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Care

요즘 ‘매사귀차니즘’ 시즌에 접어들어 시사를 따라잡고 있지는 않지만 대강 살펴보기에도 큰 집 미국에서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헬스케어의 개혁이다. 시사만화는 헬스케어 개혁의 부진함을 질타하고 있고 오바마는 트위터에서 헬스케어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트위터 이용자들이 의회를 압박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주된 논점은 헬스케어를 여태 그래왔듯이 시장(市場)에서 공급하게끔 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공공에서 공급하게끔 하여야 하는지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 다만 그 폭에 있어서는 좌우 양쪽에서 치열한 공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폴 크루그먼은 블로그에서 왜 헬스케어가 비시장적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헬스케어는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하나는 당신이 언제 치료를 필요로 할지 치료가 필요한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런 상태라면 그 치료는 매우 비쌀 수 있다. [중략] 소비자선택은 헬스케어에 있어서만큼은 난센스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의 보험회사를 믿을 수도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건강, 또는 당신의 건강을 위해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헬스케어에 관해 두 번째 특징은 그것이 복잡해서 당신의 경험이나 또는 비교 구매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이다.[중략] 그러나 자유시장의 법칙에 근거해서 성공한 헬스케어의 사례는 없다. 단 한 가지 단순한 이유인데 헬스케어에서 자유시장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There are two strongly distinctive aspects of health care. One is that you don’t know when or whether you’ll need care – but if you do, the care can be extremely expensive. [중략] Consumer choice is nonsense when it comes to health care. And you can’t just trust insurance companies either. they’re not in business for their health, or yours. [중략] The second thing about health care is that it’s complicated, and you can’t rely on experience or comparison shopping. [중략]  There are, however, no examples of successful health care based on the principles of the free market, for one simple reason: in health care, the free market just doesn’t work. [출처]

그는 요컨대 헬스케어라는 서비스는 (1) 소비자 스스로가 소비의 시기와 소비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는 특수성과 (2) 서비스의 형태가 복잡해서 – 즉 어떤 의미에서는 표준화가 어려워서 – 과거의 경험치나 비교견적이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우리가 이른바 공공재의 특성이라 이해하고 있는 비경합성이나 비배재성과는 다른 뉘앙스의 특성분석이다. 논리는 수긍이 가지만 일부 이견도 있다.

그런데 내 짧은 지식으로는 여전히 대부분 시장을 통해 공급되고 있는 허다한 보험은 어느 정도는 위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건강의 이상과 같은 불확실성 또는 잠재위험은 개인의 여타 삶이나 – 예를 들어 화재로 인한 재산 파괴 – 비즈니스의 분야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에 그것들을 제거(hedge)하기위해 이해당사자들은 보험에 든다. 또한 유사한 성격으로 외환이나 금리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각종 파생상품이 오늘날에도 시장에서 공급되고 있다.

폴 크루그먼의 입장을 확대해석하면 이러한 것들의 서비스는 시장에서 공급되어서는 위험하다는 논리로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현재 금융위기는 수요이든 공급이든 간에 통제되지 않은 그러한 각종 보험 성격의 상품들이 기초자산을 – 헬스케어로 치면 보험수혜자? -훨씬 초과하는 시장규모를 가지게 된 바람에 악화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 이제 크루그먼은 그것들도 사회화(또는 비시장화)시켜야 한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미국 금융권의 악성자산을 정부에서 인수해주는 것이 욕먹을 일이 아니라는 논리를 간단한 셈법으로 풀어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즉 기업의 이자비용이 정부의 이자비용보다 비싸서 할인율이 높으므로 악성자산을 정부에 이전시키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었다. 그 논리에 찬성하면서 그렇다면 왜 악성자산은 정부에 넘기는 것이 타당하지만 비즈니스는 여전히 사기업 혹은 시장의 영역이라 하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유지비용은 싸지만 기대수익은 시장보다 적다는 논리를 전개할 수도 있다. 즉 정부는 공적영역의 특징으로 간주되고 있는 – 이 또한 편견일 수도 있지만 – 경직성으로 말미암아 수익성의 극대화가 가능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연성 발휘가 핵심 포인트가 아닌 헬스케어는 정부가 떠안아도 되지만 그밖에 유연성이 요구되는 보험시장이나 파생상품시장은 여전히 시장의 영역으로 남겨놓아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왠지 혼자 북치고 장고치는 느낌이지만 요는 이렇다. 건강은 인간의 생로병사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대체소비나 소비감소 등의 시장변동성이 거의 없는 상품이다. 소비자는 그 서비스로부터 역으로 선택당하는 입장이고 그 형태도 매우 복잡하여 시장으로부터 그것을 공급받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고 유지비용이 싼 정부가 공급한다(또는 최소한 비시장화시킨다). 다른 불확실성이나 잠재위험도 그에 상응하긴 하나 그 정도가 덜하고 시장변동성도 있는지라 시장에서 공급하여도 무방하다(또는 더 효율적이다). 이 정도가 나름대로 구성해본 헬스케어 사회화 논리의 보론이랄 수 있다.(주1)

