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 라는 희한한 상품

In wide-ranging testimony, Lord Turner also said that regulators should seriously consider preventing investors from buying credit default swaps on both corporate and sovereign debt unless they are using it to hedge an existing investment.
While downplaying the role played by so-called “naked CDS” purchases in the Greek debt crisis, Lord Turner said that a ban on speculative purchases “is something that should be discussed”.[FSA eyes role in approval of new products]

영국의 금융당국이 헤지의 목적이 아닌 소위 ‘네이키드 CDS’의 구입은 금지할 것을 심각히 고려중이라는 소식이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배경에는 그리스의 경우처럼 재정악화 상황에 놓여있는 국가들에 대한 투기성 CDS 구입이 해당 국가의 위험지수를 온전히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즉 투기자들이 특정단위의 CDS 구입에만 몰두할 경우 CDS 가격이 올라가면, 다른 시장참여자들은 그 단위는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CDS 가격은 더 오르는 자기 충족적 악순환이 반복될 소지가 있다. 이 현상은 실제로 지난해부터 그리스 등 재정위기에 빠진 국가들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 과정을 좀더 고급스럽게(?) 진행시키는 사례는 뭐가 있을까? 단순히 CDS에만 베팅하지 않고 아예 국가의 부채상황을 조작하여 시장의 눈을 속인 후 자신은 그 반대편, 즉 CDS에 베팅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최근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의 그리스 관련 파생상품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골드만이 그리스 정부와의 통화 스왑을 통해 그리스 정부의 부외부채를 조성해주면서 날선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사실은 이미 전달한 바 있다. 이 계약으로 그리스의 외화 표시 부채는 27억 달러 줄고 국가부채비율은 105.3%에서 103.7%로 줄었다 한다. 한데 골드만은 이 와중에 그리스 국채 CDS에 투자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골드만삭스 등의 대형 은행들이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대해 부채를 숨기는 방법으로 EU에 합류시키고는 그리스의 위기가 터지기 직전이었던 지난 해 9월에 바로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이 출자한 영국의 <마켓>이라는 회사를 통해서 이들 유럽지역의 나라들에 대한 CDS 프리미엄을 매매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었고 이들을 통해 그리스의 CDS를 잔뜩 사들였다는 것이었다.[미국, 과연 위안화 평가절상 원하고 있을까?]

물론 골드만이라는 회사는 초대형 기업으로 부서가 다양하기 때문에 각각의 부서는 그들 부서의 논리로 상반된 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골드만이라는 한 기업이 그리스라는 국가의 부채축소를 도우면서 반대편에서 그 국가의 파산에 베팅하는 것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더 나아가 그 정보를 조작하면서 자신의 이해를 도모한 꼴이다.

어쨌든 버냉키가 금융위원회에서 해당 거래에 대해 각별히 조사하겠다는 발언을 한 직후 그리스의 CDS 프리미엄은 단 하루에 33BP나 하락했다고 한다. 그리스의 사정이 하루아침에 좋아졌을 리는 만무하고 그동안 붙어있던 투기적 거래자들 중 일부가 포지션을 청산하고 나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해프닝을 바라보면서 과연 시장가격이란 것이 시장상황을 온전히 반영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다시 한번 갖게 된다. 전통적인 이론은 시장가격은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적정가격에 수렴한다고 말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이 현재와 같이 거대화, 소수화 되어 있는 상태에서 가격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사건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도가 발생하여 채권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하여 만든 CDS의 경우 부작용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최대의 보험사 AIG는 과도한 CDS의 판매로 망했다. 나아가 CDS 시장은 점점 더 헤지 거래자보다는 거래상대자를 실제로 망하게 할 수 있는 거대 투기거래자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시장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CDS의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채비율, 국채수익률, 회사채 등급 등 전통적인 신용평가기준은 시장의 미시적인 상황에 대해 늦게 반응한다. 게다가 이미 이번 금융위기에서 보았듯이 몇몇 지표들은 참여자들에 의해 조작이 가능하다. 결국 다수의 참여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CDS는 해당행위자에 대한 확실한 경고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다시 순환하여 돌아가서 때로 그 경고가 지나치게 약하거나 – CDS역시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과소평가되어 있는 경향이 있으니 – 지나치게 높거나, 심지어 이번 사건처럼 조작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금융의 세계화, 패거리 행동(herding behavior), 소수 투자은행 및 헤지펀드의 비도덕적 행위 등은 이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결국 우리가 더 객관적이고 공평한 평가지수를 개발하지 못하는 한에는 CDS 자체를 금지시킬 수는 없다. 대안은 첫 인용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네이키드 CDS’를 금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별 실효성 없는 대안이긴 하다. 여태 절대 다수의 CDS가 장외에서 거래가 되었는데 금융당국이 뭘 금한다는 것은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참 희한한 상품이다.

2 thoughts on “CDS 라는 희한한 상품

  1. foog

    CDS보장매도와 보험상품이 유사하여 외국의 경우 보험사의 참여도가 높지만 국내의 경우 보험업법 113조(타인을 위한 채무보증 금지)에 따라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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