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심 니콜라스 탈렙의 양심선언

Last year, in Davos, during a private coffee conversation that I thought aimed at saving the world from, among other things, moral hazard, I was interrupted by Alan Blinder, a former Vice Chairman of the Federal Reserve Bank of the United States, who tried to sell me a peculiar investment product. It allowed the high net-worth investor to go around the regulations limiting deposit insurance (at the time, $100,000) and benefit from coverage for near unlimited amounts. The investor would deposit funds in any amount and Prof. Blinder’s company would break it up in smaller accounts and invest in banks, thus escaping the limit; it would look like a single account but would be insured in full. In other words, it would allow the super-rich to scam taxpayers by getting free government sponsored insurance. Yes, scam taxpayers. Legally. With the help of former civil servants who have an insider edge.
작년에 세계를 다른 그 무엇보다도 모럴해저드에서 구하자는 목적인 것으로 개인적으로 여겼던 다보스에서, 사적인 커피 담화를 가졌는데 미국 FRB의 부의장이었던 알란 블라인더가 나에게 어떤 특이한 투자상품을 팔려고 했었다. 이 상품을 통해 높은 순자산 투자자들은 예금보험의 한도(그 당시 10만 달러)를 제한하는 규정을 우회하여 무제한에 가까운 보장을 누릴 수 있었다. 투자자는 임의의 액수를 맡기면 블라인더 교수의 회사는 이를 더 작은 계정으로 쪼개서 은행들에 투자한다. 그렇게 한도를 피하는 것이다. 한 개의 계정으로 보이지만 전체가 보장되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이 방법으로 수퍼리치는 공짜로 정부가 보장하는 보험을 갖게 되면서 납세자를 속이는 것이다. 그렇다. 납세자 사기. 합법적으로. 내부자로서의 이점을 가지고 있는 전직 공무원의 도움을 얻어서.[The Regulator Franchise, or the Alan Blinder Problem]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렙이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고발장이다. 세계경제를 구하려고 모인 것으로 알려진 다보스 포럼의 은밀한 커피타임에서 오고간 이야기가 실은 모순되게도 공익을 위해서가 아닌 사익을 위한 비즈니스에 가까웠던 – 적어도 알란 블라인더에게는 – 셈이다.

예금자 보호 제도는 예금보험공사가 평소 피보험기관인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아 적립해둔 예금보험료로 지급불능이 된 금융기관을 대신하여 지급하는 제도다. 대공황 시절 겪은 대량인출사태가 얼마나 심각하게 금융시스템을 교란시키는지 경험한 세계 각국이 대안으로 만든 제도다. 보호한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블라인더 교수는 바로 이러한 한도를 피해 무제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합법적 서비스를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우리나라야 인적조회로 각 금융기관으로의 총예금이 금방 조사가 가능하니 저런 방법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미국은 어떤 식으로 그 방법을 피해 가는지는 모르겠다. 가능한가보다.

여하튼 이 방법은 우리가 ‘도덕적해이’라고 다른 – 잘못된? – 뉘앙스로 번역하는 모럴해저드에 정확히 해당되는 사례다. 원금의 무제한 보장은 투자자로 하여금 고위험 투자를 용인하여 투자 실패 시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여야 할 것이다. 이 경우가 탈렙이 말하는 바로 납세자에 대한 사기다.

탈렙은 블라인더의 행위에 비춰볼 때 너무 복잡한 규제는 오히려 내부자의 이를 활용한 나쁜 행위만을 부추기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위와 같은 개구멍은 내부자가 아니라도 쉽게 드나들 것 같다. 그보다 공직사회와 시장이 거의 한 몸이 된 자본주의 관료문화가 문제가 아닐까?

골드만삭스 CEO가 재무부 장관이 되고 퇴직 후 다시 다른 투자은행의 CEO가 되고 자기들끼리 수시로 통화하며 국정을 논하는 문화 속에서 블라인더 교수의 저런 행동은 그저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할 수도 있다. 헨리 폴슨이나 로버트 루빈 정도면 쩨쩨하게 커피마시며 투자를 권유하고 다니지도 않는다.

2 thoughts on “나심 니콜라스 탈렙의 양심선언

  1. erte

    노엄 촘스키가 엄청 까대이는 모 책에서, 다보스 포럼을 엘리트들의 사익추구집단이라고 찍은 적이 있는데, 그 단면을 보여주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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