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紀行文 – 다시 이스탄불로!

2014년 12월 22일 다시 이스탄불로!

아침에 일어나니 일기예보 그대로 괴레메에는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차피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하더라도 타지 못한 열기구였던 것이다. 하지만 운 좋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 “김수현” 투어가이드, “빨리빨리” 운전사, 리얼터키 직원 등등 – 도착 당일 열기구를 탈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들 모두 돈을 받고 하는 일이었지만 그런 이들의 도움 없이 어떻게 멀리 동양에서 온 까막눈 부부가 열기구에 탈 수 있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함께 사는 사회”라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에피소드였다.

설경이 펼쳐지는 호텔 식당에서 조식을 마치고 – 식당에서 마주친 전날 도착한 중년 한국인 부부 중 미모의 부인은 무척 신이 나 있으셨으나 지상 투어나 가능할지 걱정이셨다고 – 급히 서둘러 공항까지 우리를 태워다 줄 셔틀에 올라탔다. 오히려 열기구 타기보다 위험한 부분은 이 부분이었다. 셔틀이 눈이 질척해진 경사로를 올라가려다 계속 미끄러졌던 것이다. 아내의 증언에 따르면 운전사의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고 한다.(헐) 결국 다른 길로 돌아 카이세리 공항에 도착, 실질적인 이스탄불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후 찾아간 이스탄불에서의 첫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였다.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기존에 원주민이 살던 집을 같이 공유한다는 개념의, 이른바 “공유경제” 주거와는 다소 다른 주인은 다른 곳에 기거하며 3층짜리 빌딩 전체를 하숙집 개념으로 만들어놓은 곳이었다. 집주인 울루타스는 친절하게 우리를 대했지만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적인 친절함이었다. 이사탄불 시내의 소위 “구시가지”에 위치한 숙소의 주변은 다소 남루해보였다(나중에 보니 구시가지라서 아무래도 시가지가 낡았던 것이다).

짐을 풀고 현지 주재원으로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는 지인이 초대한 저녁식사를 위해 서둘러 시내로 향해야 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트램역까지 도보, 트램을 타고 종착역인 카바타쉬에서 하차, 거기서 버스를 타고 베벡에서 하차,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라고 국내에 알려진 스타벅스에서 지인과 조우하여 다시 택시를 타고 레스토랑 맞은 편 바다에 하차,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목적지에 도착…이라는 멀고 험한 여정을 통해 도착한 곳은 보스포러스해협2교1 아래의 라시버트 레스토랑이었다.

보트를 건너기 전에 보트 정거장을 찾지 못한 지인이 헤매는 동안 일행이 해변에 개와 함께 있던 어느 노인에게 길을 물었다. 그런데 사실 그 노인은 홈리스였다. 술도 한잔 하셨는지 약간 불콰한 얼굴을 하고서는 우리를 이끌고 몸소 정거장을 찾아 알려주셨다. 낯선 동양인과의 어울림이 재밌으셨는지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우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보트에 올라탈 때까지 우리를 지켜보셨다. 그 모습이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화려하고 세련된 터키 사람들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던 것이 아직도 잔상에 남는다.

그렇게 숨가빴던 이스탄불에서의 첫날은 막을 내렸다.

  1. 정식 명칭은 Faith Sultan Mehmet 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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