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표 진보정당의 정체가 의심스럽다

앞서 “좌우를 구분하는 백한 번째 방법”이란 글에서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를 혼동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유시민 의원을 뽑았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시지 않는다.

유시민 의원이 16일, 그러니까 오늘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했다고 한다. 탈당사유는 “지금 신당에는 제가 꿈꿨던 ‘진보적 가치’가 숨 쉴 공간이 너무나 좁아 보인다”라는 것이고 진보적 정책노선을 가진 ‘좋은 정당’을 5년을 내다보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다.

좋은 이야기다. 유력한(?) 정치인이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소신을 밝혔으니 말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와 같이 진보에 대한 가치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고 그에 대한 유권자들의 믿음이 희박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그 진보가 어떠한 진보인가 하는 문제다. 진보를 굳이 좌우로 나누자면 아직까지 이 사회에서는 ‘좌’쪽에 가까운 가치일 것이다. 앞서 글에서의 좌익이냐 좌파이냐 하는 구분법으로 살펴볼 것 같으면 좌익, 즉 몇몇 핵심적인 정치적인 가치와 경제적인 가치를 포함하여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굳이 표현한다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다원주의’, ‘자유주의’적인 가치를 포괄하는 것,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사회공공성’, ‘약자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보호’, ‘강자에 대한 민주적이고 사회적인 통제’와 같은 가치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시민 의원의 다음 말을 들어보자.

“한미FTA를 통한 전면 개방으로 다양한 기회 속에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국가적 인프라를 제공하는 한편, 전통적 진보 가치인 사회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21세기형 유연한 진보”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유연한 진보이자 진보정당’이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한미FTA를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은 ‘유연하지 않은 꽉 막힌 진보(?)정당’인 셈이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가 생각하는 ‘유연’의 판단기준은 ‘한미FTA의 찬반 여부’일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유시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사이비 진보의 비극이다. 그들은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 그리고 ‘자유무역협정’에서 쓰이는 ‘자유’라는 단어가 모두 같은 뜻이라고 여긴다. 그들은 박정희 독재세력에 대한 반대테제로 상정한 자유는 박정희의 정치적 독재에 대한 자유, 박정희의 국가주도 경제에 대한 자유라 생각한다. 그러니 관치는 나쁜 것이고 시장은 좋은 것이다. 시장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은 나쁜 것이다. 시장의 자유는 자유무역을 통해 만개한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궁금한 것이 한미FTA를 통해 전면 개방될 이 사회에서 어떻게 유시민 의원이 만들 진보정당 또는 다른 정치세력이 “전통적 진보 가치인 사회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더불어 좌익의 핵심적인 가치인 약자에 대한 보호, 강자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한미FTA는 분명 ‘자유’무역협정이다. 그런데 적어도 현재 체결된 한미FTA에서의 자유는 시민사회의 자유, 경제적 약자의 자유가 아니라 기업의 자유, 시장의 자유다. 모든 시장은 개방되고 공공과 민간이 똑같은 기준으로 경쟁하며 모든 사회적 가치는 화폐로 환산된다. 기업은 국가가 공공성을 이유로 기업 활동을 제한할 경우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였다는 명목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유시민 의원이 예를 들어 사회투자를 확대하겠다며 특정 공공서비스의 독점적 시장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을 때 투자자들이 그러한 조치가 한미FTA 조약을 위반하였다고 소송을 걸 때 어떻게 그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진보 가치”를 수호할 것이고 그의 지지자들에게 무슨 변명을 늘어놓을 것인가 하는 점이 궁금하다.

한미FTA는 필요악이라고 할 것인가?

나는 유시민 의원이 어찌 되었든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한 사회와 같이 정치적 스펙트럼이 지극히 편협적인 곳에서 ‘진보’라는 이름을 단 정치집단이 하나라도 많아져서 나쁠 일은 없다고 본다.

그런데 그 진보정당이 한미FTA를 찬성하는 진보정당이라면 나는 그것은 모순이라고 본다. 그의 판단기준으로 보자면 한미FTA 반대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힐러리와 오바마는 ‘유연하지 못한’ 정치인이고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진보정당은 미국의 민주당보다 훨씬 유연한(?!) 정당일 테니 적어도 나는 그 정당을 “진보정당”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것이다.

