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인지 차별보호법인지

동성애자도 아니고 더군다나 레즈비언도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레즈비언권리연구소라는 곳에서 메일을 보내온다. 내가 언제 이들의 메일링 리스트에 가입했을까 기억이 나지 않고 스팸 처리할까도 생각했지만 사실 이런 곳의 정보를 알아두어도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고 (사실은 게을러서) 메일오면 가끔씩 열어보기나 하는 정도로 해두었다.

차별금지법이란?

며칠 전 온 편지는 꽤 흥미로웠다. 그들의 성명서였는데 성명서에 따르면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에서 결국 성적지향 항목이 삭제” 될 것이라고 한다.

먼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차별금지법은 당초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현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처음 언급되었다. 이후 2006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법안을 제정토록 권고하는 과정을 거쳐, 올 10월 법무부가 입법을 예고하였다. 이후 법무부는 당초 인권위가 제안한 20개의 차별금지 조항 중 성적지향 항목 등 7개 항목이 삭제된 차별금지법안을 2일 규제개혁위원회로 제출했으며, 이 위원회에서는 심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법안은 법제처의 심사 이후 대통령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서 입법을 결정한다.

문제는 앞서와 같이 앞서 연구소의 주장처럼 현재까지의 법안에는 ‘성적지향’이 빠져있다는 것으로  담당 서기관은 “(규제개혁위원회로) 넘어간 법안에서 ‘성적지향’이라는 단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확인하고 있다.

동성애자는 차별해도 된다?

이에 대해 레즈비언권리연구소는 “동성애자에 관한 기초적/사회적 안전망이 전무한 상황에서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당연”한데도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그 동안의 노력을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처사”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기독교계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성시화(聖市化)운동 등의 보수단체들로 이루어진 저지의회선교연합이 서명운동 등을 벌였으며 이들은 “동성애는 윤리도덕에 어긋난 성적행위로써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사회악”이며, “동성애차별금지법안은 동성애 확산을 막으려는 모든 건전한 노력을 금지시키며 오히려 처벌하는 법안”이라는 것, “동성애차별금지법안은 동성애확산을 조장하여서 결혼율의 감소, 저출산 문제, AIDS의 확산 등의 사회병리현상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동성애에 대한 기존 사회의 편견을 모두 담고 있는 내용이다.

교계가 이렇게 동성애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앞서 주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이 동성애를 성경에서 금기하는 죄악이자 가족해체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 차별금지법안 반대 운동에 앞장서 왔던 부산대 길원평 교수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보호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하여 동성애를 생물학적인 특성이 아니라 질병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별금지법인지 차별보호법인지

‘성적지향’이외에도 인권위의 20개 차별금지 조항에서 삭제된 조항은 학력, 병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 처분 등 총 7개 사항이다. 내용을 보면 이 사회의 보편타당한 상식에 비추어 차별하여서는 안 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도 이를 차별금지 범위에서 삭제한 조치는 이제 법으로 명백하게 위의 사항에 대하여 차별을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발행해준 셈이다.

사실 어쩌면 이 법안의 맹점은 보다 근본적인 것일 수 있다. 즉 개인적으로 차별금지 법안이라면 ‘어떠어떠한 범위 내에서는 일정정도 차등을 두는 것이 맞고 나머지는 모두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네가티브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현행법안은 인권위 권고안에서부터 포지티브 방식을 당연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리스트 안에 들어있지 않은 다른 것은 차별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를 법안이 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 현 법안에는 차별시정기구가 차별 가해자에게 시정명령과 강제이행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제외되어 실효성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별이 악의적인 경우 법원이 차별로 인한 재산상 손해액의 2~5배 배상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시기상조라는 논란 끝에 조정안에서 빠졌다. 또한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도 물린 점도 법의 적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조항이다.

이번 법안은 위헌적인 법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결국 이번 차별금지법안이 차별을 조장하는 법안이라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또한 동성애 조항 관련 삭제도 “대선을 앞두고 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생각되는 가장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시킨” 법안마련 자체에서의 차별이 아닌가 하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회남의 귤을 회북으로 옮기어 심으면 귤이 탱자가 된다는 격언이 있다. 이번 법안을 보니 탱자 정도가 아니라 아예 썩은 과일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럴 바에 차라리 법을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헌법에는 이미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 법무부는 선언적이라 할지라도 그나마 헌법에 호소할 수 있는 약자와 소수자를 위헌적인 법안으로 더욱 차별을 심화시키려 하고 있다. 마치 비정규직 보호법이라 자처하는 법들이 비정규직을 옥죄는 악법이 되었듯이 말이다.

