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자본이 집권하는 선거

어쩌면 이번 대선은 일개 정당, 또는 일개 정치인이 정치권력을 잡는 선거가 아닌 자본권력이 실질적으로 정치권력까지 접수하는 선거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경우 정치권력이 자본권력을 종속시킨 상태에서의 정경유착이 이루어졌거나 혹은 일단 자본과 독립적인 제스처를 취하다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자본권력과 친해지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력 대선후보와 다수당이 그 어느 때보다 자본, 특히 재벌과 독점언론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은행소유

일차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금산분리 철폐’가 있다.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이회창 후보는 홈페이지에 정책 올릴 시간이 없어 아예 깨끗이 비워두었기에 그의 정책이 이명박 후보 혹은 한나라당의 정책과 같다고 간주할 때 50%를 훨씬 웃도는 후보들이 자본의 은행지배를 허락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의 폭로덕분에 우리는 이 정책이 삼성이 핵심적인 이해당사자임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최근 이명박 후보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까지 거론하였다. 이는 실질적으로 국가가 고유의 금융정책 집행수단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며, 국가경제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금융기능을 마비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이후보는 13일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강연 자료에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민영화함으로써 20조~3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중소기업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하는 전형적인 물타기다. 그는 또 국책은행의 인수주체를 국민연금이나 중소기업의 컨소시엄을 지목하고 대기업을 차별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했는데 인수규모로 봐서도 비현실적일뿐더러 정녕 그가 이런 계획이라면 현행 은행법 체제에서도 얼마든지 추진이 가능한 사안이므로 이를 금산분리와 연계시킬 이유가 없다.

신문의 미디어 제국화

또 하나 노골적인 편들기 정책은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신문언론이 사활을 걸고 있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혹은 교차소유 허용’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해에도 방송개혁이랍시고 공영방송의 민영화와 신문의 방송소유를 골자로 하는 각종 법안을 계속 상정하고 있던 상황이다. 이명박 후보는 이 역시 허용할 방침이라고 선언하였다. 더불어 최근 앞서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와 함께 강력한 공기업 민영화 방침을 밝혀 지상파 방송의 민영화 방침을 밝힌 셈이 되었다.

문제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내지는 교차소유가 조중동이라는 3대 신문사가 신문시장의 70%를, 지상파 방송이 방송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독과점 구조를 더욱 강고하게 만들어 이 나라에 거대한 미디어 제국이 탄생함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곧 한 개의 미디어 기업이 생산해내는 뉴스를 신문, 방송, 라디오, 인터넷 등 모든 매체에서 귀가 따갑도록 접하게 되는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국토를 파헤칠 운하건설

이와 더불어 이미 끊임없이 그 타당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애물단지 ‘경부운하’가 있다. 운하를 파는 목적도 바뀌고 그 사업성도 바뀌고 뭐 하나 온전하게 그 실체가 밝혀진 것이 없는 경부운하는 이제 이름과 그 추진방식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추진방식은 민간투자사업으로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예산을 절감하겠다고 한다. 신공항철도를 보면 잘 알겠지만 민간투자사업은 거저먹는 사업이 아니다. 시설의 건설비에 운영비까지 합쳐 일정 수익률로 매년 민간에게 지불하여야 하는 사업이다. 그 채무는 현 세대 뿐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짊어지게 될 것이다.

서민복지에는?

반면 그의 홈페이지에 쌓여있는 각종 선심성 복지공약에 대해서는 그 실천의지가 의심스럽다. 한 예로 보육문제나 교육문제를 보자. 이 후보는 얼마 전 한 어린이집을 찾아 “보육 문제도 중요하지만 방과 후 교육문제도 중요하다”며 “방과 후 학교가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선생님의 수가 적고 임금도 적어 높은 수준이 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16일 ‘공공부문 슬림화 구상’에서는 공공부문의 민간이양과 공무원 수 동결을 이야기했다. 공공부문의 개혁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의 갖은 복지공약과 ‘공공부문 슬림화 구상’은 상호 모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울한 점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추세가 현재 범여권의 후보가 집권한다 하여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사회공공성의 대폭적인 축소를 가져올 한미FTA는 현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시킨 사안이다. 그것만으로도 차기 정부가 반외세 정부여야 하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위 자주세력의 반한나라당 노선은 착시현상임을 알 수 있다. 정동영 후보의 최근 좌향좌 행보가 그간 그가 보여 온 보수적 행태를 살짝 가리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요컨대 현 상황은 신자유주의화와 자본승리를 위한 세계화에 대한 저항은 단순히 정치권력의 이양이 아닌 좀 더 폭넓은 범위에서의 과제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2 thoughts on “이번 대선은 자본이 집권하는 선거

  1. 류동협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국이 신자유주의를 공고하게 될까 걱정이 되네요. 민노당도 좌표를 상실한 듯 보이니 그다지 대안이 없어보이네요. 한국도 우경화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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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민노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분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여튼 우파와 자산가들은 노무현이 닦아 놓은 고속도로 신나게 달릴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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