20 thoughts on “유시민표 진보정당의 정체가 의심스럽다

  1. ,,

    민주노동당도 FTA에는 궁극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세부적인 조건들에서 우리나라가 불리하니 반대한다는 거 아닌가요? 심상정도 그랬던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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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맞습니다. 현재와 같이 기업과 시장만 보호하겠다는 한미FTA를 반대하는거죠. 진정으로 호혜평등한 자유무역협정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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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에이..

    foog // 헌데, 그리 되면 그건 이미 엡티에이가 아니죠. 너무나 지당한 얘기지만, “상호의존”이란 노선은 단수가 아님다. 상호의존의 길은 여럿이라는 건데요, 엡티에이를 문제삼는 건 그게 상호의존의 여러 방식 중 가장 저열해서인 거죠. 따라서 엡티에 반대하는 데다 쇄국하잖 거냐고 반문하는 것 또한 있을 수 있는 반응 중 젤 저열하달 수 있을 겝니다.

    글구, 엡티에이가 한국(엄밀히 말함 한국기업들의 축적경쟁)에 불리해서 반대라고 하는 건 자유주의 세력과 민주노동당 우파, 즉 엔엘계 쪽 논리죠. 엡티에이가 문제인 건 미국하고 하냐 유럽하고 하냐를 떠나 그게 자본주의적 독점의 명령/교리로 우리네 일상 곳곳을 쥐어짤 거라서라 해야 할 겁니다. 한국기업들도 엡티에이로 재미볼 만하면 해도 될 따위의 사안이 아니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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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하신 말씀에 동의합니다. 민족주의적 논리로 FTA를 반대하는 것에도 반대하고요. 혹시 제가 그런 뉘앙스로 말한 부분이 있었는가요? 🙂

      여하튼 저도 에이님 말씀 취지에 부합하는 다른 글들을 쭉 써왔으니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foog.com/tag/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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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독자

    심상정 의원과 민노당은 ‘궁극적으로 자유무역에 반대하지 않는’ 것이지 ‘자유 무역 협정’을 찬성한다고 한 적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듯 하지만, 그래서 그들은 FTA와는 다른 형태의 다자간 무역 협정을 대안으로 제시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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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하여튼 자유무역도 아닌 것이 FTA(Free Trade Agreement)란 이름을 달아서 사람 헷갈리게 하는데 자유무역(또는 호혜평등한 자유무역을 목적으로 하는 여하한의 형태의 협정) 그 자체는 반대해선 안되죠. 개념 정립 확실히 해야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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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에이

    아,, 뭐 말이 난 김에 덧붙인 거지, foog님한테 뭐라 한 건 아니람다..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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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jackdawson

    이념의 스펙트럼이 ‘진보’인 푸그님의 글을 읽어보니, 예전에 유시민이가 민주노동당의 표를 사표라고 주장해서 거세게 비난했던 진중권이 떠오르는 군요.

    진중권은 진보누리 시절부터 유시민의 진보성은 진보유권자들을 보수정당에게 끌어오게하는 것이라며, ‘방법적 자유주의자’ 유시민의 진보성은 민노당과 같이가는 것이 정치적 도의라고 했지요. 그리고 그렇게 표를 모으는것이 거의 ‘사기’라는 듯이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자기가 진정한 진보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유시민인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이비 진보’라고 생각하거든요.

    푸그님께서는 진보를 나누는 기준이 ‘한미 FTA’가 가장 중요한 잣대인거 같습니다. 이것은 진짜(?)진보유권자들이 진보냐 보수냐를 나누는 가장 큰 잣대로 작용하는거 같습니다.

