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썸머는 극중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말미에 가보면 알겠지만 또한 여름의 본래 뜻을 내포하여 인생의 다양한 단계를 은유하기도 한다. 수줍음 많이 타고 도전적이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조용한 성격의 남자 탐은 한 카드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한다. 건축가가 꿈이지만 맘속에서만 품고 있을 뿐이며, 사장의 새 비서로 온 썸머가 마음에 들지만 쉽게 다가서지도 못하는 그런 남자다. 그런 탐에게 접근한 것은 오히려 썸머 쪽이다. 영국의 락음악을 좋아하는 탐이 엘리베이터에서 Ths Smiths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헤드폰 사이로 흘러나온 멜로디에 썸머가 호감을 보인 것이다. 그 뒤 둘의 사이는 가라오케에서의 회식을 계기로 가까워져 연인도 아닌, 그렇다고 친구도 아닌 사이까지만 발전한다. 사랑에 대한 충고마저 한참 어린 여동생에게 듣곤 하는 탐은 그런 단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하지만 썸머는 어느 새 그의 곁을 떠나가 버린다.

소위 스크루볼 로맨틱코미디도 아니고 에피소드도 보는 이에 따라서는 밋밋하여 이걸 과연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로 보아야 할지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있을 수도 있는 그런 영화다. 끝의 해피엔딩을 삭제해도 극의 전체적인 진행에 별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피엔딩 영화라 보기도 어렵다. 전적으로 독립영화적인 감성에만 기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메이저 코드도 따라가지 않으며, 마이너장르에 가까운 음악들의 코드가 주요 에피소드에 쓰인다는 점에서 그런 유의 문화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플러스 점수를,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이거 뭥미’에 가까운 마이너스 점수를 받을 운명을 타고난 그런 영화다. 그렇지만 역시 사랑에 관한 분명한 사실, 그것은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Bittersweet Symphony이며, 사랑과 미움이 자웅동체라는 사실을 알 나이쯤의 사람이라면 십분까지는 아니더라도 6분내지 7분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에 사랑스러운 작품이기도 하다.

명동의 중앙시네마에서 현재 개봉중인데 들어오는 관객 수로 보건데 곧 막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멋진 사랑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서두르실 것.

LouderThanBombs.jpg
LouderThanBombs” by May be found at the following website: http://www.mediawiki.org/wiki/Manual:External_editors. Licensed under Fair use via Wikipedia.

영화에 두번 등장하는 The Smiths의 앨범 Louder Than Bombs의 자켓이미지

9 thoughts on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1. xarm

    상영시간표 보니 일단 이번 주 일요일까지로 잡혀있네요.
    몇몇 이웃 블로거분들이 추천해주시니 더더욱 보고 싶네요~
    서둘러야겠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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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xarm

      종로에 있는 단성사에서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추위에 떨지 않고 영화 보고 왔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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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나수

    하하하하 중앙시네마 추워요 진짜 ㅋㅋ 특히 조조로 볼 땐 아예 난방을 안 해놓는 듯. 그러고보니 스폰지하우스랑 인디스페이스 떠난 이후로 한참 안 갔네.. 이거 뭐 멀티플렉스 같은데는 일찌감치 내렸고 그나마 중앙시네마에서 좀 오래 하네요.

    마지막에 500에서 1로 휙 바뀌는 장면이 너무 좋아서 저는 해피엔딩으로 말끔하게 매듭 지어버렸죠. OST는 생각보다 한참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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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는 500에서 1로 바뀌는 순간.. ‘아 또 저짓을’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세상을 너무 험하게만 보는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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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harmless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보고 조이 드샤넬에 반했었어요.
    DVD로나 봐야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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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좀 알아보니까 조이(Zooey)라는 이름은 J.D. Salinger의 작품 Franny and Zooey에서 따온 것이더군요. 부모님이 센스있으신듯… 그 사실을 알고나니 Franny를 괴롭히던 Zooey의 모습이 이 영화의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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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Pingback: Red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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