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1960년대 미국에서 CEO의 보수는 평균적인 노동자의 보수의 40배 정도였다. 그리고 현재는 400배에 달한다.(다른 나라에서의 차이에 비해 현격하게 높다) 비슷하게, 1990년에서 2005년까지 평균적인 노동자의 보수가 4.3% 오른 반면(물가상승률을 조정하여) CEO의 보수는 300% 올랐다.[중략] 이러한 CEO에 대한 보수의 정당화 논리는 물론 CEO들과 임원들이 그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통해서 주주의 부를 창출해준다는 것이다. [중략] 불름버그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한 보수 문제에 관한 전문가 Graef Crystal 의 최근 연구는 CEO의 보수와 주주의 이익 사이에 어떠한 관계도 없음을 밝혀냈다.

하바드비즈니스 웹사이트에 올라온 “Rethinking the Assumptions Behind Executive Pay”라는 제목의 글 일부다. 저자는 CEO의 보수가 주주이익과 관계가 없는 이유가 CEO의 행동 이외에도 수많은 요소들이 – 거시 경제 상황, 산업 트렌드, 정치 문제 등 – 관련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주가에 따라 CEO 및 임원 진들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이들에 대한 보수가 어떠한 가정에 근거해야 하는 것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화두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CEO 및 임원들의 보수가 해가 갈수록 평균적인 노동자의 임금보다 높은 비율로 상승한 것에 대한 근본적인 배경은 하바드비즈니스도 언급하고 있다시피, CEO의 보수가 주주이익 극대화의 동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의 실행, 즉 주주자본주의의 대리인으로서의 CEO에 대한 동기부여가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황은 미국의 CEO 및 임원들의 보수가 다른 자본주의 국가의 그것에 비해 높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차이는 미국의 독특한 보수 지급체계와 관계가 많다.

한 자료에 의하면 2004년 미국 회사의 CEO 보수와 종업원 평균 임금의 비율은 531:1에 이르렀는데 이는 영국의 25:1, 프랑스의 16:1, 독일의 11:1, 일본의 10:1 등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것이다. 미국 기업과 유럽기업 최고경영자 보수는 규모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그 내용면에서도 미국의 경우 스톡옵션의 비중이 대단히 크다는 차이를 가진다. 2001년 기준으로 S&P 500 기업 CEO들의 보수에는 스톡옵션 비중이 66%를 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은 1990년에는 8%에 불과하였다.[이사회 운영원리와 법률적 책임, 김화진, 박영사, 2005년, pp72~73]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한 CEO의 월계관인양 거론되었던 스톡옵션이 미국과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의 임원 보수 차이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위 인용문에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 기업은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보상체계를 강화시켰을까? 이는 또한 앞서 언급한 1990년대 미국에서의 주주자본주의 경향 강화와 관련 있다. 즉, 스톡옵션 역시 넓게 보아 주주자본주의 작동원리에 따른 것이다. ‘네가 주가를 떨어트리면 너의 보수도 깎이니 각오해라’라는 무언의 압박인 셈이다.

한편, 스톡옵션이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전면적으로 유행한 것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즉, 미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은 스톡옵션을 재무제표상에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주석란의 각주로만 표시하여 기업의 당기 순이익을 과대 계상하는데 활용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비용화되지 않은 금액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자 이를 시정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의원의 입법화 시도도 있었고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의 회계처리방안 마련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등 기업들의 엄청난 로비에 밀려 입법화에 실패하였다.

결국 스톡옵션에 대한 비용처리는 엔론 사태라는 초대형 회계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야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전통적인 스톡옵션은 줄어들고 양도제한주식이나 스톡그랜트 등 보완적인 형태의 지급방식이 늘어나게 된다. 스톡옵션 혜택은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에게는 줄었다. 하지만 거대기업의 CEO들은 예외였다. 그들은 심지어 회사가 망할 때조차 엄청난 보수를 받았다.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는 씨티그룹 CEO 비크람 팬디트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등에 힘입어 2008년 3822만 달러를 챙겼다.

한번 커진 위장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나중에는 왜 과식을 해야 하는지조차 까먹는 법이다.

15 thoughts on “스톡옵션

  1. 세민트

    안녕하세요~만나서 반갑습니다^^ 세민트라고 합니다…
    솔직히 말들이 많이 어렵네요…
    자주 와서 공부하도록 해야겠어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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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ayhawk

    사장의 임금은 사장에게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부사장에게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 에드 레이지어(Ed Lazear)

    문득 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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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ㅎㅎ 좋은 말이로군요. 근데 사실 부사장이 열심히 일한다기보다 사장 자리를 어떻게든 차지해야 겠다는 욕심이 우선이 아닐런지? 그 방법이 근면이든 또는 다른 방법이든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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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루돌

    산업구조가 얼마나 자본집약적이냐, 얼마나 노동집약적이냐의 문제 아닐까요? CEO가 단지 인적자원만 관리하는 것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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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루돌님 말씀은 미국이 자본집약적이고 나머지 국가들이 노동집약적이어서 미국의 CEO들이 더 높은 보수를 받을 개연성도 있다..라는 취지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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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xarm

    글 주제와는 약간 벗어나지만,
    회계 장부가 골칫거리군요.
    사람들은 회계 장부를 보고 투자할 지 결정하게 되고,
    회사나 국가 등은 자신의 건강함을 보이기 위해 회계 장부를 ‘열심히’ 작성하고… ~_~
    회계 장부가 아닌 다른 평가 기준이 있다면 거기서도 이런 ‘마사지’가 들어갈 것 같고..ㅎㅎ
    … 결국 숫자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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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뭐 그다지 벗어난 것도 아니에요~ 회계도 그렇고 신용평가도 그렇고 경제주체의 건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야 할 잣대가 너무 이해상충이 많아 오늘날과 같은 위기를 불러왔다고 봐야 되겠죠. 말씀대로 숫자가 아닌 인간의 문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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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고어핀드

    고문과 스톡옵션, 그리고 과식의 공통점은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다.” 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스톡옵션이 장부를 “분칠(?)” 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었다는 건 처음 알았군요. 저는 단지 주주들이 CEO 목에 거는 목걸이인 줄 알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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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고문이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사실은 경험에서 얻은 지식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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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김증말

    스톡옵션에 대해서 좋은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뒷사정도 있었군요.
    지금도 언뜻 보기에 주주이익과 경영자이익의 방향이 동일해져서 좋은 제도일 듯 한데..
    저는 차라리 스톡옵션같은 제도를 노동자에게 까지 확대를 하면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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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죠. 다만 회사의 성과와 연계되는 그 메카니즘이 세밀하지 못하다는 단점과 그걸 악용한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점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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