    그러나 유연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수도 꼴통보수에서 ‘합리적 보수’로 변해야 하듯이, 진보도 ‘유연한 진보’로 변할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푸그님께서는 저를 또 거센비난을 하겠지요. 아마 저같은 사람을 ‘사이비 진보세력, 가짜 진보’라고 맹비난할것 입니다. 진보의 진짜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라고도 말할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좌우이념의 스펙트럼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진중권이 라디오를 맡았을때 유시민과 전화가 방송에 나간적이 있었는데, 그때 진중권은 푸그님처럼 유시민의 진보성을 문제삼았지요. 그러나 유시민은

    “진 선생은 그런거 싫어하시잖아요. (유시민의 진보성을 가짜 진보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나 저는 사람사는 사회는 모두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의 성향을 가지면서 보수성도 가질수 있습니다”

    저는 몇천장이나 되는 한미FTA를 정확히 알지 못해서 찬성과 반대를 말하기엔 입장보류지만 조심스럽게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득의 재분배 같은 약자배려의 경제정책, 무상의료,무상교육, 사회복무제 같은 정책들은 찬성을 하지요.

    이렇게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유시민의 진보정당 신당을 그렇게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블래에 총리가 했던 것처럼 진보도 유연하게 나가야 됩니다. 이번에 민노당의 표를 보십시요. 2002년보다 더 떨어진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민노당이 꽉 막혀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푸그님처럼 진짜(?)진보성향의 사람들에게는 웃기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보수성향을 가진사람이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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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개인적으로 유시민씨에게 바라는 것은 진보가 아닙니다. 말과 행동에 일관성을 가져야 하지 않느냐 하는 바람만 있을 뿐입니다. 한미FTA내용 안읽어보셨으면 시중에 나온 관련 도서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한미FTA찬성과 사회투자 등 진보적 가치’가 양립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p.s. 민주노동당이 꽉 막힌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동의합니다만 그것이 한미FTA에 대한 태도에서는 예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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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ㄹㄹㄹㄹ

      한미FTA에 대해 조금만 공부해보시면 ‘소득의 재분배 같은 약자배려의 경제정책, 무상의료,무상교육’과 한미FTA는 절대 공존 할 수 없다는걸 알수있으실텐데

      Reply
    3.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유시민씨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외치는 슬로건은 하니 입니다.

      나 말고는 다 잘못된 부류들!!

      원래부터 수구꼴통이었던 사람이었고, 그냥 지금 기득권층을 자기가 가지려고 자기는 진보적인 척 올바른 척 쑈를 하는 것일 뿐 진보적 가치나 모든 국민들의 행복 기회의 균등띠위엔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게 지금 유시민씨같은 부류의 사람들 입니다.

      거기다 이미 파병이나 새만금 등에서 보여줬던 이중적 태도와 억지논리를 보여줬는데 오히려 FTA에 관한 이중적 잣대와 억지논리는 차라리 귀여운 편이죠…

      Reply
  6. jackdawson

    말과 행동… 제가 봤을때는 이것은 유시민한테만 들이댈것이 아니구요.
    거의 모든정치인에게 들이대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제가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제가 한미FTA를 잘 몰라서 여쭤보는 건데요.
    푸그님께서 한미FTA와 사회투자 등 진보가치가 서로 양립할수 없다고 하셨는데요.

    간단하게 설명하나만 해주시죠. 아니면 쓰신글중에 하나가 있다면
    제목을 알려주십시요.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Reply
    1. foog

      물론 많은 정치인들이 표리부동한 면이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제가 유시민한테 그러지 말길 바라지 말란 법이 없죠. 특히나 그는 진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고 했고 논객시절부터 나름 그러한 자세를 견지해왔으니 만큼 저역시 현 정부 지지자들만큼은 아니지만 그에게 기대한 것도 있었습니다. 노무현을 수호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한다고 했을때 나름 동감도 했었고 말이죠. 그런데 그 이후 행동들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다른 정치인도 다 그런데’라고 면죄부를 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을 들라면 들 수도 있습니다. 김용갑이나 정형근을 보십시오. 그들은 자기들이 골수우익이라고 했고 우익답게 행동했습니다. 김용갑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자 할 일 다 했다고 은퇴까지 했다는군요.

