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정치적이었던 한미FTA의 정치적 윤색 과정

우리 정부가 한미FTA를 한미동맹의 강화의 수단으로 간주한다는 증거는 – 참여정부도 그러한 관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 곳곳에서 감지되지만 사실 미국은 남한을 ‘동맹’의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 있어 남한, 더 큰 개념에서 한반도는 미일 동맹의 군사적 부담을 덜어주는 주체, 중국 영향력의 확대저지선 정도의 역할일 뿐이다.[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단상 中에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미FTA는 미국의 부시 정부에서보다는 한국의 노무현 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온 사안이다. 즉 우리 측에서 먼저 양국간 FTA에 미온적이던 미국의 무역대표부 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였고, 이에 미국 측은 자동차 및 의약품 수입장벽, 미국산 소고기 금지, 스크린쿼터 등의 선결되어야 할 장벽철폐를 조건을 내세우면서 협상이 진행되어 온 것이다.

위 인용문에서도 썼다시피 나는 노무현 정부가 과연 당초 우리의 FTA 주요목표가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이었고, ‘동북아균형자론’을 주장하는 등 아시아에서의 자리매김에 열중하다가, 어떻게 난데없이 한미FTA를 꺼내들게 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귀차니즘에 무능력함까지 겹쳐서 그 탄생비화를 아직 소상히 알지 못한다.

짐작컨대 집권 초 전체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과정에서 지배엘리트 내에서 이에 관해 활발한 의견교환이 있었고 결국은 한중간이나 한일간보다는 한미간의 무역장벽 해소가 더 큰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는 자본가들의 계산이 있었든지, 아니면 여하한의 아시아 블록의 형성이 한미간의 경색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무릇 모든 의사결정이 그렇듯이 이 결정도 복합적인 동기가 작용하였겠지만,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는” 노무현 前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나는 주로 전자의 입장에 방점을 두는 의견이다. 초기 과정에서 안보가 주요 변수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심증은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안보 문제 등과 관련되어서는 한미FTA가 추진되지 않았다. 내가 추적해봤는데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개입 흔적이 없다. 한미FTA에 관련해서 통상교섭 본부하고 NSC가 단 한번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 그냥 간 거다.[“한미 FTA는 참여정부 업적조급증 탓, 대연정 제안에 이어 제2의 패착될 것”]

정태인 前 청와대 비서관이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 중 일부이다. 즉 그에 따르면 한미FTA는 “YS 하면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 DJ 하면 6·15 정상회담 등이 떠오르는데, 노 대통령은 이것이 없다”며 “남은 임기 안에 무엇인가 업적을 남겨보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급증이 원인”이라는 것이었다.그랬던 순수한(?) 경제적 동기가 미국의 외보안보전략, 그리고 이명박 정부로의 집권이양과 결합되면서 정치적 양상을 띠게 되었다는 것이 내가 보는 한미FTA의 진행과정이다.

노대통령은 이미 대연정 화두를 제시했을 때부터 한국의 미래전략 정립에 매우 강한 집착을 보여 왔고 한미FTA를 미래 선진 국가로 도약하는 중심고리이자 탈정치적 이슈로 인식해왔다. 다시 말해 미국정부의 관심이 외교안보적 차원이라면 노대통령의 주된 관심은 경제적인 것이다. 이런 노대통령의 탈정치적 인식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의 자장 안에 급속히 편입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미 한미FTA 제안과 그의 동북아 균형자론 간의 조화될 수 없는 모순에 대해 많은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한미FTA 국민보고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 엮음, 그린비, 2006년, pp72~73]

결국 한미FTA는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추구하는 ‘정치적 자유주의’와 시민의 경제적 자유를 옭매고 자본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경제적 자유주의’가 큰 모순 없이 상호 공존하던 노무현 정부의 작품으로서 큰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또한 이는 당연히 미국의 안보전략에 순응하며 ‘경제적 자유주의’를 위해서라면 ‘정치적 자유주의’쯤 은 쉽게 무시해버리는 한나라당의 열렬한 호응을 얻게 되었다.그리고 이후 한미FTA의 한미동맹 강화론은 빠지지 않는 소재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 미사일 발사 이후 거세진 북한의 위협에 공동대처하는 한미동맹에도 활력을 줄 것이다.[한미 FTA, 이제는 美정부와 의회가 답할 차례, 동아일보, 2009년 4월 23일]

