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가 왜 늘어났을까? 소비자의 과소비? 또는 반란?

오늘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주제는 흥미롭게도 경제와 관련된 주제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 최근 해외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직구”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타임라인을 때 아닌 해외직구 이야기로 채워지게 한 기사는 세계일보의 이 기사로 짐작되는데, 이 기사는 FTA등으로 구매비용이 절감되자 늘어난 소비자들의 해외직구로 인해 내수가 피해를 입고 있으며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관세청이 파악하고 있는 직접구매 규모는 약 1조1천억 원이다. 관세청에 잡히지 않는 소액 구매까지 합하면 실제 시장은 두 배가량일 것이라는 것이 기사의 주장이다. 대체 2조2천억 원으로 우리나라 내수시장이 무너질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지만 만약 그럴 조짐이 보인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보다 깊은 속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이 언론, 정부, 학계, 그리고 근본적으로 생산 및 유통업계가 할 일일 것이다. 그런데 기사를 보면 현재의 현상인식은 “해외직구 나빠”정도인 것 같다.

해외직구는 경제가 세계화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증가할 현상이다. 기업은 세계화를 위하여 WTO와 FTA 등을 통해 각종 경제장벽을 제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 보다 더 수동적이긴 하지만 – 노동자들은 경계를 넘어 노동의 수요가 있는 곳으로 이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 역시 이러한 “합리적 경제행위” 주체가 되어야 한다. 생산업자와 수입업자가 같은 품질의 제품을 해외보다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면, 소비자는 그에 대응하여 해외직구로 비용을 절감하게 마련인 것이다.

보다 더 근본적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대개의 사람들은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다. 그러므로 그들의 소득으로 소비를 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가 소득이 준다면 소비행태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해외직구는 어쩌면 그러한 경향에서의 소비자의 자구책일 수도 있다. 최근의 한 연구는 이러한 가정의 전제인 가계소득 감소에 대해 매우 신빙성 있는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총소득(GDP) 대비 가계소득 비중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소득이 줄어드니 싼 제품을 사야하는 것이다.

2000년 69%에 이르렀던 가계소득 비중이 2012년에는 62%까지 하락한 반면, 기업소득은 같은 기간 중 17%에서 23%로 증가. 2000년대 이후 가계소득 비중의 하락 추세는 여타 OECD 국가들(24개국 중 18개국)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이기는 하나,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들 중 하나임. 이 기간 중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비중은 6.4%p(2012년-2000년) 하락하였는데, 이는 헝가리, 폴란드에 이어 3번째로 빠른 하락세임.[KDI 경제전망 中 민간소비 수준에 대한 평가: 소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 2013년 하반기, p46]

GDP 성장의 이면에는 그 소득이 누구에게 얼마만큼 분배되는가라는 질적인 문제가 있는데 우리는 그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특히 좋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나 정부는 무엇을 바라는 것인가? 공직자가 여성인턴을 성희롱하면 여성인턴을 뽑지 않는 것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처럼 내수를 살리기 위해 해외직구를 금지할 것인가? 국산 TV를 아마존에서 50% 이상 싸게 팔면서 국내 소비자를 “호갱님”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정치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일본 역시 내수 진작을 위해 대기업의 임금을 올리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극우노선을 걷고 있는 아베 정권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경기부양을 위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이념적 논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기억나는 것이 “시간제 일자리 늘이기” 정도다. 그리고 기억나는 것은 연봉 6천의 노동자를 “귀족노동자”라 비난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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