기이한 은퇴제도”, “25%가 자영업자”, “80%가 폐업” 키워드를 몇 개만 뽑아 봐도 가히 공포소설 수준이다. 기사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어쩔 수 없는 필요에 의해 대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다. 1천조 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이 한국인이 과소비를 해서라기보다는 호구지책을 위한 대출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사에 나온 이 그래프를 보더라도 자영업자의 증가와 가계부채의 증가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2년 3월 현재 자영업자의 부채규모는 492조 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와 비교하면 39%수준이다.1 심각한 문제는 2010년 12월 현재의 36%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19.1%로 임금근로자 125.8%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악성채무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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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영업자 부채규모 추이(출처)

전 세계가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므로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자위해도 될까? 아래 그래프를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부채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다른 나라들이 주로 정부와 기업부채가 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눈에 띄게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랑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나라는 중국 정도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와 기업대출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상황은 매우 안 좋아 보인다.


나라별 부채종류별 증감추이(출처)

자본주의의 미덕, 그중에서도 시장근본주의의 미덕을 강조하는 경제학자들이나 정치가들은 소위 “자기책임”을 강조한다. 자영업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스스로의 책임으로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가장 그들의 구미에 맞을 경제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자기책임의 경제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화된, 그렇게 해서 실업률과 부채악화의 책임이 자영업자의 뒤로 감춰진 한국사회가 과연 바람직한 자본주의의 모습인지는 의문이다.

  1. 자영업자 부채는 생활자금용 대출은 가계대출로, 사업자금용 대출은 기업대출로 취급하고 있지만 부채상환 책임이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가계부채적 성격이 강하므로 가계부채와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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