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금융 시스템 붕괴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와 그 시사점

다행스럽게도 은행 업무가 대개 비밀에 쌓여 있다 할지라도 내부고발자라는 영웅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들 중 하나가 도이치뱅크 AG의 고용인이자 주주이기도 한 티팍 푸자니(Deepak Moorjani)인데, 그는 이 위기가 도래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그는 정확히 2006년 그의 상사에게 경고했었다고 한다. 무자니는 사모자본 분야 출신이었고 몇몇 소규모 회사의 이사회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의 임무는 이들 회사가 효율적이고 정직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무자니가 도이치뱅크의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그는 임금 인센티브와 관리부서의 감독부재가 과도한 위험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나는 내가 교육받은 대로 행동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도이치뱅크와 같은 환경에 처하다보면 그리 칭찬받을 짓이 아니었습니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다.
도이치뱅크는 AIG의 붕괴, 그리고 이어진 구제금융과 엮여있는 유명기업들 중 단지 하나에 불과했다. AIG와 같은 보험회사는 CDS를 통해 CDO를 보장했다. AIG는 누구나 끊임없이 치솟는 주택가격에 기반을 두고 계속해서 돈을 뿜어낼 것이라 여기고 있던 채권들에 대한 보험을 제공했다. 일단 CDO가 – 또는 그 안에 뭐가 있든지 간에 – 망가지기 시작하면 AIG는 이들 보험금 지급요구에 지불해야만 했다.
정부가 AIG에 대해 구제금융을 단행했을 때에, AIG는 정말 요구받은 대로 보험회사로서 행동했다. AIG는 납세자의 돈 중 900억 달러를 모기지 채권 – 그 중 일부는 서브프라임 – 이 기초자산인 CDO의 수퍼시니어(AAA보다 더 좋은 등급인) 트랜치에 대한 CDS에 대해 지불하기로 약속한 거래상대방 15곳에 건네줬다.
도치뱅크는 AIG가 납세자가 벌충해준 수십억 달러, 정확하게 18억 달러를 보상받은 회사다. 그 이후 SEC집행부서의 포지션에 도전하고 있는 무자니에 따르면 그 금액은 그 당시 도이치뱅크의 시가총액의 50%가 넘는 금액이다.
“만약 당신이 은행이라면 당신은 그런 계약들을(CDS : 역자 주) 온종일 써댈 수 있고 어떠한 투명성도 없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 계약들을 써대고 체결하는 직원들은 단기적으로는 보수를 받게 된다. 비록 장기적으로 그러한 계약들을 통해 손해를 보게 되어 세계 경제의 면상을 후려갈길지라도 말이다.[It Takes A Pillage, Nomi Prins, Wiley, September 2009, pp61~62]

규모는 많이 작지만 앞서의 <골드만삭스가 돈버는 법, 다른 버전>이라는 글에서 전한 골드만이 했던 행태와 비슷한 행태를 보였던 도이치뱅크의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특히 이 글은 그 사태에 대한 내부자의 시각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무자니라는 내부자가 바라본 부동산 금융시장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비이자수익 위주의 직원 임금체계
      • 관리부서의 감독부재
      •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과신
      • 그림자금융 시스템에서 과다하게 발행한 CDS 계약

투자은행 또는 일반은행의 IB 부문의 직원들은 많은 경우 계약수수료, 주선수수료 등 이른바 비이자수익을 통한 성과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상품보다는 초기 수수료가 많은 상품을 취급하는 편이 그들의 보수에 유리하다. 자연스럽게 전통적인 대출상품이외에도 CDO, CDS와 같은 신상품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한편 관리부서는 이러한 신상품의 특성에 익숙하지 못하였다. 복잡하게 구조화되어 있는 이 상품의 특성과 위험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였던 관리부서가 의존한 곳은 외부 평가기관이다.(we rate every deal” 참고하실 것) 하지만 그들은 해당 상품에 최고등급을 매겼다. 엄격히 감독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기초자산인 부동산은 계속 상승하지 않는가.

특히나 CDS는 정말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거래당사자들끼리 찍어내면 된다. AIG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수수료를 받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피보험자는 리스크헤지라는 명분이 있었기에 스스로도 뿌듯했을 것이다. 이제 부동산의 등락으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결국 AIG가 그 통에 망하긴 했지만 말이다.

위 특징 들은 우리나라 IB부문에도 CDS관련만 빼놓고는 – 우리나라는 시장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특징 들이다. 특히 매크로한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믿음은 오히려 선진국 시장보다 더 강한 편이다. 각국 부동산 시장이 망가진 현재까지도 우리의 시장은 붕괴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것이 견실한 실물부문의 성장을 통해 견디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분양 주택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정책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규제의 해체다. 이를 통해 부동산 자산가격의 평가절하(devaluation)는 인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다. 이렇게 높은 자산가격이 유지되면 향후 부동산개발에 들어가야 할 원가 역시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시장은 합리적인 가격이 아닌 거품이 쌓인 가격으로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 그런 상품을 파는 방법은 시장에 또 다른 환상을 불어넣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요컨대 적절히 평가 절하된 시장은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연장시키는 반면, 지금처럼 당장의 시장혼란을 두려워하는 정책은 많은 이들이 조롱하는 포퓰리즘적인 상황이다. 마이크로하게는 IB시장에서의 ‘게임의 법칙’(임금체계, 감독체계 등)을 이성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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