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사태와 나랏빚에 관하여

# 코레일 사태의 또 하나의 시사점은 정부의 국책사업 부채를 공기업에 맘대로 떠넘길 수 없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LH공사, 코레일,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부채 속에는 개별 정권의 국책사업 수행을 위한 막대한 빚이 녹아 있다. 재정준칙 마련 필요.

# 올바른 재정준칙 시행을 위해선 엄밀한 비용/산출 모형의 정립, 정치적 꼼수를 통한 사업성 분석 회피의 방지 등이 필요하다. 코레일의 고속철도 부채는 사업비 예측에 실패한 경우고, 4대강 정비는 사업분할을 통해 법적 사업성 분석을 피해 나간 꼼수 사례.

# 가장 많은 빚을 진 LH공사는 개별 정권의 즉흥적인 공공주택 정책에 따른 피해가 큰 공기업인데, 일관성없는 인기성 위주의 사업때문에 결국 공공주택은 그저 서민용 로또가 되고 비용은 국가부담으로 남게 됐다. 박 정부의 행복주택은 또 하나의 부채 늪.

# 하지만 5년 수명의 정권은 공기업 부채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자신의 치하에서 공기업 부채가 정부부채라는 사실을 인정할 이유도 없고, 자신도 공기업을 이용해서 국책사업을 시행해야 하니까. 공기업 개혁 주문은 정권 초기의 군기 잡기일 뿐이다.

# 정부부채의 부외 금융(off-balancing)은 지방정부에도 만연한 데 대표적으로 기채발행 한도를 피하기 위한 지방공사의 설립. 내일 망해도 시원찮을 지방공사가 몇 개 있는데 회사채 보고서에는 A등급을 웃돈다. 공사란 이름이 이용한 폭탄 돌리기.

# 요컨대, 현 정부가 과거 정부에게 할 말은 ‘너희도 민영화하려고 했잖아’가 아닌 ‘너희가 코레일에 빚을 떠넘겼잖아’지만 말하지 못한다. 그렇게 말하면 파업을 벌이는 노조의 정부 원죄설과 일맥상통하게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대안은 없다.

2 thoughts on “코레일 사태와 나랏빚에 관하여

  1. 별마

    최근 민영화 찬성 측 주장 중 ‘공기업의 대규모 적자가 국책사업의 빚을 고스란히 떠넘겨 받아 형성된 것을 볼 때 정부의 입김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티글러 류의 주장을 상당히 싫어하는데 요즘 우리나라를 보니 저 주장에 설득될 뻔 했네요 쩝. 국가부채를 공기업에게 돌리는 만능열쇠를 박살내야 할텐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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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umonday

      정부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막기 위해 시장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맡기자… 에서 합리성은 여전히 경제적 신념의 문제로 남는 어려움이 있죠. 그런데 참여주체가 많아짐에 따른 크로스체크의 잇점은 있어 보입니다. 다만 그 안에서 사회적 효용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의 문제가 선결과제 중 하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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