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의 딜레마

캘리포니아의 가장 큰 세 개의 펀드들은 – 2008년 중반 현재 총 4,421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 그들의 예상되는 부채를 7.5%에서 8%까지의 수익률(rates of return)에 근거해서 산정하였다. 이 가정들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554억 달러의 차이(즉 부채와 자산의 차이 : 역자주)를 보이는데, 연간 개인분담금을 조정함으로써 쉽게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펀드 매니저가 20세기 동안의 미국 주식 상승률인 5.3%를 능가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장밋빛 시나리오는 타당해보이지 않는다. 스탠포드의 연구진들은 한층 더 보수적이고 — 과거 그리고 최근 역사 모두를 고려하여 — 현실적인 4.14%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대략 펀드들이 리스크가 없는 미재무부 채권에 투자할 경우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다. 이 결과는 공식수치보다 예상되는 단기부채가 10배 증가하는 것이다.[Pretend pensions]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진들이 캘리포니아 주의 연기금에 대해서 그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공식적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보다 현실이 더 가혹할 수 있다고 경고한 내용의 기사다. 인용한 부분은 향후 예상되는 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계산은 간단하다 잉여와 부채는 결국 유입과 유출의 차이로 설명될 것인바, 유입은 투자수익과 개인분담금이고, 유출은 지급할 연금과 운용비용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투자수익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 것이므로 관건은 투자수익이고, 이것을 예측할 때 수익률(rates of return)을 적용한 것이다.

연구진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7.5%~8%의 수익률은 매우 낭만적인 수치로 보인다. 어떤 상품이 매년 평균 그 정도의 투자수익을 안겨줄 수 있을까? 미국의 연기금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입장에서 주식편입비율을 높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기사에서 나와 있다시피 주식의 평균 수익률은 5.3%였다. 가장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은 미재무부 채권 수익률에 근접한 4.14% 정도 일 것이니 연기금 측의 입장은 현실과 많이 차이난다. 신문기사는 펀드매니저가 이런 “비현실적인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과도한 리스크”를 떠안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일단 수치상으로 별 차이가 없어보일지 몰라도 수익률이 4%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라는 것을 지적해둔다. 기간을 얼마나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4% 정도의 수익률이 매년 복리로 계산된다면 일정기간 후에는 수익이 순식간에 몇 배 이상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런 관계로 목표 수익률의 설정은 보수적으로 잡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신문이 지적한 바처럼 펀드매니저는 과도한 리스크를 떠안을 것이고, 그러한 리스크 부담의 대표적인 사례는 90년대 중반 바로 캘리포니아 주의 오렌지카운티에서 실제로 발생하였다.

결국 위와 같은 분석결과처럼 연기금의 예상부채가 비현실적일 경우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수령연금의 규모를 축소시키거나, 개인분담금 액수를 높이거나, 또는 두 가지 조치를 동시에 취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캘리포니아 만의 문제도 아니다. 프랑스에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연금제도의 개혁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역시 연금제도 이슈가 개혁이 시시때때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다수가 적자 보전 대책에는 부정적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러한 개혁은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오게 되므로 정치인들이 싫어할 옵션이다.

지난번 ‘2010년 대한민국 재정’ 관련 글에서 알 수 있다시피 우리나라는 아직은 이러한 연금고갈의 문제가 짧은 시일 내에 도래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적어도 현재까지 거의 30조원에 달하는 흑자를 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한 후부터 수령연금의 규모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다. 그러한 만큼 새로운 세대가 개인분담금으로 자산을 메워주거나 혹은 일정정도의 수익률을 시현하여야 할 것인데 둘 다 그리 만만해보이지는 않는다. 인구구조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눈먼 돈은 쉽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큰 판이 새로 짜여야 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후 자본주의의 성공을 보좌했던 연기금이 21세기 자본주의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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