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B,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IB 플레이어들이 아주 맛나게 즐기던 비즈니스모델이 있었는데 해외 대체투자자산의 인수 및 투자 모델이 그것이다.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이 이 영상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특징으로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를 들고 있는데 이 비즈니스모델은 이러한 특징을 잘 활용한 모델이다. 즉, 예로 프랑스 마르세유에 도시화의 영향으로 빌딩이 하나 건설되었다. 이제 소유자는 자산을 매각하여 차익을 시현하려 한다. 지구화된 금융시장 곳곳의 인수후보에 홍보물을 뿌린다. 한국의 IB 플레이어들은 최근 몇 년간 이런 자산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연기금, 보험사 등이 주식이나 채권에 큰 재미를 보지 못하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인프라스트럭처, 부동산과 같은 대체투자자산에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편, 자산의 규모가 커서 투자의 의사결정이 늦어질 개연성이 있는데 여기에서 최근 급속히 몸집을 늘린 증권사 IB가 끼어든다. 빠른 매각을 원하는 매도자를 위해 혹은 증권사의 자체 판단으로 증권사는 해당 자산을 우선적으로 매입하겠다는 확약, 즉 자산인수(Underwrite)를 통해 자산을 확보해놓는다. 이후 통상의 방식으로는 자산운용사가 연기금, 보험사 등의 투자자를 모아 프로젝트펀드를 설립한 이후 이 펀드에 해당 자산을 넘기면서 인수 수수료(Underwriting Fees)를 수취한다. 전에 언론 등에서 많이 보도한 파리 라데팡스의 마중가 타워 인수 건이 대표적인 예다. 그야말로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에 딱 어울리는 비즈니스모델로 IB의 몸집을 키워왔던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들의 구미에 딱 맞는 비즈니스모델이다.

그런데 전례를 찾기 어려운 코로나19 사태로 – 역설적으로 국제화의 한 단면 – 이 비즈니스모델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심지어 비즈니스모델의 존속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마저 일고 있다. 지금 증권사들은 기존에 인수했던 많은 해외 대체투자 자산을 새로운 장기투자자에 넘기지 못하고 있다. 해당 자산이 있는 나라로의 여행의 자유가 제한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이런 일이 벌어지자 투자자들은 자산실사도 가지 못할 뿐 더러 가고 싶은 의지도 없는 상태다. 증권사는 자금조달 방식의 특성상 장기투자자산을 장기적으로 보유하지 않는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의 언더라이트 승인 후 통상 3~6개월 정도만 자산을 보유하고 이를 다른 장기투자자에게 넘겨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내부적으로 역마진이 발생한다.

현재 들리는 바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이 위기를 맞아 내부적으로 자산의 인수 시한을 어느 정도 연기해준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자산의 양도 문제만이 아니다. 앞으로 이러한 비즈니스모델이 지속가능한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해외여행이 자유롭게 되기까지 얼마만한 시간이 걸릴지 모르고, 그렇게 되면 투자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이 어떤 상황에서 어려워질지 가늠하기 어렵기도 하고, 향후 이러한 리스크로 인해 투자자산의 매각이 원활할 것인가 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참여자들 사이에서 공유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불가항력 사유에 자세히 기입될 새로운 리스크다. 많은 비즈니스 분야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국내 IB 시장도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된다.

3 thoughts on “국내 IB,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된다

  1. so picky (@so_picky)

    주요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의 먹거리였던 부동산 대체투자는 당분간 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를 위해서는 해외 실사를 거쳐야 하는데 출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보수적인 국내 투자 업계의 분위기상 담보가 확실한 단순대출 투자 건도 실사 없이는 투자가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https://m-sedaily-com.cdn.ampproject.org/c/s/m.sedaily.com/NewsViewAmp/1Z2N9POF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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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o picky (@so_picky)

    대체투자 관련 국내 공모 및 사모 펀드 설정액은 지난 11일 기준 240조7천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조3천억원(4.5%)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이 60조원 늘었음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선 월평균 증가액이 전년 대비 약 3분의 1토막으로 줄어든 셈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6130027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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