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과 유권자들에게 한미FTA는 논쟁거리도 안 되나

지난 4일 미국 상원은 하원에서 가결되어 올라온 미국-페루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가결 처리하였다. 표결은 찬성 77표, 반대 18표 등 압도적 표차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그들의 전통적인 지지 세력인 노조를 등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결과는 조지 부시의 정치적 승리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미행정부는 이로써 좌파들이 세를 넓혀가고 있는 남미에서 자신들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현재 의회에 계류돼 있는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의 나머지 FTA의 조속한 비준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현재 대선을 살펴보자면 실질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건 이전의 어느 대통령보다 그들의 권력을 크게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바로 한미FTA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한미FTA가 국회비준을 거쳐 발효되면 이 나라에는 감히 통수권자도 헌법도 건드릴 수 없는 소위 투자자를 위한 치외법권이 생긴다. 그 치외법권이 가능하게 하는 무기는  협약에 장착된 “투자자-국가 분쟁 절차(Investor-State Dispute : ISD)”와 “간접 수용(indirect expropriation)” 등이다.

해외 투자자는 이들 조항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사적소유가 ‘이른바’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의 이익에 의해 침해받는 여하한의 행위에 대해 한반도 바깥에서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여태껏은 그나마 국세청이나 서울시가 론스타의 탈세행위를 적발해내고 세금을 추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미FTA 발효 이후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물론 헌법도 이들을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 대선 레이스에서는 상위 4명의 후보가 한미FTA를 찬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언론도 네거티브 그만 두고 정책을 논하라고 노래하면서도 정작 FTA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5천 년 이 땅의 역사에서 가장 큰 경제적 충격으로 다가올 – 찬성론자의 긍정적 의미이건 반대론자의 부정적 의미이건 간에 – FTA가 바로 차기 국회, 그리고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데도 누구도 마치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 양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에 비하여 미국에서는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하나인 힐러리 클린턴 및 당지도부가 표면상으로는 한미FTA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지기반인 노조의 – 특히 자동차 노조 – 표를 의식하여 그들에게 더욱 유리한 협약체결을 강제하기 위한 노림수이다. 협약 발효로 직접적인 피해계급은 양국의 노동자, 농민들이다. 민주당은 적어도 피해계급을 보호해주는 척은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여 폭력으로 진압하였다. 미국보다도 이념적 포지션이 우편향 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니 적어도 한미FTA에 대한 대권 주자들의 입장으로만 놓고 본다면 이번 대선에서의 주요 후보들의 차별성은 어떤 이가 주가조작의 혐의가 있고 다른 이들은 그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는, 이른바 통수권자의 준법정신과 도덕성에 대한 진흙탕 논쟁이라는 점 빼놓고는 별 의미가 없다. 물론 대권주자의 범법 혐의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바람에 어느새 FTA 대책을 비롯한 정책적 대안 제시가 바람에 흩어져 버렸다는 것이 문제다.

비관적인 전망으로는 한미FTA가 이번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리는 만무할 것 같다. 현재의 한미FTA를 공식적으로 반대 내지는 또 다른 대안을 주장하는 후보는 권영길 후보와 금민 후보 뿐이다. 둘의 지지율을 합쳐봐야 민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한 목소리로 한미FTA에 대한 대중과 정치권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그럼으로써 적어도 총선에서는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부터 한미FTA반대 내지는 재협상의 카드를 꺼내들게끔 하여야 한다.

5 thoughts on “대선 주자들과 유권자들에게 한미FTA는 논쟁거리도 안 되나

  1. 한동성

    좀 민망합니다만… 한미 FTA에 대한 금민 후보의 입장은 “조건부 찬성” 또는 “조건부 반대”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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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본문을 보니 표현이 잘못 되었군요. 고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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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들쿠달스

    대통령 뽑는데, 나쁜놈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데 혈안이 되있다니..
    중요한 사안이 묻혀 버리는 현실이, 깝깝하기만 합니다.
    대통령은 정책으로 뽑아야지, 선행상 주는 것도 아니고…
    물론, 불량후보가 출마할 수도 있는 현실때문이겠지만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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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많은 이들이 들쿠달스님과 같은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선거무력증이죠. 선거판이 신나는 놀이판이 되어야 하는데 참 불행한 일입니다.

      그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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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순진도윤의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한줌의 흙과 한뼘의 땅이거늘..