요컨대 우리는 경제에 대한 국정철학이 갈팡질팡했던 한 정치적인 리버럴 정부가 탈정치적으로 추진했던 FTA가 권력이양 및 국제정세의 변화와 결합하면서 가장 정치적인 레토릭이 되어버리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제 지배 엘리트에게 한미FTA는 포기할 수 없는 떡밥이 된 셈이다. 문제는 그 떡밥을 어떻게 ‘안보공포증’ 및 ‘경제만능론’(주1)과 결합하여 국민적 저항을 최소화하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주1) 예를 들자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의 정서였던 ‘나라를 망쳐도 좋다. 경제만 살려다오(내 집값만 올려다오)’식의

22 thoughts on “탈정치적이었던 한미FTA의 정치적 윤색 과정

  1. 다리미

    노무현 정권의 한미 FTA 추진이 정말 그렇게도 욕먹을 일이었을까요?
    그냥 이대로 쭉….
    이것이 진보진영의 무역협정에 대한 대안 아니었습니까?

    무역협정은 양자간 협정과 다자간 협정, 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자간 협정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었고, 양자간 협정 특히 한미 협정에는 완전히 반대했었죠.

    그러나, 가끔 인용하시는 정태인씨 같은 거의 정신분열자는 “한일 FTA 는 필요하지만, 한미 FTA는 절대 안된다”고 주장하시더군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역흑자 엄청나게 내는 미국이 훨씬 더 만만하지 않나요? 엄청난 대일적자의 일본보다는요?

    제가 들은 정태인씨의 웃겨 디질 뻔한 인터뷰 한 자락.
    “미국 망치 같은거 보세요. 얼마나 품질이 좋은지. FTA하면 그런 미제 망치들처럼 엄청나게 좋은 품질의 물건들이 밀려올 겁니다”

    미제 망치가 얼마나 더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망치보다 훨씬 더 만들기 어려울 거 같은 손톱깍기는 우리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데….

    저는 한미 FTA반대론의 상당수는 NL식 민족주의 정서가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도대체, 한미 FTA해서 우리나라 산업 박살나는 것은 농업 말고는 모르곘습니다. 농업 문제에서는 쌀은 막았고, 고급 무공해 유기농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한미 FTA아니라도 중국 때문에라도 훨씬 먼저 망가질 것입니다.

    산업 중에서 FTA해서 미국 경쟁력에 밀려서 망가질 산업이 도대체 뭐가 있습니까요???

    설마 법률시장 개방해서 울나라 로펌 파트너들이 가난해 질지도 모른다고 지레 걱정해 주는 것은 아닐터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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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노무현 정권의 한미FTA추진이 왜 욕먹을 짓인지 여태 제 블로그에서 손아프게 썼으니 우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그것이 단순히 “NL식 민족주의” 정서에 의한 반대가 아니라 한 국가의 경제주권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태인씨가 저런 소리를 했는지도 모르고 또 참여정부의 관료였다가 뒤늦게 반대의 소리를 높였던 그를 저 역시도 그다지 탐탁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정신분열자”라고 규정짓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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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다리미

    우리보다 훨씬 경제규모가 작은 칠레와 FTA를 맺었는데,
    우리가 칠레의 경제주권을 장악했습니까?

    멕시코의 예를 엄청나게 많이 들면서 우리도 멕시코 짝이 날 것이라고 항상 경고하지만,
    캐나다는 별반 경제식민지가 된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한국 정도의 산업생산력을 가진 나라가 이미 산업생산력의 기반이 다 무너진.. (GM이 망했답니다) 세계 최고의 소비시장에 양자간 무역협정으로 치고 들어가자고 주장하는 것이 도대체 왜 경제식민지가 된다는 말입니까?

    물론 저도 MB정부의 FTA추진에 대해서는 헛웃음을 짓습니다. 아무런 전략도 비젼도 없이 미국 바지가랑이만 일단 붙잡고 보자는 개념없음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미 FTA를 처음 추진하던 참여정부가 과연 ‘정치적 해결’ 때문에 FTA를 추진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견강부회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괜히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반대한다”라고 주장한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재수없어 보이겠습니까? 이 말은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주장한다면 얼마나 열이 받을 것인가는 불문가지 아니겠습니까.

    제가 정태인씨를 정신분열자라고까지 비웃은 것은 그가 바로 한일 FTA 추진 책임자였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입니다. 그러고서는 한미 FTA는 죽어도 안된다고 하니, 그걸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그런 사람을 열심히 데려다가 강연시키고 인터뷰 따는 사람들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겠습니까?

