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수주, 관전 포인트 하나

200억불의 원전수주에 오늘 언론이 난리법석인 것 같은데 외신 역시 이 소식을 비중있게 전하고 있다. 아래는 관련기사 중 일부다.

네 개의 시설 설치와 더불어 ENEC와 KEPCO는 또한 한국 투자자들이 이 프로젝트의 자본을 투입하겠다는 다는 주요조건에 합의하였다.

In addition to the delivery of the four plants, ENEC and KEPCO have also agreed to key terms under which Korean investors will have an equity interest in the project.[UAE Selects Korea Electric Power Corp. Team as Prime Contractor for Peaceful Nuclear Power Program]

결국 한국이 이 프로젝트에 주요조건(key terms)으로 자본을 투자하는 일종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아닌가 하는 짐작하게 하는 대목인데, 우리나라 기사에는 관련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다른 해외뉴스를 보면 이 사업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그는 UAE가 장래에 이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을 위해 수출기업들과 은행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 기법과 함께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e said the UAE could issue bonds in future to fund the project, in addition to the usual mix of project financing methods such as export agencies and banks.[South Korea wins landmark Gulf nuclear power deal]

‘조건’이라는 표현과 관련하여 국내언론 보도 내용에는 단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에 UAE에 추가적으로 조건을 제시한 것이 있었나.

“추가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은 없다. UAE는 지난 5월 3개 기업을 선정하면서 그 이후에도 일관된 원전자체의 경제성과 기술력과 경쟁력에 기초해서 선정을 하겠다는 것이 UAE 의 입장이었고 그 외에 다른 조건이 없었다. 다만 우리는 같이 협력에 도움이 되고자 원전이 수주될 경우에는 그것을 계기로 해서 한국과 UAE가 특별 경제협력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앞서있는 조선, IT, 반도체분야, 또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을 같이 공유한다든지, UAE 인력을 우리가 같이 양성하는 이런 협력을 해나가기로 했다.”[<일문일답>김영학 지경부 차관, UAE 원전 수주]

물론 위의 ‘주요조건(key terms)’과 ‘조건’은 다른 뉘앙스의 표현일 수 있다. 지경부 차관은 ‘조건’을 자본참여라는 당연한
수주조건이 아니라 일종의 ‘이면계약’의 뉘앙스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여하튼 외신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우리가 수주한 프로젝트는 프로젝트파이낸싱 기법이 도입될 것이고 수출국인 우리나라에서 투자자를 유치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는 점이다.

통상 이러한 국가적 규모의 수출장려를 위한 프로젝트에는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개입한다. 예비투자자로는 정책금융공사, 한국투자공사, 연기금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조달자본이 적게는 몇 억불에서 많게는 몇 십 억불에 이를지도 모르는 프로젝트이니 만큼 상당히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할 수도 있다. 관건은 순수한 투자타당성 관점에서 이 사업이 투자가치가 있는가 하는 판단일 것이다.

“내년부터 실사작업을 거쳐서 2011년부터 원자력 건설에 착수해서 2017년 1차 준공 들어가고 2020년까지 4개(매년 1개씩)의 원자력발전소를 건립”하는 초장기 프로젝트이니 만큼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조달규모와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에 2011년 착공은 매우 희망적인 스케줄로 보인다. 과연 이런 프로젝트에 우리나라에서 효과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을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15 thoughts on “UAE 원전수주, 관전 포인트 하나

  1. 뭔가 굉장히 깨끗하고 미니멀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킨도 그렇지만 TNM광고가 없어졌군요. 그리고 역시 ‘중동은 PF’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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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nkyung

    흠… PF가 주요 조건이였으면 단순하게 수주한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위험부담을 가지고 사업에 뛰어든 셈이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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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사실 그렇게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활용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 이상한데 우리나라 언론은 그것을 희한할 정도로 부각을 안 시켰고 굳이 그것을 국가가 위험을 부담한 사업이라고 말하는 것도 좀 과한 측면이 있죠. 여하튼 우리나라 언론들이 참 찌질하다고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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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T에 보니 이런 부분이 있네요.
    “By the terms of the agreement the Korean investors will have an equity interest in a joint venture that will operate and own the plants. Officials declined to give details.”
    그리고 두 번째 인용해 주신 기사 보면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In addition to the deal to design and build the plants, the Korean consortium expects to earn another $20 billion by jointly operating the reactors for 60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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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뭐 국내 언론의 생리야 펄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이게 이미 BOT프로젝트임은 국제적으로 알려졌음에도 그런 저간의 사정을 알리면 서로 – 언론, 건설사, 정부 기타 이해관계자 등등 – 피곤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구태여 적시하지 않겠다는 그 태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까요. 아는 놈만 피곤한 인생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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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우리나라가 200억불을 써 냈는데 프랑스보다 160억불이나 쌌군요.
    어쩌면 두바이사태 때문에 UAE가 정치적 고려보다 경제적 선택을 하게 된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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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곰소문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라는 자명한 이치가 다시 한번 확인되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경우가 혹시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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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우리나라가 그런 경우가 있었냐는 질문이 어떤 뉘앙스인지 잘 이해가 안 가는군요. 사실 이 정도의 – 더 작은 규모더라도 – 오늘날 파이낸싱을 동반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거의 없습니다. 다들 일정 정도의 리스크를 수반하고 시행하여야 하죠. 뭐 지금은 40조 원이 넘는 프로젝트를 땄다고 난리부르스니 그런 경고(?)가 귀에 들어오겠습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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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곰소문

    foog님이 답변 달아줄지 모르고 좀 불친절한 질문을 던져버렸네요.
    그냥 세상을 향한 질문이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우리나라는 공짜로 무언가를 준적이 있었다는 반어법이었습니다.
    글로벌호X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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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sonofspace

    과대포장이든 어떻든 경제적인 이득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쳐도 진짜 친환경 에너지인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에 대한 지원 삭감은 주목하지 않고 본질적으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원자력을 수출했다고 좋아하는 모양새는 좀 꺼림직… 온실가스는 배출하지 않는다 해도 수만 년 동안 분해가 되지 않는 핵폐기물을 배출하는 원자력은 아무리 봐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에너지인데… 아무리 안전하게 보관을 한대도 미래 세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라늄 자체의 매장량도 한계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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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원자력’에 관한 문제는 참 계륵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발전원의 50%이상이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그 기술을 수출하였다고 하여, 그 기술력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하여 마냥 ‘원자력은 답이 아니다’라고만 부르짖을 수도 없는 상황같아서요. 좀 더 생각해볼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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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ryuhda

    며칠쨰 들어와보지 못하다 이제보니 심플하고 강한 디자인으로 바뀌었군요… 원전수주 건에서도 익히 알 수있는 사실 하나, 이제 말의 진정한 의미에서 이 땅에 “언론”은 희귀한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오직 프로파간다의 도구(Tool)로 기능할 뿐이죠. 독립언론이 미미한 확장성으로 인해 대안이 될 수없는 상황. 미디어의 역활이 유동하는 공포(바우만식 표현입니다)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절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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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네.. 기분전환으로 스킨을 바꿔봤는데 조만간 또 바꿀지도 모릅니다. 🙂 언론이 프로파간다를 좀 세련(?)되게 하면 모르겠는데 요즘 보면 너무 투박하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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