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바리안 사회주의 단상

12월 6일 실시된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에보 모랄레스 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로써 볼리비아 역시 맹방 베네수엘라와 함께 사회주의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이 확실하다.

그간 볼리비아 정부 역시 베네수엘라처럼 꾸준하게 에너지 시설 등의 국유화를 통하여 정부 재산을 늘려왔다. 덕분에 미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분류되는 이 나라의 경제상태도 많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Since 2005 GDP in Bolivia, one of South America’s poorest countries, has jumped from $9bn to $19bn, pushing up per capita income to $1,671. Foreign currency reserves have soared thanks partly to revenue from the nationalised energy and mining sectors. The IMF expects economy to grow 2.8% next year, stellar by regional standards.[Evo Morales routs rivals to win second term in Bolivian elections]

하지만 단순히 기존 자산의 국유화 등을 통한 국부 증대는 한계가 있다. 코카 재배농이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 가난한 농업국도(모랄레스 자신도 코카 재배농 출신이다.) 제조업 기반을 다져놓아야 한다. 관건은 역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성장 동력을 찾는 것, 그리고 그 성장 동력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모랄레스 정부는 현재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석유자원 개발 등 에너지 분야를 설정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볼리비아의 多민족 사회주의 헌법에 규정한 볼리비아석유개발공사(Empresa Boliviana de Industrializacion de Hidrocarburos: EBIH)를 설립, 2010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라 한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 투자자금의 확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석유자원 개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약 십억 불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유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심산이라면 투자자, 특히 해외투자자의 투자가 절실하다.

이 나라는 현재 천연가스, 석유, 리듐 등 자원개발이 매우 유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본,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브라질, 이란 등이 이들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볼리비아 광업국장 프레디벨트란 씨는 “現 볼리비아 정부는 이념 성향에 관계 없이 외국기업의 투자를 항상 환영하며 이윤추구 및 취득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세기 철저한 불모지였던 중동에서의 석유개발의 영광과 오욕의 역사가 연상된다. 대형유전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부나방과 같은 서구인, 엄청난 이권, 자원민족주의의 대두, OPEC의 설립, 주요 석유기업의 국유화 등 석유를 둘러싼 역사는 현대 경제사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역사가 볼리비아에서 작게나마 재현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민주주의를 지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서구열강이 석유자원을 위해 중동에서 절대왕정이라는 퇴행적 정치체제를 용인하고, 수구정치와 수탈적 자원분배 체제에 저항하는 이들을 착취하였던 것이 기존 자원개발의 역사였다면 이번에는 좀더 호혜 평등한 개발 파트너십을 구성할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 개발방식은 역시 유전개발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금융조달 기법인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될 것이다. 즉, 차주(借主)의 – 볼리비아의 – 부채상환 능력보다는 그 부존자원 내지는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하여 투자자와 대주(貸主)도 일정 부분 위험을 부담하는 금융기법이다. 일종의 벤처캐피탈인 셈이다.

성공의 관건은 일차적으로 부존자원의 예상 공급량이 되겠지만 그 외에도 투자수익의 분배방식, 해외송금의 보장, 해외투자자의 법적지위 보장 장치, 분쟁시 해소방안 등 각종 계약관계가 될 것이다. 투자계약, 넓게 보면 FTA, WTO 등에서 이러한 계약관계가 널리 다뤄지고 있고, 많은 이들이 국제계약을 비판하지만 역시 그 비판의 키포인트는 계약관계 자체의 거부가 아니라 상호공평한 관계의 여부와 공익성의 저해 여부다. 잘 맺어진 계약관계는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즉, 볼리비아 정부 입장에서 볼리바리안 사회주의의 향후 진로는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에서 투자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계속하여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의 특혜에 의존하는 사회주의 노선은 ‘지속불가능한 사회주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참고 글 : 볼리비아, 석유개발공사설립[KOTRA]

3 thoughts on “볼리바리안 사회주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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