    FTA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우습지만, 정말 이해하기 힘든 공포심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금융 정도 있겠군요. 그 나라 안에서 TV하나 못 만들어 내는 이빨빠진 호랑이가 경제주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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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죄송한데 제가 한칠레FTA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한미FTA에 대해서 님이 화내시는 것은 제가 주장도 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저한테 화를 내시니 제가 달리 드릴 말씀이 없군요. 제 글은 오히려 참여정부의 FTA추진이 탈정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취지였는데 “참여정부가 과연 ‘정치적 해결’ 때문에 FTA를 추진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견강부회”라는 말씀을 왜 하시는지 이해가 안되는군요. 제가 한 이야기를 가지고 비판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님이 정태인씨를 정신분열자라 부르건 말건 상관하지 않겠으나 적어도 저는 집권기간 동안 법인세를 내리지 않고 그 돈으로 소외계층을 돌보는 것이 옳았다고 뒤늦게 후회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신분열자로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님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님이 혼자 집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은 저는 상관하지 않겠지만 제 블로그에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은 심히 불쾌합니다. 그러니 저와 토론을 하실 의향이 있고 이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싶으시면 그런 표현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대로 님의 글을 삭제할 것입니다. 이의없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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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xarm

    노무현은 왜 뜬금없이 FTA를 들고 나왔나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정태인 씨 말대로 업적 조급증에 나름 공감이 가네요.
    왜들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눈에 보이는 업적에만 치중하려 하는지…;;
    게다가 지금 한 분은 업적의 화신…-_-
    수 많은 업을 쌓고 계시니….ㅋ;;

    지금 상황으로 보면 FTA는 결론날 거 같은 불안감이 마구 드네요.

    http://woodstocksm.tistory.com/entry/%ED%95%9C%EB%AF%B8FTA%EB%B0%98%EB%8C%80-%EB%85%B8%EB%AC%B4%ED%98%84-%EC%A7%80%EC%A7%80%EC%9E%90%EC%99%80-%ED%95%A8%EA%BB%98-%ED%95%98%EA%B3%A0-%EC%8B%B6%EB%8B%A4

    김수민씨 바람대로 노무현 지지자들이 FTA 반대에 동참해줬음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살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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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마침 저도 그 글을 읽었습니다. 좋은 글이더군요. 그런데 링크가 깨지네요. 한글 제목을 블로그 주소로 삼으니 그런 것 같은데 참 거시기한 경우입니다. 🙂 제가 링크해놓죠.

      http://woodstocksm.tistory.com/entry/한미FTA반대-노무현-지지자와-함께-하고-싶다

      저도 김수민씨 바람대로 노무현 지지자가 한미FTA 반대에 함께 동참해주었으면 좋겠지만 적어도 위의 다리미님은 그 대열에 끼고 싶지 않으신 것 같아서 아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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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ZZiRACi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의 공존이라… 이 점이 노무현 정권의 뼈아픈 실책(혹은 한계?!)이 아니었는가 합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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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실책이랄 수도 있고 말씀하신대로 한계일 수도 있겠죠.. 이도저도 아닌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참여정부는 그것의 결합이 모순이 없다고 생각했으리라 여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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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다리미

    탈정치적 이슈라는 말은 제게는 ‘정치적 돌파구로서 탈정치적 이슈의 FTA’로 들려서 그랬습니다.
    뭐 정태인씨를 제가 저렇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의 자유이며, 저렇게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또 저 이름을 본 바람에 욱해서 튀어 나온 것이니 저의 해명과 미안함을 표시할 일입니다.

    한미 FTA에 대한 숱한 반대론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의문이 풀리지를 않는다는 말입니다.

    전세계 최고의 소비시장에 무역협정을 맺고 들어가자는 그 주장이 그렇게도 욕먹을 일인지에 대해서는 참으로 의문입니다.

    동남아는 아세안으로 묶이고, 유럽은 EU로 묶이고, 미주는 나프타로 묶이는 이 와중에 무역의존도가 엄청나게 높은 대한민국이 최고의 소비시장에 FTA로 길을 넓히자는 주장이 뭐가 그리도 불안하고 무섭다는 말입니까?

