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금리 동결이라는 초강수를 둔 미국

시장지상주의의 천국 미국이 가장 반시장적인 조치를 취했다.(사실은 시장지상론자가 반시장적인 조치로 위기를 돌파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6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모기지론을 끌어다 써서 내년에 3~4년차에 접어들어 이자 상환액이 커지는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5년 정도 현 수준의 낮은 금리를 더 적용해주는 내용이다.(주1) 이렇게 다수의 대출자를 대상으로 국가가 나서서 사금융의 금리를 동결시키는 것은 사상초유의 사태가 아닐까 싶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대책을 통해 약 200만 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상환금 부담이 현재보다 30%가량 늘어날 예정이었는데 이를 줄여줌으로써 연체에 따른 각종 신용위기로부터 일단 유예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대책의 문제는 분명하다. 전형적인 임기응변식 해법이라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5년간 유예될 뿐이다. 대출자들은 지금 갚지 않은 이자는 5년 후에 더 많은 이자로 갚아야 한다. 그 사이 그들의 소득이 크게 올라가거나 집값이 올라서 그 사이 집을 팔아 현금유동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또 하나 채권자들의 압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기대수익률이 대출자들의 혜택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정크본드가 되어버릴 위기의 채권이 이제 수익률까지 떨어진다면 채권자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벌써부터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두에 말했듯이 이번 금리동결 조치는 자본주의 천국 미국에서 취해질 만한 조치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비시장적 조치이긴 하지만 사실 그리 낯선 장면은 아니다. 미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은 항상 금리정책 등을 통하여 거시경제를 조절하여 왔고 단기적 위기의 순간에는 사기업들 간의 중재자 역할 및 자금유통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조치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 대책이 기준금리의 조절을 통한 시장금리의 유도가 아니라 직접 시장금리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문제는 앞서도 말했다시피 대책이 여전히 근본적인 치료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인 대안은 아마도 이자유예가 아니라 실질적인 이자감면 정도나 되겠지만 금융자본주의 천국 미국에서 가당키나 한 대안인가.

사족

미래를 한번 들여다보자. 한미FTA가 효력을 발휘하는 한반도에서 만약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즉 미국계 금융기관이 우리나라에서 신용등급이 불량한 이들에게 모기지론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주택경기가 하락하면서 연체가 늘어났고 금융기관이 큰 손해를 입게 되었다.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했음을 감지한 한국 정부가 금융기관을 모아놓고 금리동결을 지시했다. 그러면 미국계 금융기관이 취할 다음 행동은?

그들은 십중팔구 얼씨구나 하고 한미 FTA 에 포함되어 있는 “투자자-국가 분쟁 절차(Investor-State Dispute : ISD)”에 착수할 것이다. 이 제도는 투자자 쪽이든 투자 대상국 쪽이든 특정한 국가의 국내법이 아닌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믿어지는 국제법의 여러 규칙들을 준거로 하여 투자자의 투자를 국가가 침해하였는지 가리는 제도다. 비록 국가가 그것을 공익성에 근거한 조치라고 주장하여도 투자자는 시장가치로 투자를 보호받을 수 있다. 아마도 한국 정부는 금리동결 조치는 써먹을 수 없을 것이다.

참고할 글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71205164417

 

(주1)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특이한 금융구조라 할 수 있는데 2년차까지는 낮은 금리를 적용하다가 그 이후부터 금리가 높아진다. 일종의 조삼모사식 미끼다.

4 thoughts on “모기지금리 동결이라는 초강수를 둔 미국

  1. 신어지

    저런 조치들을 통해 결국 위기를 넘길 거라는 낙관론이 우세인데
    오히려 지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주는 신호처럼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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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본문에도 썼다시피 제 생각에 지금 현재 이자지불을 유예받는 이들이 5년 후에 살림살이가 더 나아진다는 보장을 할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내야할 이자는 5년 후면 더욱 불어나 있을 것이고요. 지금 망할거 5년 뒤에 망하자… 뭐 이런 기조가 아니라면 참 조삼모사격인 조치죠.

      그런데 시장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재무부의 이런 초유의 조치에 우려를 표하기는 커녕 주식시장이 상승했다죠. 정부나 시장이나 다 지금 앞뒤 못가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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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학자풍의 시장원리주의자들이야 시침 뚝떼고 모른 체 하고 있겠죠. 우리나라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했으면 지금 경제신문들 게거품 물고 난리났겠지만 말이죠. 🙂

      여하튼 금융시장관계자들도 대체적으로 이번 조치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데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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