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부의 시도는 성공할까?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국책 연구기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DTI 규제를 현재보다 10%포인트 완화할 경우 주택가격은 연간 0.5%의 상승효과가 있고 주택거래는 연간 2만5000가구가 추가로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작년 한 해 전체 주택거래량 85만 2000가구의 약 3%에 달하는 거래량이다.[“DTI10%P올리면 주택거래 2만5천건 늘 것”]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로 내정되자마자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이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팔 걷고 나섰다. 소비자들이 돈을 더 빌릴 수 있도록 해서 부동산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심산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볼 때 한국은 다른 많은 나라에 비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현재의 부동산 침체는 소비자들이 돈을 못 빌리기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LTV와 DTI는 각각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2년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시행됐다. 이 제도는 당시 폭등하던 집값을 제어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인데 현재와 같은 침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 완화론자의 지적이다. 최경환 내정자는 이를 두고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는 격”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빚을 내서 겨울옷을 사라는 이야기인데 이런 의지는 아래와 같은 정서를 염두에 둔 의지일 것이다.

국민은 부동산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가 최대 관심사다. 세계 부동산이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활황을 보이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를 내렸다든가, 돈을 시원하게 풀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됐다. 재산의 70% 정도를 부동산에 쏟아부은 국민의 눈에 한은은 마뜩지 않을 수밖에 없다.[‘굼뜬 지성’ 한국은행…국민 불만 왜 높아지나]

하지만 상황은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빚내서 집사라”고 독려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로 보고서가 분석한 각 주요국의 평균 82%를 상회하고 있다. 보고서는 위기를 촉발하는 임계치 수준인 99%로 설정하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54.8%(2011년)로 신용위기 당시(2010년) 미국의 122.6%를 상회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주거실태조사’를 통해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하는 비율이 지난 2005년 53.0%였으나 2008년 38.7%, 2010년 26.1%, 2012년 23.2%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과거에는 전세가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거치는 일종의 과도기적 주거형태였지만 최근에는 자가로 갈아타기보다는 전월세 등 임차시장에 지속적으로 머무는 가구가 늘고 있다.[전세 살던 사람, 집 안산다]

또한 이 기사를 보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소유위주의 관점에서 주거위주의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존재의의를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주거안정에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입능력이 있는 이들조차도 임차시장에 머물러 있는데 LTV/DTI만 완화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분석은 가계부채 1000조의 시대에 지나치게 순진한 분석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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