    물론 저는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 추진에 대해서는 조까라 마이신이다 주의를 견지하고 있으니, 같이 반대운동하자고 하면 얼마든지 동참할 의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의 한미 FTA추진만큼 매우 분명하고도 확실한 의사표시를 한 정책에 대해서 별의별 해석을 다 갖다 붙이면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에 대해서 심한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정태인 같은 작자의 글을 인용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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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전 세계 최고의 소비시장에 들어가자는” 것이 잘못 되었다기보다는 경제주권을 자본에게 넘겨주는 것이 문제입니다.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의 판결이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http://foog.com/500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p.s.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추진과 이명박 정부의 한미FTA추진과 차이가 있나요? 제가 과문해서 잘 모르겠는데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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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eagle2

    우석훈씨 글에선 삼성의 영향력이 자주 언급되던데요. 인수위 시절부터 삼성의 영향력은 막강했고 한미 FTA에 관한 권유도 삼성의 보고서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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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다리미

    투자자가 국가를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은

    한칠레, 한중, 한일, 한EU 전부 다 있습니다.

    뭘 한미 FTA에만 있는걸로 알고 있다는 식으로 화들짝 놀래고 그러십니까?

    우리나라 투자가들이 중국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정부나 민간에 의해 거의 기업을 뺐기다시피 하는 일을 당했을 경우, (수용, 또는 이와 유사한 경우) 정부를 제소하는 겁니다.

    한-칠레 FTA에는 투자자 제소 조항 없었습니까? 이거 왜 이러십니까요?

    경제주권을 갖다 바친다고요? 내참. 칠레가 우리한테 주권 갖다 바쳤습니까? 우리가 무슨 칠레 주권 위협했습니까?

    게다가, 그 투자자 제소조항은 우리 기업이 미국 정부 제소할 수도 있는데, 그럼 우리가 미국 경제주권 유린하는 겁니까?

    다 아시면서 왜 이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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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말씀하신대로 투자자-국가제소권은 여러 FTA에 포함되는 조항이죠. NAFTA에서 처음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다른 FTA에 비해 그 효과가 한미FTA에서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되고 나아가 사실 이 제도 자체가 사기업 간의 중재(arbitration)의 성격을 갖고 있어 한미간의 기존법망이나 공공정책이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미국을 우리 기업이 제소하고 그 나라의 공공정책을 무력화하여 투자를 보호한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한 면에서 사실상 실질적인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체결국간의 관세인하를 통해 여타 국가를 역차별하는 동시에 양국의 투자자만을 보호하는 FTA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원래 중재라는 것은 사기업들 간의 분쟁이 생겼을 경우 재판정에 나가서 시시비비를 따질 경우 자기네들의 영업비밀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서 만든 제도로 알고 있습니다. 투자자-국가제소권은 그러한 제도를 원용하여 한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공익적 조치를 취할 때에조차 그 관리를 외국으로 끌어내어 마치 사기업의 중재처럼 제3의 기관이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그 조치를 무력화시킬 우려가 큰, 즉 위헌적 요소가 있는 제도입니다.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서 말이죠. 이렇다면 국민국가로서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제가 걱정하는 바 한미FTA에서 한국이 불평등하다.. 뭐 이런 염려도 없잖아 있지만 실은 한미 대중 모두가 피해를 보고 한미의 거대자본이 이익을 보는 그런 구도입니다. 한미FTA가 진작에 발효되었다면 우리가 각종 투자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포탈하고 엄청난 이익을 얻은 론스타를 세금포탈 혐의로 국내법정에서 판단하여 그 경영진을 소환하고 과세하는 것이 가능했을까요?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아마 론스타는 그것을 우리나라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끌고나갔겠죠. 국세청이고 검찰이고 뭐고 간에 다 무력화되었을 겁니다.

      현실 세계에서 NAFTA를 체결한 멕시코가 경제성장 수치는 어느 정도 오른 반면 기간산업이 초토화되고 미국화되어 국가의 고용체계가 뿌리뽑히고 지역경제가 파편화된 사례가 있을 수 있죠. 비단 멕시코만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미국 노동자들조차 미국기업들이 멕시코로 너도나도 몰려가는 바람에 수많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오바마와 심지어 힐러리 클린턴 조차 NAFTA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몸서리를 친 것으로 기억하고 있고요.

      한칠레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칠레에서 했으니 한미간도 문제없다? 이렇게 접근하면 안 될 것 같네요.

      간단하게 말씀드렸는데 송호창 변호사가 잘 정리해놓은 글이 있네요. 참고바랍니다.
      http://cafe.naver.com/armitage12.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158

      p.s. 1 표현이 좀 격하신데 좀 차분히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p.s. 2 대답이 가능하시다면 제가 지난 번에 한 질문 “노무현의 한미FTA추진과 이명박의 한미FTA추진의 차이점”을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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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다리미

    1. 차분히 하겠습니다.

