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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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movie poster for Being There” by www.movieposter.com. Licensed under Wikipedia.

성폭행 피해자의 법정다툼을 다뤘다는 소재 측면에서 Anatomy Of A Murder 가 The Accused 의 원조 격인 작품이라면 이 영화 Being There 는 사회 부적응자의 세상 살아가기라는 유사점 때문에 Forrest Gump 의 원조 영화라 할만하다. 단 Forrest Gump 가 60년대 말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등 우파적 시각을 견지하며 개인적으로는 감상하기에 다소 불편했던 반면, Being There 는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는 다소 비껴서있지만 주류사회의 위선을 비웃는다는 점에서 좀 더 사회비판적인 점이 맘에 들었고 또한 왠지 음모론적인 냄새를 풍기는 것도 매력이었다. 즉, 약간은 지능이 모자란 사회 부적응자가 부조리한 세상을 조롱하는 블랙코미디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Being There 다.

워싱턴의 한 부잣집에서 정원사로 일하던 Chance 는 철들고 난후 한 번도 외출을 한적이 없고, 차도 타 본적이 없으며, 심지어 전화도 해본 적이 없어 세상사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와 같은 인물이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정원과 그에게 유일한 오락거리인 텔레비전뿐이다. 그는 텔레비전의 과장된 드라마와 광고 등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세상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주인이 죽자 무연고자인 그는 아무 유산도 받지 못한 채 그 집을 나와야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억만장자의 차에 부딪혀 그의 집에 기숙하는 신세가 된다. 투병중인 집주인 Benjamin Rand 와 그의 아내 Eve Rand 는 그의 이름을 Chance 가 “I am Chance, The Gardener”라고 이야기한 것을 “Chauncey Gardiner”로 착각한다.

그들은 그의 점잖은 풍모 때문에 그를 사업가로 착각하고 동시에 그의 솔직담백한 말투에 인간적인 호감을 느낀다. 한편 Benjamin 은 현직 대통령의 경제자문역이기도 한데 – 이 부분 조금은 음모적이기는 하다 – 대통령과의 만남에 동석한 Chance 는 조언을 요청받고 엉뚱하게 계절에 따른 정원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통령과 Benjamin 은 그 이야기를 경제변동에 대한 혜안으로 받아들이고 급기야 대통령은 그의 연설에서 Chance 의 이름을 언급한다. 단번에 유명인사가 된 Chance 는 TV에까지 출연하고 사람들은 그의 경력을 알아내려하지만 아무데서도 그의 경력을 알아낼 수 없다. 그 와중에 Ben 이 죽고 Eve 는 Chance 를 사랑하게 된다. Ben 의 장례식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몇몇 사람이 등장하는데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로(아마도 프리메이슨을 암시하는 듯 한데 이는 Ben 의 묘지가 1달러 지폐에 나와 있는 외눈박이 피라미드라는 사실에서 유추할 수 있다) 짐작되는 이들은 차기 대통령 감으로 Chance 를 지목하게 된다.

Peter Sellers 가 죽기 전 두 번째 작품으로 Peter Sellers가 개인적으로 영화화하고 싶어 하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를 다룬 전기영화에 따르면 평소 그는 다른 이의 캐릭터를 서슴없이 담아내는 그의 도화지와 같은 평범함을, 그리고 어쩌면 배우로서의 자신이 아닌 자신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관객을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작품의 Chance 역시 그는 ‘그저 그 자리에 있는데(Being There)’ 사람들이 자신의 잣대로 그를 재단하고 평가해버린다. 그것도 상당한 지위에 있는 권력가들이 말이다. 아마도 Peter 는 자기 자신을 제멋대로 평가하고 즐거워하는 ‘우매한’ 관객들을 생각하며 이 작품에 호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엄청나게 정적인 연기임에도 여전히 Peter 는 재미있다. 그리고 Eve Rand를 연기한 초로의 Shirley MacLaine 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Chance 의 모습은 마치 르네마그리트의 그림의 신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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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houghts on “Being There

    1. foog

      요즘 프로젝트를 하나 완결시켜야 하는데 될듯 될듯 안되고… 그래서 별로 글 쓸 여력이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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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77ila

    오랫만에…
    Anatomy of a Murder,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인데, 성폭행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성폭행 피해자의 법정 다툼은 아닌 듯 하네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어떤 군인의 아내가 술집에서 모종의 성폭행을 당했고, 그 군인이 열받아서 가서 쏴 죽이고, 결국 이건 살인죄와 관련된…

    뭐 그냥 그렇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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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와 정말 롱타임노씨네요. 🙂
      아나토미는 말씀하신대로 핵심사건은 살인사건이었지만 그 발아점이 강간이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뭐 그냥 그렇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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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yuhda

    아주 오래전 이 영화를 TV에서 본 적이 있죠. 특이한 설정에 왠지 기괴한 상황 (정치적 아젠다와 우화적 대사)에 맞닥드린 “나”( 그러니까 시청하는 주체의 나)에서
    브레히트의 ‘거리두기’를 일꺠워준 최초의 영화랄까? 더 웃긴 건 이 주인공 원정이 과연 극중에서 자신의 정치적 포지셔닝을 이해하는 것일까 아닐까 하는데만 신경씌이는 나를 발견했다는… 잊었던 기억을 되살려준 님께 감사드립니다. 나이가 들면 추억의 한갈피는 대부분 아련하게 감미로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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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lowtime

    아주 오래 전에 책으로 를 읽었답니다. 그땐 어려서였는지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영화 소개를 읽고 나니 다시 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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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Pingback: keizie's me2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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