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을 끌어다 경제위기를 노래하는 언론들

어제 주요언론에 보도되어 필자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기사가 있었다. 기사들은 각 언론사가 입맛에 맞게 작성했지만 제목이 대개 비슷하다. 기사제목들을 보자.

주한 외국인 39% “韓, 5~6년내 경제위기 온다” (이데일리)
주한 외국 경제인 10명중 4명 “한국 경제 5년내 위기 올수도”(한국경제)
주한 외국경제인 `5-6년내 한국경제 위기 가능성`(연합뉴스)
주한 외국경제인 “5~6년내 한국경제 위기 도래”(노컷뉴스)
“5-6년 내 한국경제 위기 가능성 있다”(머니투데이)

기사는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외국대사관의 상무관과 외국기업인 100명(응답 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주재 외국경제인들의 우리나라 대외경쟁력 전망’ 보고서에 관한 기사다. 제목에서 대충 짐작할 수 있듯이 설문조사에서 국내 거주 외국경제계 인사들의 39.3%가 5~6년 내 한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견해에 ‘그럴 수 있다’고 응답했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것이 39.3%의 의견이 소수의견임에도 떡하니 제목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전경련의 보도자료에 있는 응답내용을 보면 주한 외국경제인의 60.7%는 한국의 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해 ‘거의’(57.1%) 또는 ‘전혀’(3.6%) 없다고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음에도 제목에는 ‘주한외국인이 한국경제에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의견인양 유도하고 있다.

일단 전경련의 보도자료 제목부터도 “주한 외국경제계 인사 39.3%가 “5~6년 내 한국경제 위기가능성”에 공감”으로 편향된 제목으로 되어 있었고 이를 받아 쓴 언론들도 무비판적으로 – 심지어 보다 적극적으로(!) – 다수의견보다는 소수의견을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연합뉴스, 노컷뉴스, 머니투데이 등의 제목은 아예 해당답변이 일부의 의견이었음도 알리지 않고 있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주1)

기사는 이외에도 한국경제의 경쟁력 위협요인에 대한 외국경제인의 응답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응답은 분명 의의가 있다. 어떤 부분이 취약요소인지 제3자의 시각을 참고할 필요는 있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틈만 나면 경제위기론의 군불을 때는 언론의 자세다.

물론 40%에 가까운 경제인들이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 유의미한 숫자이긴 하지만 다수의견은 분명히 경제가 나빠질 것에 동의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또한 일단 설문 자체가 두루뭉술했다. 1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경영환경 속에서 ‘5~6년 이내에 위기가 도래할 것’이냐는 질문을 하면 아무리 경제전문가인들 의견이 제각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 않는가.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말들은 그렇게 하는데 가끔 보면 사상최고치의 수출실적, 역대최고의 사내유보금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경제는 분명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산업구조가 바뀜에 따른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바로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고용 없는 성장 등으로 술회되고 있는 양극화가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말하는 ‘경제위기’의 해법은 이와는 다르다. 기사에는 “불리한 국내기업 환경 요인으로 고지가, 고임금 등 높은 요소비용을, 강력한 노조와 노사갈등을, 과도한 기업규제”를 들고 있을 뿐이다. 결국 경제단체의 입맛에 맞는 해법을 제시할 뿐이다. 결국은 더욱 규제를 철폐하고 더욱 노동유연성을 강화하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주1) 한국경제의 기사는 더 가관인데 “외국 경제계 인사 10명 중 4명은 “앞으로 5~6년 내에 한국 경제가 큰 혼란을 맞을 수 있다”는 올해 초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기한 ‘위기론’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대체 이 상황에서 이건희 씨가 왜 등장하는가.

4 thoughts on “소수의견을 끌어다 경제위기를 노래하는 언론들

  1. 쟤시켜 알바

    요즘 먹고 살기 힘든가 봅니다. 하긴 신문도 안팔리고 맨날 저희한테서 욕먹고 그러니 좀 불쌍(?)하긴 하네요.
    얼차례좀 줘서 정신좀 차리게 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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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러게요. 정신차리게 ‘머리박아’라도 시키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나저나 필명이 멋지십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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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ainydoll

    저런것들 때문에 없는 위기도 생겨나는 판국인데… 저게 다 뭐겠습니까. 삼성 건드리지 말고 그냥 넘어가자는 거지요.

    삼성 무너지면 나라 망한다. 삼성 본사 미국으로 건너가면 어쩔래, 있을때 잘 해라. 이건희 일기가 우리나라 일으켜세웠다. 삼성이 세계 1등이다, 외국에 나가있으면 삼성 덕에 고개 들고 산다 등등…

    이 말들이 죄다 언론서 흘린 것들이죠. 쓰레기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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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오랜만에 뵙네요.

      뭐 다른 첨언할 의견이 없습니다. 세상이 코미디같은 세상이라서 …
      그리고 아이콘이 참 멋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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