    2. 노무현 추진과 이명박 추진의 차이는 매우 명백합니다. 참여정부의 경우, 한미 FTA의 추진에 있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쇠고기 수입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이 선을 너무 쉽게 넘었습니다.

    두 국가가 무역협정을 맺고 더 많은 무역을 하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어찌 순작용만 있을 수 있고, 부작용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양날의 칼날이 있을 것입니다. 순작용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과정 속에서만 한미 FTA를 추진한다고 해도 그 과실이 있겠지요.

    그래서 이명박의 한미 FTA에 대해서는 조까라 마이신 주의를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미 FTA와 같은 무역협정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보수정당에 대해서도 많이 우습습니다만, 한편으로 너무 심한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것도 해롭다고 봅니다.

    Reply
    1. foog

      역시 쇠고기 수입에 관한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제 짐작이 맞군요. 저는 방아쇠는 참여정부가 제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둘간의 차이가 선명하냐 아니냐의 입장차이는 사실 논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느낌상의 것이라고 판단되니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말씀대로 무릇 모든 무역협정이 순작용과 부작용을 가져옵니다. 제 글을 좀더 읽어보셨다면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그러한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FTA를 국가 대 국가의 양자간의 이해득실을 계산하며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FTA가 한 국가내에서도 계급적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즉 한미FTA의 최대수혜자는 양국의 거대자본이고 피해자는 양국의 중소자본, 노동자/농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부 모자르듯이 나뉠 수야 없겠지만 경향적으로 그렇게 될 공산이 크다는거죠. 그것이 단순한 공포심은 아니라는 사실이 기존의 FTA들에서 드러나고 있는 부작용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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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beagle2

    투자자 국가제소권이 한-칠레, 한-EU FTA에도 포함되어 있나요?
    (한-중과 한-일은 FTA 아직 안 했죠?)

    우석훈씨 책에 나왔던 내용으로는 투자자 국가제소권은 투자협정에는 일반적이지만 (가령, 한국의 A사에 투자했던 투자자가 한국의 정변이나 정치환경 변화등으로 자신의 재산이 몰수되는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투자협정을 넘어서 경제 전반의 통합을 꾀하는 자유무역 협정에서는 투자자 국가제소권이 포함되는 건 이례적이라고 하던데요…

    그나저나 푸그님… 고생이 많네요… ^^;

    Reply
    1. foog

      EU는 잘 모르겠고 한칠레에는 그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기로 EU는 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아예 그 조항을 넣을 수 없다고 들은 기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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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한EU에서는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네요.

      “이는 한-EU FTA협상에서 EU를 대표하는 EU집행위가 투자자-국가분쟁을 포함한 투자보장문제를 협상할 권한(competence)을 위임받지 못한 상태로, ISD는 회원국의 권한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http://www.fta.go.kr/user/fta_korea/faq_view.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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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beagle2

    이번에도, 덕분에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놈의 덜렁증 제대로 고치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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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빠'가 무섭다

    화가 치밀어 올라 이 글을 남깁니다.

    아직도 “노무현의 한미FTA는 OK!, 이명박의 한미FTA는 NO!”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딱하고 막힙니다.

    한명숙 총리의 한미FTA에 대한 인식을 보면 화가 납니다. 그리고 절망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자신이 국무총리 때 추진한 한미FTA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의 한미FTA와 이명박의 한미FTA가 무엇이 다릅니까. 근본적으로는 다를 것이 하나도 없죠.

    지금 문제되고 있는 독소조항들의 99% 노무현 정부때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뿌리를 흔들 내용들(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영리병원 허용 및 한국정부가 이를 규제할 수 없게 한 것 등) 모두 노무현 정부때 포함되었죠.

    2006년 ~2007년 한미FTA 협상 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을 했습니까.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참여정부 관계자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아십니까?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하는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2006년 겨울 한미FTA 집회에 나온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경찰에 맞아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사람이 있었고, 서울시청광장에서 집회를 못하게 하려고 시청광장을 경찰차로 막고.
    이런 일들이 이명박 정부에서만 있었던게 아니었죠. 이미 참여정부에서도 흔히 있었던 일이죠.

    그런데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현 이명박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습니다.

    한미FTA를 두고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부릅니다. 참여정부 관계자들도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부르는 한미FTA의 99%의 내용이 바로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 진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이게 바로 비극입니다. 민주당이 다시 집권을 한다고 달라질까요. 이런 인식하에서는 아무리 민주당이 집권을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해도, 노무현이 잘못한 것은, 실수한 것은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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