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주택 단상

반값아파트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로망이다. 정주영의 말 그대로 “반값아파트”가 그랬고, 홍준표의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주1)이 그랬고, 현 정부의 “지분형 아파트”가 그랬다. 하지만 그러한 구상들은 제각각 이런저런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실현되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생산될 아파트들이 결국 불완전 상품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즉 소유할 자산이 온전히 구입자들의 재산권 행사에 적당치 않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재산권 행사를 온전히 할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주택에 대해 사회 상당수가 사용가치 지향적으로보다는 교환가치 지향적으로 사고하는, 그리고 주류사회가 그것을 당연시하는 현실 속에서 그 재산권의 행사가 온전치 못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반값아파트’는 어쩌면 이 사회에서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유니콘(?)과 같은 존재였다. 적어도 “보금자리 주택”이 나오기 전까지는.

존재 불가능한 ‘반값아파트’를 갑자기 정부에서 공급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까닭은 무식할 정도로 단순하다. 바로 싼 땅에 짓겠다는 것이다. 여태의 정권이 건드리길 꺼려했던 바로 그린벨트를 해체하여 아파트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여태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안한 – 미래세대를 위해? 아니면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 것을 현 정부는 거리낌 없이 해내버렸다. 수십 년간 짓눌려온 지주들의 보상심리로 인해 땅값이 정부의 의도만큼 낮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예측이지만 현 정부라면 또 억지로 싸게 사들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해야 한다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오히려 도시 연담화의 촉매제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인정되던 그린벨트가 사실상 이번 조치로 인해 해체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녹색시대를 외치는 정부에서 말이다. 결국 자생적으로 팽창하는 서울과 인근도시들의 희미한 경계선 역할을 해오던 그린벨트는 그 의미가 퇴색되고 실질적으로 수도권은 한국 인구의 1/4 이상을 수용하는 초거대 도시권으로 성장할 것이다.

한편 조선일보의 어느 칼럼도 주장하였듯이 보금자리 주택의 전량을 임대하지 않고 상당 부분을 분양하는 것은 현 정부가 이것을 기회로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를 이끌어보고자 하는 욕망이 숨어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막대한 시세차익이라는 기대감이 바로 보금자리 주택의 흥행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그것의 분양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무주거기간과 환매제한 기간의 도입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 제도가 판교에서 얼마나 쉽게 무력화되었는지는 시장(市場)이 더 잘 알고 있다.

진정 현 정부가 반값아파트를 그들이 수요층으로 생각하고 있는 월 300만 원 이하의 서민층에게 공급하고 싶다면 서울시의 시프트처럼 장기임대로 내놓던가, 아니면 최소한 분양분에 대해 투기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도록 환매제한 따위의 꼼수부리지 말고, 분양분을  정부가 다시 물가상승분만을 반영하여 되사는 방식을 채택함이 옳다. 그러면 지금처럼 청약통장이 갑자기 금값이 되는 등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달아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시장의 냉철함은 정부가 바라는 바가 아니긴 하다.

결국 보금자리 주택은 △ 주장하는바 정말 땅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가 △ 반대로 지주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인정해줄 수 있는가 △ 그린벨트의 고유목적을 훼손하는 일은 없는가 △ 실수요 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가 △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지는 않을 것인가 등 허다한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4대강 몰아붙이기가 그러한 것처럼 이 정책도 반대자들이 생각할 틈을 갖지 못할 정도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기 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랄 수 있을까?

(주1) 아파트 분양시 건설회사는 건물만 분양하고, 대지는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무주택 서민들에게 원가 수준으로 사실상 영구 임대함으로써 아파트 분양가를 낮춘다는 주택공급 방식

7 thoughts on “보금자리 주택 단상

  1. reple

    보금자리 주택은 전량임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린벨트를 풀어서 하는 녹색성장은 MB정부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Reply
  2. 이미 누군가가 앞서서 다 해본것들을 시절 바뀐뒤 한번더 써먹으려니
    잘안되고 잘안되면 바로 다른거 해보고 안되면 또 다른거 하고.
    바쁠수 밖에 없죠.

    그나저나 윗글에 거론된 그 집들은 ‘로또’가 되지 않을런지..

    Reply
  3. Pingback: gorekun's me2DAY

  4. navasota

    서울지역에 거주해야하는 사정이 있는 서민들이 많다. 그들이 현재 시세로 주택구입이 거의 불가능하다면, 대지는 임대하고 건축비만 내도록 하는 방안은 당연한 선택이다…비싼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 주거가 가장 목적인 사람에게 재산권 행사 (즉 시세차익이 있으니 팔아서 시세차익 챙기겠다는뜻을 삥돌려 말한것임)는 당연히 제한되어야 할것이라고 봅니다….

    Reply
  5. foog

    발표당시보다 다소 주춤거리며 떨어지는 아파트시세와 보상 및 절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속속 드러나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일부 강남주변생활권인 세곡지구와 우면지구 등을 제외하고는 부천옥길이나 시흥 및 남양주 등은 주변시세와 근접하거나 별 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요.
    http://detailbox.tistory.com/593

    Reply

댓글을 남겨주세요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