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떠받들고 있는 시장

2008년 급감하였던 미국의 MBS 발행이 2009년 이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자면, 2008년 발행규모는 전년대비 37.4% 감소한 1조3천억 달러 정도였으나 2009년에는 전년대비 45.6% 증가한 1조9천 억 달러 규모로 늘었다. 2010년 상반기 중의 발행규모는 7,457억 달러다.


자본시장 weekly,”미국 자산유동화 시장 현황”에서 재인용

하지만 표를 보면 그 회복세가 이전의 상황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규 MBS의 절대적인 비중을 Agency MBS, 즉 정부보증기관을 통하는 MBS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Agency MBS가 MBS시장을 다수 점하고 있었으나(아래표 참조) 그 비중이 2005년을 기준으로 역전되었다가 재역전된 상황이다.


노무라 증권, “MBS Market – Concept & Topics”에서 재인용

모기지라는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MBS는 당연히 정부 수준의 신용등급을 가진 기관이 보증해줘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이 역할을 한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에서 2000년대 중반 이 비중이 역전된 것은 그것을 상업화하더라도 충분히 수익이 나고 채권수요가 넘쳐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것이 신용위기를 맞이하여 다시 그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되었고 이미 커진 시장의 물량을 소화해내기 위해 좀비나 다름없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이 – 이들이 2008년 정부관리체제로 들어간 이후 누적 손실은 2,384억 달러, 정부지원은 1,449억 달러 받음 –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정부관리체제 하에 들어간 A.I.G.가 최근 39억 달러를 상환하기로 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 물론 아직도 요원하지만 – 양대 GSE는 이런 상황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사업모델이란 것이 빤한데다 시장이 원기를 회복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주1)

이에 이들 두 기관에 대한 처리방안이 미국 경제계와 정치계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예전에 GSE가 업무를 축소했을 때에 채권시장이 큰 동요가 없었다며 완전 해체를 주장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시장은 양과 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앞의 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GSE의 채권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미 360억 달러 채권을 들고 있는 PIMCO의 빌 그로스가 정부보증이 없다면 모기지 시장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거기에다 중국과 같은 해외 채권자들에게는 애국심으로 호소할 여지도 없다. 민영화나 해체는 공상과학 소설에 가깝다.

어쨌든 이런 상황을 보면 나는 대체 더블딥(Double Dip)이란 용어를 왜 쓰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장된 수치가 회복세의 근거일 뿐으로 그 착시현상을 제거하면 시장은 여전히 깊숙한 dip상태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최종대부자이자 최종소비자이다.

(주1) 로버트 라이시가 워싱턴의 정치인들을 만나 현재의 고실업 상태를 어쩔 것이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아무것도 할게 없다고 대답했다고 트위터에서 개탄하기도 했다.

2 thoughts on “좀비가 떠받들고 있는 시장

  1. foog

    현재 무엇보다 분명한 사실은 모기지채권유동화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연방정부가 뒤를 봐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주택모기지가 금융권에 의하여 자체자금(예금이나 차입금)을 통하여 이루어졌으나 모기지채권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현재 약 10조달러규모로 커지게 된 상태로써 더이상 금융권에서 감당할 수준은 넘어서게 되었다.
    http://www.prmbank.com/2010/08/new-fees-weighed-for-mortgage-indust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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