관련기사
http://tong.nate.com/ajtwlsrmagml/41609192
http://www.ildaro.com/Scripts/news/index.php?menu=ART&sub=View&idx=2007110200004&art_menu=4&art_sub=7
http://www.cbs.co.kr/chnocut/show.asp?idx=659991
http://blog.khan.co.kr/97dajak/6224030

13 thoughts on “차별금지법인지 차별보호법인지

  1. foog

    법무부가 당초 입법예고한 20개 항목 :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성적 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삭제된 7개 항목 : △병력 △출신국가 △성적지향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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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푸른숲

    여기서도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이 유독 기독교뿐인것 처럼 글을 쓰셧군요. 근데 의문이 드네요. 그럼 다른 국민들은 동성애에 전부 찬성하나요. 종교적 교리에 입각에 반대입장을 밝히는 것은 법에 보장된 자유입니다. 물론 동성애자들을 차별하자는데는 저두 반대입니다. 그러나 마치 유독 일부 종교만이 반대하고 그 종교에 압력으로 정부가 굴복했다는 식을 주장을 옳지 않습니다. 다른 국민들 다수도 동성애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심지에 법적으로 보호한다는 국가에서도 다수의 이성애자들은 동성애자들을 좋지 않게 보는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현재의 반기독교 정서를 이용하여 논점을 흐트리려는 비열한 짓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할것입니다. 그렇다면 동성애자들을 합법적으로 처형하는 이슬람교와 이슬람 국가는 뭐라고 설명해야할건가요? 인류사회, 대다수의 종교(적어도 신자들에게 도덕적 규범을 제시하는 종교에서는) 동성애금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동성애와 특정종교를 결부시켜 자신들의 이득을 지킬려는 비열한 짓은 이제 그만두세요. 전 동성애에 별루 부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일이 있기전에는 그러나 그득의 카페에 올라온 글과 그들의 반응을 보고 정말 실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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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제 글이 반기독교 정서를 이용한 논점흐리기로 비춰졌다면 사과드리지요. 참고기사에도 “모든 기독교인이 동성애자 차별하는 것 아니다”라는 기사를 링크했는데 본문에 기독교계라는 표현은 자칫 전체 기독교계로 비춰질 개연성이 크군요.

      여하튼 말씀하신대로 기독교뿐만 아니라 이슬람 등 대부분의 종교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주의적이고 절대주의적인 교의는 미래에는 지양되어야 겠죠. 종교뿐 아니라 이런 절대주의는 운동세력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련글에 “몰락을 자초하는 봉건적인 운동단체 범민련”이란 글을 읽어보시면 소위 민주세력이라는 통일운동세력 내에도 그런 절대주의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가 존중받는 사회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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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ee

    만약에 말이지…

    모든 국민이 동성애자가 된다면. 이 나라는 누가 지킬까?

    그래서 동성애자는 이기적인 것이다.

    이기적인 개인주의 자들이니까… 동성애가 옳다고 여겨지는 귀신이 씐 것이다!

    괜히 귀신이 쓰이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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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사람은...도대체..

      바본가???
      왠 귀신..하하하
      그리고 난 당신이 생각하는 동성애자지만, 군생활 2년 2개월 특수부대에서 열심히 내 생활하고, 군 제대후에도 고참 졸병들과 연락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내가 게이인것은 모르지만, 날 친형처럼 따른다.

      이기적이다라… 당신도 그렇게 따지면 이기적인것 아닌가? 당신만이 옳다고 우기는 모양새니 말이다.
      귀신 어쩌고 하지말고 왜 반대하는지 의견에 대한 이유를 제시하는 법 먼저 배우고 인터넷에 입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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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긋이

    푸른숲/그들의 반응에 실망하셨군요. 그런데 성경적 진리추구보다는 편협한 인간들의 ‘교리’에 맹목적인 기독교인들에게 상처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먼저 헤아려보시길빕니다. 반기독교정서, 왜 생겼을까요? 그들만의 천국에서 문 꽁꽁, 귀막은 분들..이런 분들이 뿜어내는 무지하면서도 반기독교적 배타성을 먼저 성찰하게하는 게 순서일 듯합니다. 그들의 반응? 그들에겐 너무도 절박한 실존의 문제입니다. 반대할 자유, 물론 있으나 그것이 사회적약자의 생존권을 뒤흔들때, 보편타당한 인권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반대자들에게 호의적일 수는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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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푸른숲님, 다녀보세요.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하는 단체, 블러그글들..거의 개신교 관련 분들이잖아요.
    예수쟁이인 저가 보기에도 이들의 무지와 그로인한 잔인함.. 부끄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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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Pingback: perfectly windy sky

  7. 기독교만이아님

    국민들 대다수가 동성애를 반대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법안에서 성적 지향을 빼라고 압력을 넣은 곳은 개신교 단체라는 건 확실하구요.
    그런데 차별법안을 누더기로 만든 책임이 개신교 단체들에게만 있느냐면 그건 또 아닙니다. 성적 지향 외의 나머지 제외 항목들, 이를테면 출신국가, 학력 따위가 빠진 이유는 “재계”의 반대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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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맞는 말씀입니다. 이 사회의 여러 기득권자들이 차별금지법을 누더기로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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