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Quiet American

스피어단장은 잠재적인 재난에 대한 얘기들을 계속했다. 끝으로 나는 그에게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아니면 미국이 개입하여 프랑스가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 하고 물었다. 그는 한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만일 우리가 탱크와 다른 군사장비를 남부 베트남 대신에 공산주의자들에게 준다면 우리는 그들을 도로상으로 끌어올려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방식으로 그들과 싸울 수 있을 겁니다.”그는 이 말을 농담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제임스 레스턴 회고록 데드라인, 제임스 레스턴 지음, 송문홍 옮김, 동아일보사, 1992년, p297]

미국이 아직 본격적으로 베트남에 개입하기 전 사이공에서의 군사 임무를 맡고 있던 영국의 스피어(Spear) 여단장의 말이다. 이 말에서도 느낄 수 있다시피 서구인들에게 있어 베트남은 이해가 되지 않는 미궁과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처음에 그들은 웅성웅성 몰려다니는 조그만 노란 땅꼬마들을 현대화된 무기로 큰 힘 안들이고 때려잡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너무도 큰 오산임이 밝혀졌다. 똑같은 착각을 프랑스가 했고 미국이 했다.

영화는 이렇듯 서구가 베트남이라는 구렁텅이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하던 무렵의 혼란한 정국에서부터 시작한다. The London Times의 늙은 영국인 주재원 토마스 파울러 Thomas Fowler 는 유유자적하는 방관자적인 가치관을 가진 기자이면서, 영국에 아내가 있으면서도 현재는 직업댄서 출신인 아름다운 베트남 여인 푸앙과의 불륜에 맛이 들려있는 상태다.

그에게 의료관계 일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매력적인 미국인 알덴 파일 Alden Pyle 이 접근해온다. 셋은 곧 함께 어울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그 와중에 파일이 푸앙을 사랑하게 되고, 파일은 기혼자로서 약점이 잡혀있는 토마스의 눈앞에서 보란 듯이 푸앙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기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된 와중에 The London Times는 토마스의 귀국을 명령하지만 푸앙과의 관계를 위해 토마스는 격전지에 뛰어드는 취재를 자처하거나 유력한 군사집단의 우두머리 테이의 인터뷰를 시도하는 등 신문사에 미끼를 던져 귀국을 연기시킨다. 그에게는 전쟁의 두려움보다 푸앙과의 이별의 두려움이 더 컸던 것이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신자인 토마스의 아내가 토마스와의 이혼을 거부하는 바람에, 흠결 없는 결혼을 꿈꾸던 푸앙은 결국 파일과의 미국행을 꿈꾸며 토마스의 곁을 떠나버리고 만다. 반미치광이가 된 토마스는 파일과 푸앙의 주위를 맴돌지만 자신은 결국 늙은 영국인 기혼자 일뿐이라는 사실을 통감할 뿐이다.

한편 토마스는 취재의 과정에서 파일이 단순한 의료지원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장소에서 수시로 모습을 보이던 그가 결정적으로 사이공 한복판에서 공산주의자의 짓으로 의심되는 폭파사건 현장에서 매우 이상한 행동을 하였고, 이를 지켜본 토마스는 그런 그의 정체를 곧 알게 된다. 연인을 빼앗아간 이 젊은이는 상상외의 거물이었던 것이다.

이후 토마스는 한 공산주의자의 설득에 따라 어떤 음모에 가담하게 되는데, 그 동기가 연적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었는지 또는 정치적 소신 때문이었는지의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자 이 영화가 노리는 재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토마스의 행적에 의심을 품은 프랑스 형사 비고가 그에게 증거를 제시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전쟁 중이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지.”라는 토마스의 말에 비고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시청자 역시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이념과 동서양의 가치관이 심하게 요동치던 현대사의 한복판을 관통하여 수많은 고민거리를 낳았던 베트남전(戰)을 소재로 한 수작 스릴러로 유명한 스릴러 작가 Graham Greene 의 원작을 Phillip Noyce 가 2002년 영화화한 작품이다. 두 주연배우 Michael Caine, Brendan Fraser 의 호연이 돋보이지만 푸앙역의 베트남 여배우의 어설픈 연기가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911사태로 인해 상영이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한다.

Morning, Hinh. Anything new?
좋은 아침 힌. 새로운 거라도 있어?

Corruption, mendacity.
부패, 속임수.

I said “new.”
난 “새로운” 거 있냐고 물었어.

[극중 대화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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