      한미FTA에 대해서는 jackdawson님도 말씀하셨듯이 수천장에 달하는 조문이니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고 다음 링크를 참고하여 제가 쓴 글을 읽어 보시든가 인터넷의 다른 소스, 그리고 시중에 나와 있는 관련서적을 뒤져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www.foog.com/tag/FTA

      한미FTA의 기본취지는 사실 겉으로는 미국이나 한국의 국익보호를 명목으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 한미의 거대자본의 재산권 보호와 투자이익 극대화가 목적입니다. 피해자들은 양 국의 노동자, 농민, 서민, 중소자본이죠. 그런데 그런 조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니 그가 말하는 진보의 가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진보의 가치인지 당최 이해가 안 가서 유시민씨에게 한마디 한 것입니다.

      Reply
  7. jackdawson

    답변 감사합니다. 제가 FTA좀 공부하고 다시 질문올리지요.
    아, 그리고 좋은글 항상 잘 읽고 가고 있습니다.

    푸그님의 글과 올려주신 기사링크에서 영감을 얻고,
    글좀 써도 되겠지요? 그대로 베낀다는 것은 아닙니다. ^^

    Reply
    1. foog

      아침일찍 일어나셨군요. 🙂

      제 글에 영감받아서 글을 쓰시겠다면야 저야 영광이죠.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Reply
  8. dd

    진보라고 부르는 곳에는 유럽의 진보가 있고 영미권의 진보가 있습니다.

    클린턴을 우파라고 님께서 생각하신다면 저도 할말이 없지만 클린턴은 미국에서는 진보입니다. 클린턴이 그 유명한 nafta를 만든 주역이었고요. 나프타를 만든 주역인 클린턴을 님은 진보라고 인정하시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클린턴는 국가의료보험을 만들려고 하기도 했던 진보라고 할수도 있습니다.(비록 실패했고 힐러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이해되지만)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고성장때문이든지 아니면 가족간의 혈연에 의한 도움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엄청나게 낮은 사회복지비용을 지출하는 나라에서(즉 님의 이념으로 본다면 극우적인 성향의 국가였죠) 김대중이나 노무현같은 정치인을 좀더 진보적인(그래도 님같은 분에게는 보수우익일지 모르지만) 정치인으로 할수 있다고 봅니다.

    거기다가 노무현 즉 실제 님께서 이야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자라는 노무현대통령은 한미fta라는 것을 통해서 님은 신자유주의자라고 보실수 있을테지만 신자유주의가가 아니라는 증거도 숱하게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공기업민영화를 들수 있겠지요… 디제이 시절에 정해놓은 공기업민영화를 백지화시킨 장본인이 바로 노무현입니다. 이것 하나로 노무현이가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하기 힘든 것처럼 노무현의 수천가지의 정치행위나 정책행위중에서 몇가지로 노무현을 우파 또는 신자유주의라고 부르기 힘들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노무현은 유럽에 가서는 우파정치인이지만 미국에 가서는 진보적인 정치인일수 있고 한국에서는 정말 좌파적인 대통령일수 있다고 봅니다.

    노무현이가 일본에 가서 공산당이 허용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가 난니가 난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당연한 일이 대한민국에서는 급진적인 것으로 받아들일수 있는 것이죠.

    6억이상의 부동산부자들에게 징벌적인(그 퍼센티지가 아니라 예전에 비해서 아주 현저히 높아지는 세율의 급격함을 보면은) 노무현은 아주 급진좌파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노무현이라는 한 정치인을 한쪽에서는 신자유주의우파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좌파빨갱이라고 하는 아주 희안한 나라입니다.

    저도 노무현이가 아주 훌륭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무능하다고는 생각지 않고 b학점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님들의 글들을 보아하니 노무현을 보수우파적인 정치인으로 보는데
    (일부 경제적인 면에서 그리 생각할수 있는 면이 있다고도 봅니다. 그러나 진보적인 정책도 찾아볼려면 꽤 있습니다. 재정에서 차지하는 복지의 비율이라든지)
    세상에는 경제외적인 면도 많다고 봅니다. (경제가 중요하지만)
    정치, 사회, 문화, 외교등과 같은 면에서 그는 특별히 보수우파적인 정치인은 아닙니다.

