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으니 더 좋은 세상이 된 것일까?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하게 될수록 잘 사는 이들은 더 못사는 이들과 보다 적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나누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많은 중요한 상품들을 – 건강보험, 교육, 보안 서비스, 교통, 레크리에이션 서비스 – 민간부문에서 개별적으로 구입하거나 사적인 커뮤니티 혹은 가난한 이들을 배제시킬 목적의 조닝 제도에 의해 관할되는 지방자치제 안에서의 공동으로 구입하고, 그럼으로써 이러한 상품들이 더 광범위한 대중에게 공공적으로 공급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다.[출처]

이코노미스트의 “Why aren’t the poor storming the barricades?”이라는 기사가 인용한 미시간 대학교 철학교수인 엘리자베스 앤더슨의 글이다. 이글은 오늘날 아무리 가난한 이들일지라도 이전 세대에서는 더 잘사는 사람들이 살수조차 없었던 많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 예를 들면 냉장고나 휴대폰 등 – 세상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자와 빈자간의 차이에 대해 유념하여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는 글이다. 즉, 가난한 이들이 각종 재화와 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집합재와 공동재 등과 같은 소위 “공공재”에로의 접근권이 제한받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재는 위에서 언급한 건강보험, 교육, 치안, 교통 등 사회발전을 위한 하부구조로써 공공유틸리티, 공공서비스, 사회간접자본, 복지 등 다양한 이름1으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집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각국이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늘어나는 소요(needs)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그러던 것이 빈부차가 심해지면서 인용문에서 설명하듯이 여러 서비스들이 민영화되거나 보다 값비싼 사적재(私的財)로 대체되면서 공공적 사용이 배제되거나 질이 하락하고 있다.

“공공재”로 불리는 많은 것들이 경제학적으로는 비배제성/비경합성이란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인 동시에 시장에 의해 공급되어 특정 세력을 배제시키게 되면 사회의 유지 및 발전에 저해될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기에 공공재로 공급된 것이다. 보편적 교육이 없으면 “결과의 평등” 이전에 “기회의 평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기에 공립학교가 공급된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 이러한 배제 없는 서비스 이용을 부자들 혹은 부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반대하기에 빈부차가 여전히 유의미하다.

불평등은 어떤 이들이 다른 이들을 질투하게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수많은 이들이 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부터 박탈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Why aren’t the poor storming the barricades?]

아무리 가난한 이라도 웬만하면 집에 TV는 있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집만 나서면 실업자가 거리를 배회하는 근린에 거주하고, 몸이 아파도 여력이 안 돼 병원에 가지 못한다면 사회의 지탱가능성은 더욱 희미해질 것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이러한 상황을 체감으로 알고 있는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경제정책을 복지에 중점을 맞추어 시행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2 그 와중에 현 정부는 예산부족을 핑계로 등록금 인하 공약을 파기했다. 이젠 놀랍지도 않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은 ‘한국형 복지모델의 전망과 모색’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표본추출한 만 19세 이상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 [중략] ‘경제성장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와 ‘복지정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54.7%와 42.0%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경제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은 60▪70대 65.0대, 50대 67.3%, 40대 60.1%로 40대 이상은 60% 이상이었으나 30대와 20대는 37.1%와 39.8%로 나타나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반면 복지정책의 중요도에 대해서는 30대와 20대가 61.3%, 56.8%의 높은 응답률을 보인 것과 달리 40대는 38.6%, 50대는 31.2%, 60▪70대는 26%에 그쳤다. [세계일보, 60,70대 65% “복지보다 성장 우선”, 2014.1.20]

  1. 물론 각각의 개념들은 상당부분 교집합을 가지지만 저마다의 기능적 차이가 있다
  2. 나이든 세대들은 기이하게도 상당수가 여전히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을 선호하는데, 그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에는 고도성장 시대와 자신들의 삶이 부분적이나마 개선되었던 ‘세대가 공유한 경험치’일 가능성도 있고 그들이 누리고 있는 사회적 서비스 자체를 “복지”라 여기지 않는 착시현상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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