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정상적인 대책인가?

국내 최대 공공발주자인 LH의 경우 공동사업과 대행개발, 리츠 활용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올해는 최대 5조원 규모의 민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령 개정을 통해 용지조성 공사로 한정했던 민간의 대행사업 범위를 공장, 주거, 상업시설 등 건축사업으로 확대했다.[건설투자는 줄이고 민자 유치에만 혈안, 민간에 리스크 떠넘기는 공기업]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신규 발전소 건설 시 재정을 자체충당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SPC를 통한 신규 발전소 건설은 발전자회사를 중심으로 사업에 관심있는 동반사업자, 재무적투자자(FI) 등을 유치해 일정 비율의 지분 참여로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다.[한전 발전자회사, SPC 통한 발전소 건설 검토]

여의도 면적의 84%에 달하는 시가 7조원 이상의 공공기관 본사 부지가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게 된다. [중략] 정부는 지난해 말 295개 공공기관에 내린 부채 감축계획 운용 지침에서 ‘지방 이전 대상 기관은 부채 감축 계획에 본사 부지 매각 계획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 본사 부지 매각을 기정사실화했다.[공공기관 정상화위해 본사부지 매각 추진, 54곳-7조원어치 매물 쏟아진다]

자유경제원(원장 전원책)은 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8층에서 ‘공기업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한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와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이 ‘공기업 개혁 민영화가 대안이다’와 ‘민영화 논리 및 원리’란 주제로 각각 발표한 후 각계 전문가 4인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자유경제원, 오늘 공기업 개혁 관련 정책세미나]

위 소식들이 모두 2014년 2월 4일자 건설경제신문의 기사들이다. 모두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관련한 기사들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난데없는 “정상화”란 단어를 “대박”단어로 만든 현 정부가 가장 먼저 “정상화”시키겠다는 대상이 바로 공공기관인 것이다. 사견으로 공공기관의 “정상화”라 함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선순위 사업이 바뀌는 작태가 아닌 설립취지에 맞는 고유목적의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 정부는 현재까지는 부채감축이 곧 정상화라 여기는 듯 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은 구조조정과 부채감축을 최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방안은 사업구조조정, 자산매각, 경영효율화, 수익증대 등이다. 그리고 사업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방식은 민간자본 유치나 사업시기 조정 등이다. 결국 공공기관 존립의 근거인 사업시행과 이를 통한 복리증진, 경제 활성화는 생존을 위해 뒷전에 놓겠다는 것이다. 가만. 생존이라고? 부채비율이 높다고 당장의 생존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현재 푸닥거리의 배경은 무엇일까? 위에서 하라니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공기관 정상화” 로드맵은 다소 폭력적으로 시작됐는데, 바로 코레일의 자회사 설립 결정과 이에 따른 파업이 그것이다. 현재 각 공공기관에게 들이대고 있는 잣대가 바로 코레일에게 들이댔던 잣대다. ‘코레일이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가 누적되고 부채가 많으니 경쟁체제를 만들어 경영효율을 꾀하라’는 논리가 자회사 설립의 주된 논리였다. 당시 하도 “민영화”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어 결국 “공공 자회사” 설립으로 한발 물러서긴 했으나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비정상”의 주범이라는 인식은 뿌리 깊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비정상”의 원인이 무리한 고유목적 사업수행이나 필요이상의 유휴인력 운용에 따른 것일 수도 있으나, 이미 예전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는 사업추진에 따른 희생양이 된 사례도 무시할 수 없다. 4대강 정비 사업의 희생양 수자원공사가 그렇고 KTX 사업의 희생양 철도시설관리공단/코레일이 그렇다. 따라서 현 정부가 정말 공공기관을 정상화시키고 싶을 요량이면 공공기관의 자원을 주머니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관행, 지금도 여전한 낙하산 인사의 관행을 고쳐야 그 초석이 다져지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러한 반성 없이 오직 부채비율만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여 진지한 고민이 없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마저도 미시적인 조정이 없었던 것이 SPC를 통한 발전소 건설 방안을 내놓은 발전자회사들은 2012년 현재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우량회사들이다. 그럼에도 무조건 부채를 총량적으로 줄이라는 단기목표에 급조된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거기에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이 로드맵을 점검하는 주체로 “反노조” 성향의 노무법인에 용역을 준 혐의가 있어 그 진정성마저 의심스럽다.

공기업을 진정 정상화하고자 한다면 아직 고유목적 상 사회적 효용이 중시되는 공기업은 그 공공성을 강화하거나, 또 시장성이 충분히 검증되어 홀로서기가 가능한 공기업이라면 시장화 내지는 민영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다양한 공기업의 상황에 다양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고민하는 “정상화” 로드맵에 애초 어떠한 열린 논의도 없었다. 무조건 부채비율만 줄이라는 것이다. 노조도 시민도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제3자일뿐이다. 뭔가 비정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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