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존중은 꼰대남성의 생존전략이다

후생노동성의 <2013년 인구동태 통계월보 연계 개황>을 살펴보면, 20년 이상 함께한 부부가 이혼하는 건수는 1985년 2만 434건이었던데 비해 2013년에는 3만 8,034건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p110] 그래서 부부가 합해 매달 연금 수입이 30만 엔인 경우, 재판과 조정에서 아내의 노동비율이 절반으로 인정되면 이혼 후의 수급액은 1인당 15만 엔이 된다.[p113] 내가 봐온 경험에서 아내의 경우 월 15만 엔의 생활비로도 문제없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편의 경우는 거의 절망적이다. 특히 베이비 붐 세대 이전 남성들의 일상생활 능력은 놀랄 만큼 낮다. [p114] 따라서 남성의 경우 이런 사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가능한 이혼하지 않도록,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남성이 일밖에 몰랐다면 더욱 그렇다. 남자는 돈만 벌어다주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가정에서 남성의 역할을 바꿔야 한다.[p115]

후지타 나카노리가 쓴 <2020 하류노인이 온다>1라는 책에서 나온 구절을 요약해보았다. 사회복지사로서 오랜 기간 현장에서 활동하며 쌓은 빈곤, 특히 노인의 빈곤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구체적인 통계수치와 함께 버무려 쓴 이 책에서 저자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처참한 현실과 그 대책을 담담한 필체로 묘사하고 있다.

인용한 부분은 특히 급속하게 늘어가는 노령 부부의 이혼, 이른바 “황혼이혼”이 노인의 빈곤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간명하게 보여주는 상황이라 인용해보았다. 저자는 노년에 이르러 이혼까지 결심하는 – 특히 여성의 요구에 의한 – 상황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다만 이런 이혼으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저자는 경제적 악영향이 특히 집안 살림을 등한시한 남성에게2 치명적임을 경고하고 있다. 저자가 다른 부분에서 설명하지만 같은 돈으로 여성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아끼며 살 수 있지만, 남성은 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씀씀이가 여성과 같지 않다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 보아도 익숙한 풍경이다.

저자는 “황혼이혼”으로 인해 보다 큰 피해자가 될 개연성이 큰 남성 노인들에게 “이혼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충고한다. 여성멸시와 이에 대항하는 페미니즘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노년 남성들이 배우자를 – 나아가 여성을 – 존중하고 가사를 공유하는 것은 사회시류에 대한 자각을 넘어서 생존전략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1.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홍성민 옮김, 청림출판, 2016년
  2. 또는 동성(同性) 부부라면 바깥에서의 돈벌이를 담당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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