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k 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미래

최근 보험에서도 변액(變額)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퇴직연금에서도 확정기여(DC)형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 2008년 말 현재 투자실적에 따라 변화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비중이 30.9%이며, 현재도 중소사업장의 가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經濟週評[국내 가계 자산이 불안하다], 현대경제연구원, 2009.7.31, p7]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영어로 Defined Contribution Retirement Pension이라는 표현을 해석해놓은 개념이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외부금융기관에 위탁하여 관리운용함으로써, 기업이 도산하여도 퇴직급여가 보장되도록 2005년 12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시행과 함께 마련된 제도다.

각 회사는 노사 합의에 따라 확정급여형퇴직연금(DB:Defined Benefit Retirement Pension )과 확정기여형퇴직연금(DC) 중 택일할 수 있는데 ‘확정급여형’이 이전의 통상적인 퇴직금과 유사하게 지급받을 급여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퇴직연금제도라면 ‘확정기여형’은 금융기관의 기금운용에 따라 원금손실이 있을 수도 있는, 변동성이 큰 연금제도라 할 수 있다.

즉 DC형이 우리말에는 ‘확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수혜자인 노동자 입장에서 ‘확정’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운용기관의 능력, 시장상황 등에 따라 수익률이 변하며 심한 경우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개인이 리스크에 노출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이 DC형 퇴직연금 비중이 계속 증가상태라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개인이 리스크에 노출되는 퇴직연금의 비중이 늘어날까? 두 방향에서의 동기가 있을 것이다. 즉 해당기업의 입장에서는 DB형과 달리(주1) 기업의 비용을 고정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것이다. 또 하나는 개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연금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것이다. 결국 DC형 DB형 어느 형태가 우월 하느냐는 것은 각각의 입장 차이에 다르지만, DC형이 개인에게 리스크를 전가시킨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2000년 이후 금융기관의 건전성 강화로 인하여 금융기관은 자신의 리스크 부담을 개인에게 이전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음. 국내 금융기관도 위험자산 보유 축소와 더불어 위험부담을 개인 등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이 확산. 대출 금리조건에 있어서 변동금리 추세, 예금상품에 있어서 시장성 상품의 증가, 보험상품에서의 변액보험 증가 등이 대표적인 위험전가 사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개인들의 직접적 자산관리 욕구 증대(DC형 퇴직연금 등이 대표적)[經濟週評[국내 가계 자산이 불안하다], 현대경제연구원, 2009.7.31, p9]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DC형 퇴직연금 중 하나인 401(k)를 둘러싸고 투자손실에 대한 투자자(즉 연금가입자)와 운용기관 간의 갈등은 왕왕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각 개인들의 연금을 모아서 운용하는 연금펀드의 경우에는 어떠한 퇴직연금 형태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그 리스크의 정도가 비례하여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각국의 연금펀드는 명암이 크게 엇갈린 것으로 드러났다.

OECD가 최근 발간한 연금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연금 시장이 낮은 수수료 부담, 안정적 운용, 높은 연금저축률 등 대부분의 연금 평가 항목에서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남. 연금펀드들의 성과 측면에서도 아이슬란드의 연금 시장 규모는 평균 9.2%감소에 그쳤으나, 영국은 평균 13%, 스웨덴은 평균 20% 가량이 감소함. 아이슬란드는 네덜란드 및 스위스와 함께 DB형이 연금제도의 초석이 되는 국가 중 하나로서, 아이슬란드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데에는 연금시스템의 특성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DB형 중심의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 비해 DC형과 401(k)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타격이 훨씬 더 컸음.[자본시장weekly, 자본시장연구원, 2009-30호(2009.7.28~8.3), pp2~3]

물론 전반적인 매크로 위기 상황에서 DB형이 덜 손실을 입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역으로 전반적인 상승장에서는 오히려 DB형이 덜 이익을 얻는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요점은 결국 개인의 자산 중에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금융자산이 점차 리스크 노출형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금융자산의 대부분이 은행예금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신이 노후에 기댈 자산이 시장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개연성이 더 큰 상황이라는 점은 알아둬야 할 것이다.

(주1) DB형 역시 운용하는 금융기관이 각종 투자행위를 하지만 손실이나 이익에 대해서 기업이 추가부담 혹은 수익을 수취한다.

4 thoughts on “Risk 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미래

    1. foog

      사회총투자전선으로 나아가는거죠 🙂 그런 의미에서 투자의 사회화는 어느 정도 달성은 되었습니다만 문제는 그것의 통제권을 소수의 권력이 틀어쥐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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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펀드맨

    DC형 퇴직연금때문에 가계자산이 불안하는 타이틀은 펀드때문에 가계자산이 불안하는 것과 똑같은 말입니다. 또한 위험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표현역시 DC형은 위험하다는 네가티브한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주가가 높아지면 DB형이 욕을 먹고, 그 반대 상황이 되면 DC형이 욕을 먹는 것은 변동성 상품의 기본적인 운명인듯 합니다.

    DC형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펀드에 넣는것과 동일한 개념인데, (물론 예금을 선택하면 확정금리 상품으로 저축할 수도 있습니다) 위험한 것은 DC형 퇴직연금이 아니라 자산관리에 대한 개념이 부재하고 스스로의 욕심을 다스리지 못하는 개인들의 낮은 투자의식이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니 않나 싶습니다.

    정리하자면 DB형과 DC형은 회사의 상황(재무/급여수준/성장성)과 개인의 상황(투자경험, 위험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선택되어야 하는 것이지 어느것이 위험하다 아니다로 일반화 하는 것은 위험한 일반화 인것 같습니다. ^^

    그저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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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본문에서 ‘전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현대경제연구원의 표현을 그대로 한번 빌어온 것이고 다른 표현들은 제목을 포함하여 ‘리스크에 노출’되었다고 표현하여 나름대로 가치중립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하였다는 점을 감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하신 바, 그리고 제가 본문에 적은 바 DB형과 DC형은 어느 한 상품의 우열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혹시 기회가 되셔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찾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자산구성이 거의 대부분 경기에 민감한 형태의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최근 증가하고 있는 DC형 퇴직연금도 그러한 맥락에서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음을 논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도 그렇고 제 글도 그렇고 그때의 리스크는 엄밀하게는 ‘위험’하다라는 직설적 표현과는 뉘앙스가 다릅니다. 이를테면 ‘돈을 버는 것’도 리크스의 일종이니까요. 그러한 취지에서 글을 이해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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