헬스케어는 전체 인류역사에 비추어 볼 때 공적 부조가 국가의 예산 범위 내에서 공급가능하다는 것이 실증된 이후부터 발달한 극히 최근에 시작된 서비스다. 그 기간 동안 대부분 국가는 그 서비스를 일차적으로 시장 바깥의 부문에서 공급하였지만 미국은 그것을 철저히 시장화 시켰고 그로 인해 그 짧은 기간 동안 서민들이 많은 고통을 겪어 왔다. 갈 길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헬스케어 시장을 둘러싼 엄청난 이권과 사회화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알러지 반응이 그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에 올바르게 헬스케어를 개혁하여 손가락이 두 개 잘린 사람이 보장범위가 한정적이어서 어느 한 손가락만을 봉합할지 선택하여야 하는 나라가 안 되길 기원해본다.

(주1) 파생상품 등을 그럼 마냥 시장에 내버려두자는 이야기냐 하면 그것은 아니라는 것쯤은 이 블로그에 몇 번 오신 분들이라면 익히 아실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생략

6 thoughts on “Health Care

  1. 지혜의길

    크루그먼이 인용한 Kenneth J. Arrow의 아티클에 헬스케어 수요의 특성에 대해 이런 설명이 있네요.
    헬스케어의 수요는 죽음, 치명적인 기능 손상 등 개인 integrity의 파괴에 대한 상당한 가능성과 관련되어 있고, 특히 개인의 돈 버는 능력의 감소 또는 완전한 상실을 가져오기 때문에, 다른 재화나 서비스에 비해, 리스키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 고비용의 리스크이다.
    이런 점들이 금융 파생상품이나, 손해보험과 헬스케어가 다르게 취급되어야 하는 이유라는 그런 논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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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손해보험, 화재보험 등도 건강상의 문제와 결부되는 지점이 많죠. 의료보험이 아닌 일반 상해보험이나 종신보험도 그렇고… 굳이 다르게 취급하여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제 생각엔 오히려 소수자 보호/약자 보호의 측면이 더 강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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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혜의길

    그리고, 이 글 중에 어느 블로그의 악성자산의 정부 인수에 관한 내용은 저도 처음 읽었을 때, 아주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었읍니다. 어떻게 자산의 소재를 이전하는 조치만으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일까? 당시의 저 나름의 분석은 이런 것이었읍니다. 그 부실 자산 고유의 위험은 높고, 그것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은행들의 자본비용은 따라서 높은 상황이지만, 그 자산을 미국 정부가 인수한다고 할 때, 미 국채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에 대한 신용을 믿고, 단지 부실자산 인수 때문에 국채가격을 디스카운트 하지 않을 것이다. (국채 조달비용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부실 자산을 미국 정부가 떠안게 될 때,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감수하는 잠재적 손실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 자산이나 모두 미국 정부로 이전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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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harmless

    맛있는 삼계탕 찾아 드시고, 귀차니즘 시즌에서 벗어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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