    그는 분명히 정치개혁을 이루어냈습니다. 그 결과 돈과 정치를 확실히 분리시켰고
    (그것이 오세훈현서울시장의 업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의 법외적인 권한을 제한시켜 법치라는 것을 구현까지는 못해도 많은 부분 진전을 이룩하였고
    인권적인 면에서도 그리 큰 발전은 없었지만 사법개혁같은 (그것도 비판할수도 있지만)
    또는 국방개혁같은 면에서 그는 그리 보수적이지 않았습니다.
    외교에서도 보수적이라고 부를만한 부분은 크지 않습니다.
    미국에 이라크파병을 해 줬지만 그것은 노무현이가 이라크전쟁에 찬성해도 아니고
    이라크파병을 해서 우리젊은이들의 목숨값으로 미국에 아부를 할 생각도 아니었고
    분명히 미국에 저자세인면이 있지만 그의 외교는 보수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야박합니다.

    하여튼 너무 몇가지 사안들로 그를 보수우파라고 부르는 것에 저는 반대합니다.
    한나라당지지자가 보기에 노무현이가 좌파빨갱이라고 부를수 있는 것은 님이 제기하는 것 이상의 주장을 하실수 있다고 봅니다.

    저도 상당히 애매하지만 이렇게 노무현이가 신자유주의 또는 보수우파로 분류되기에
    선뜻 내켜지지가 않네요.

    Reply
    1. foog

      일단 좌우파, 또는 진보의 구분에 대한 저의 입장은 수고스러우시더라도 http://foog.com/244 에서 확인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저의 견해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이 되실 겁니다.

      클린턴이 미국 정치지형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NAFTA에 국한하여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전형적인 우익(우파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한 글에서 확인바랍니다)적인 정치행위였고 이것이 오늘날 미국의 고용불안을 가져온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은 뒤늦게 나프타에 대해 비판하고 심지어는 그것을 무효화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대한민국 정치지형에서 상대적 진보성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나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 본질에 있어 그들은 우익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구분법은 말씀하신 바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겠지만 역시 경제입니다. 일부 공기업 민영화의 일정 취소,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려 했던 부동산 정책, 복지관련 정책 등에 대해서는 편을 들어줄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가 우익적인 경제관을 가지고 있고 – 사실 뚜렷한 신조가 있었는지 개인적으로 의구심을 갖고 있는 편이지만 – 이를 실천하였다는 결정적 증거는 반노동적, 반인권적인 행위(대표적으로 비정규직차별법의 폭력적 관철과 이라크파병),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무장해제(한미FTA)라는 결정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치와 돈을 분리시켜서(“확실하게”라는 말은 어폐가 있죠) 그것이 진전이라고 한다면 동의합니다만 뭐 여하튼 그것이 그가 진보적이라는 논거는 안되죠.

      그리고 이라크파병에 대한 노무현의 불가피론은 사실 이제 좀 지겹습니다. 그냥 깨끗하게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는 편이 속편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대통령이 힘없는 처지라고 한탄하고 있으면 뭐 얻어지는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요약하자면 이런 저런 이유로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좌파적이려 했지만 뚜렷한 세계관이 부재했던 우익”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분명한 색깔이 있었죠.

      어쨌든 유시민 씨 글에 dd님께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변호를 한 취지는 이해가 됩니다. 다만 저의 원글의 의도는 유시민 씨에 관한 이야기고 취지는 유시민 씨에게 진보적이 되라 좌파적이 되라는 주문이 아닌 최소한 말의 앞뒤가 맞아야 한다는 주문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Reply
  9. miniwar

    유시민이 주장하는 진보는 아마도 영국의 노동당이나 독일의 사민당과 같이 제3의 길을 선택한 유럽적 사회민주주의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국가에 의한 복지의 확대를 실천하면서 동시에 유럽연합을 통한 경제 통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유시민씨의 주장이 경험적으로 볼때에 그렇게 허황되거나 말이 일치하지 않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Reply
    1. foog

      네 좋은 의견감사합니다. 솔직히 저로서는 우리나라 정치지형에서는 민주노동당마저 영국의 노동당 만큼의 좌편향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유시민씨가 그만큼의 지향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긴 합니다. (예전에 보니 정범구씨가 자기 지향은 그런 쪽이라고 말한 것은 봤습니다만..) 여하튼 진보의 정의랄지 범위가 세세하게 규정되고 합의되어야 할텐데 우리나라 정치지형에서는 그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네요.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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