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를 오염시키는 거대한 욕망

인간을 비 ·바람이나 추위 ·더위와 같은 자연적 피해와 도난 ·파괴와 같은 사회적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건물을 말하는데, 가족구성의 핵화(核化)와 순수한 가정생활의 장소로서 소형화 ·단순화가 이루어져 가는 경향이 있다.

네이버에서 검색해본 주택(住宅)의 정의다. 지극히 당연한 정의인 것 같지만 뭔가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다. 보통사람들이 바라보는 주택에 관한 시각이 빠져있다. 주택은 많은 이들에게 투자의 대상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단순주거의 목적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주택을 선택한다. 그래서 역세권, 학군, 조망 등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들을 주관적으로 가늠하고 심지어는 연구자들에 의해 계량화되기도 한다.

진보진영에서는 그러한 시류에 저항하고자 주택을 ‘사회적 주거’의 개념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즉 시장이 주택을 ‘교환가치’ 추구의 대상으로 삼아 주거라는 본래의 목적의 달성이 점점 어려워지니 ‘사용가치’ 추구에 대한 주거권을 정립시키자는 주문이다. 그러한 요구가 정책적으로 표현된 것들 중 하나가 ‘공공 임대주택’이라 할 수 있다. 이 주택들은 공공적 성격에 부합하여 낮은 임대료 및 긴 임대차기간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임대주택이 서울시의 ‘시프트’다.

우리나라의 임대주택은 그 공급이 충분할까?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2008년 기준 93.6%에 불과해 아직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며 “특히 전체 재고주택(약 314만채) 대비 임대주택의 비율은 선진국(10~20%)에 한참 못 미치는 5.4%밖에 안 된다”고 한다. 서울의 상황이 그러니 전국의 상황도 이 정도이거나 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관계로 이른바 이사철이 되면 수시로 언론에 ‘전세대란’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시프트를 분양할 때면 경쟁률이 몇 십대 1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더 많은 공공 임대주택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행히 서울시는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건축 단지에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소형주택 비율도 낮출 계획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지자체의 의지가 이렇다 하더라도 걸림돌은 아직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임대주택/소형주택을 반기지 않는 시장(市場)이다. 소형주택 의무비율은 강남권 재건축 사업성의 핵심적 요소다. 더 적은 소형주택을 지어야 분양성이 좋은 대형주택을 지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논리다.

임대주택 역시 욕망에 사로잡힌 민원인들의 불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얼마 전 녹번동 국립보건원 부지에 시프트 10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간 직후 항의성 민원전화가 200통 이상 걸려왔다”고 했다. 겉으로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이들 민원인들의 의도는 간단하다. 싸구려 임대주택 때문에 자기들의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대형 아파트 단지에 지어져있는 임대아파트들에 철조망을 두르는 행위만큼이나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개발지상주의’에 찌든 인간들이다.

이러한 거대화되어 있는 자산증식에 대한 욕망이 정치를 오염시킨다. ‘경제만 살리면 된다’라는 지극히 단순한 구호 뒤에는 이 사회의 개발주의와 약자배제를 정당화하는 기제를 편리하게 무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운하나 4대강 정비사업이 ‘녹색’으로 치장하고 있지만 바로 뒤에 ‘성장’이란 단어가 나오는 것이 그 이치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진정한 ‘용산 참사’의 재발방지책 수립은 멀쩡한 집도 까부숴 재개발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임대주택 건설에 항의하는 그 욕망의 제거를 전제하여야 하는 것이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택을 재산의 소유로 하면 안 됩니다. 집 평수에 따라 인격이 달라지잖아요. 20평은 20평의 인격, 50평은 50평의인격,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주거 문제로 투쟁하기 전에는 이런 것을 몰랐어요. 일반 사람들이 자기가 25평인데 동창회에 가서 쪽팔렸어요. 그러면 기필코 내년에는 33평 가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이런 것이 잘못된 주택정책을 자꾸 부추긴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건설업체는 원하는 사람에게 맞추기 위해 더 넓은 평수, 더 좋은 집을 짓는 거죠. 앞으로 이사 올 사람들도 자기 앞에 떨어질 이익분만 생각해요. 거기서 살고 있는 원주민들 생각은 안 하는 거죠. 경찰이나 용역이 폭력적인 진압을 하는 데는 이런 사람들의 욕구가 숨어 있다고 봅니다. 일반 시민들이 자기도 모르게 그런 폭력을 지지하는 골이 되는 것이죠.[대한민국 개발잔혹사 철거민의 삶 여기 사람이 있다, 삶이 보이는 창, 2009년 p96]

9 thoughts on “이 사회를 오염시키는 거대한 욕망

  1. 시퍼렁어

    전그런 돈벌레들을 서울 한가운데 시설좋고 학벌좋은곳에 몰아 넣고 전기 철책을 둘러주고 싶습니다. 좋은 상권 교통시설 여의도 다 가져가도 좋아요 거기서 나온지만 말았으면좋겠어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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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omahawk28

    서울시 관계자에 말에 따르면.. 에서 링크가 네이버 백과사전으로 통하네요~
    제가 사는 곳은 동탄인데, 위에 나열되있는 상황이 여김없이 나타나는 동네입니다..
    꼭 동네에 디스트릭트 9이 생긴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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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물에서 숭늉 찾는 이야기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이런 모습들의 기원은 해방 직후의 일련의 사건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해방 후 부역자들에 대한 처벌 내지는 보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미군정에 의해 그들의 기득권이 더 공고해진체(하급 만주군장교가 갑자기 영관급,장성급 국군으로 상부에 있떤 일본인들의 공백을 채워 나갔던 식으로 관,군,경,제,학과 지주등에서) 다음 체제로 이행했고 이와 더불어 반공이라는 교조적 이데올로기가(적어도 한국에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라 할만한) 등장해서 개운치않은 면들을 덮게 되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식민지에서 독립국으로의 대전환기에 나타난 일반적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이 사람들의 의식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났나 싶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머리속에 ‘다른거 필요없다 출세하자’라는 생각이 경험에 의해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을 겪어오면서 더욱 공고해지고 세대를 넘어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합니다. 전적으로 추론입니다만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해방직후로 귀결이 되기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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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게다가 70년대 이후로 부동산은 정말 불패였으니까요. 경제성장과 더불어 불가피 했다고 하더라도 70년대 10년간 강남의 부동산 가격상승을 실질임금 상승과 비교해볼대 정부주도로 그때부터 폭탄돌리기를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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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출세주의와 한탕주의가 부동산과 만난 본격적인 시기는 아무래도 박정희의 영동(강남)개발 시대부터라고 봐야될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정치권의 부동산 뻥튀기를 통한 정치자금 모집도 본격화되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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