    저는 두아이의 아버지이자 한가정의 가장으로서 현재 중소기업체에 근무하면서 매달 250만원의 월급으로 평범하게 이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40대초반의 남자입니다. 제가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1987년 선거권을 처음 부여받은 후 이번 대통령선거가 저에게 있어서는 다섯번째 맞이하는 대통령선거입니다. 저는 정치를 잘은 모릅니다. 하지만 대통령선거를 10일 앞둔 지금..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밤에 잠이 오질 않습니다. 요즘들어 이땅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왜냐구요? 이나라가 온통 썩어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농사꾼이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우선 토양부터 기름지고 비옥하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사지을 땅에 때맞추어 거름도 주고, 물도 주고, 잡초도 뽑고하면서 토양이 썩지않게 잘 관리해야 할것입니다. 그래야만 그런 땅위에서 좋은품질의 열매와 곡식을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여러분!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씨앗은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기름지고 비옥한 땅에 뿌려진 씨앗은 주인의 정성스런 보살핌에 좋은 열매와 곡식으로 보답합니다. 예기치못한 천재지변으로 인해 나쁜결과도 물론 있겠지만요..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군사독재정권시절에나 있을법한 권력형 부정부패는 물론 정치권과 기업간의 뿌리깊은 정경유착의 온갖 비리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게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정치권을 비롯하여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계와 심지어는 교육계까지 깊숙히 뿌리내린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들.. 진실은 사라지고 법과 질서가 무시된 채, 온통 사기꾼들이 판치는 세상.. 사람들은 점점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순수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상실한 채 자기자신도 모르는사이 돈을 좇게 되고 또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며칠전 뉴스를 보니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규모가 세계11위라고 하더군요.. 7000억불 규모의 무역대국이 되면서 경제규모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죠.. 또한 IMF이후 후퇴했던 1인당국민소득도 이제 2만달러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경제규모는 커졌는데, 제 주변엔 여기저기 살기 어렵다는 사람들 뿐 입니다.

    저 또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무려 800만명에 달한다는군요.. 여러분 제가 지금 받고 있는 월급수준이 10년전에 받던 월급보다 약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현재 정규직임금의 약 2/3수준에 불과하구요.. 여러분 혹시 ‘88만원세대’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아마도 최저임금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들을 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께도 매년 대학졸업자의 30%정도에 해당하는 10만명이 넘는 고급인력들이 88만원세대 즉 최저임금수준에 불과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대선을 앞둔 요즘..사람들 입에선 이런 얘기가 나돕니다. 과거 대통령임기 5년동안 9000억이란 어마어마한 돈을 챙긴 전두환정권시절이 차라리 먹고 살긴 좋았다고요.. 그래서인지 여러리서치기관에서 조사한 대선지지율 및 선호도등을 조사, 발표하는 걸 보면 이율배반적인 민심이 반영된 결과를 역력히 볼 수 있습니다. 대선후보로서 가정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분명 도덕성이라고 말하면서도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온갖 의혹에 휩싸여 있는 후보가 줄곧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BBK사건 수사발표를 놓고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겠다 말하는 국민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1위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으니 말이죠.. 도대체 왜 이토록 선량한 국민들의 민심이 겉과 속이 다른 이율배반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 일까요? 제가 보기엔 딱 한가지입니다. 어느 누굴 대통령으로 뽑아줘도 다 똑같다는 것이죠.. 실제로 그동안 그래왔으니까 말이죠.. 국민들은 이제 질린 것입니다. 속된말로 학을 뗀거죠.. 도덕성은 대통령을 뽑는 최고의 덕목이 아닌 뭐 그까짓거 아무 쓸모없는 헌신짝처럼 돼버린것이죠.. 대다수의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한줌의 흙과 한뼘의 땅이 필요한 것입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당장 농사지을 흙과 땅이 없으니 말입니다. 기름지고 비옥한 땅은 국민들이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농사지을 것입니까? 아니죠~ 그럼 누가 농사 지을 것입니까? 국민들이죠.. 네 맞습니다~

    어질고, 선량하고, 순수하고, 무지한 국민들여러분께 저는 호소합니다!!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고 성공하는 그날까지 우리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2007년 12월 19일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여 투명하고 순수하고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미래를 창조해 나갑시다.

    =순진도윤의=

    http://blog.daum.net/ksmi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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