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만 되면 나타나는 기만적인 ‘민주대연합’ 론

“이념과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단일대오로 모여 부패 정치세력 집권 정치를 위해 민주대연합을 이룩할 것을 촉구한다”
“이에 동참하지 않고 분열된 채로 민주대연합에 방해가 되는 정치세력은 거짓 민주평화세력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할 것”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기 위해 소설가 황석영 씨 등 재야인사들로 구성되었다는 ‘부패세력집권저지와민주대연합을위한비상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는 7일 발표한 선언문의 일부를 참세상 기사가 인용한 부분이다. 이 짧은 문장 들이 형식적 오류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선 ‘부패 정치세력 집권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념을 지닌 정파다. 부패한 정치세력이라는 것이 절대적 판단기준이 있는 것이므로 이념이나 정파 이전의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기준이다. 부패를 절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미 알 수 있다.

이명박 씨가 주가조작의 혐의가 있고, 이회창 씨가 대선자금 불법모금과 불법유용의 혐의가 있다면 현 정부는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군대를 파병함으로써 헌법을 유린한 정부다.(현 정부와 대통합민주신당은 서로 다른 실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열외로 한다. 이 글을 더 읽으실 필요가 없으실 것이다.)게다가 이건 혐의가 아니라 사실이다. 게다가 청와대는 부패한 삼성 일가를 감싸고 있는 듯 한 혐의까지 있다.

여기서 만약 이라크 전쟁 파병을 정치역학 등을 동원한 상황논리로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그때부터는 ‘부패’라는 절대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이념’과 ‘정파’의 문제이다. 자진해서 저질렀든 떠밀려서 저질렀든 범죄는 범죄이고 실정법 위반은 실정법 위반이다. 그것에 구실을 달 것 같으면 그때부터는 이념이다. 독재에 항거하여 돌팔매질을 했다는 사실이 이념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시국회의는 ‘민주대연합에 방해가 되는 정치세력은 거짓 민주평화세력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오만의 극치다. 때만 되면 나타나는 케케묵은 ‘통일전선론’은 이제 하나의 정치적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공포정치와 협박정치다. 민주대연합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한, 또는 다른 주장을 하는 이들에 대한 공갈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노동자들을 감싸던 변호사의 모습을 지녔던 노무현에게 표를 던진 노동자들은 그 당시의 ‘민주대연합’으로부터 어떠한 혜택을 받았는가. 그 사이 허다한 노동자가 직장에서 쫓겨나고, 구속당하고, 이전의 반도 안 되는 돈을 받고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 거기다가 자신이 표를 던진 이로부터 ‘노동귀족’이라는 험한 말까지 들어야 했다.

농어민들은 어떤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명분하에 한칠레 FTA, WTO 등으로 생체기가 날대로 난 상태다. 이제 정권 말 특별 보너스로 한미FTA도 기다리고 있다. 이 나라의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으로 다가올 한미FTA에 대해서 상위 4명의 후보가 모두 찬성한다. 재야가 나서지 않아도 이미 親FTA 대연합이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아무리 듣기 좋은 소리도 두세 번 들으면 지겨운데 이제 그만 하자. 초록이 동색이었던 김영삼 씨와 김대중 씨도 공원에서 사람 좀 모아놓고 스스로 감격하여 절대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때만 되면 주변사람들이 나서서 서로 뜻이 다른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지 않는다고 배신자라고 패악질을 해댄다.(지난번에는 그 역할을 유시민 씨가 해댔다.) 이제 그 역할을 황석영 씨가 하고 있다니 솔직히 조금 의외다. 그리고 실망스럽다.

정치세력은 자기의 이해관계에 의해 모이는 집단이다. 대의명분이라는 것은 자신의 정치세력 내의 대의명분이다. 그러한 것을 어떠한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인 양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거짓 민주세력’으로 규정하겠다는 행위는 ‘민주대연합’의 민주와는 하등의 상관없는 또 하나의 폭력이자 오만이다.

p.s. 이 글은 문국현 씨와 정동영 씨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나 상대적인 도덕적 우월함에 관한 글이 아니다.

8 thoughts on “때만 되면 나타나는 기만적인 ‘민주대연합’ 론

  1. Pingback: 티에프, 잡학다식 관심일지

  2. 옳소

    옳소…. 동의 합니다.

    오만한 폭력, 맞습니다 트랙백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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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청림

    다음카페에 퍼갑니다^^ 제가 인터넷을 많이 안해봐서 혹시 실례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네요. 혹 곤란하시면 멜 보내세요.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멜주소는 kfcllec@yahoo.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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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독자

    제발 “이념과 정파의 이해관계를 따라 대오를 분화해” 투표하는 세상이 빨리 좀 오길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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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러게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나라가 하도 각박하게 살아와서 다양성이랄까 다원성 등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소위 민주세력이란 이들마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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