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기사 베낄거면 영어공부 열심히 하자

MRSA라 불리는 새로운 박테리아 변종이 미국의 동성애자 남성들에게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美동성애자 ‘신종에이즈’ 공포”라는 제목의 문화일보 기사를 접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인용보도 한 기사였다. 내용이 어딘가 부실해서 원 기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New Bacteria Strain Is Striking Gay Men” 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전체를 다 비교해보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왜 문화일보 기사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는 확인했다. 번역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문화일보의 해당 문구다.

“미국에서 게이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구역의 경우 주민 588명당 1명이 MRSA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샌프란시스코 전체에 3800명 이상의 감염자가 있다는 뜻이라고 체임버스 박사는 주장했다.”

이 글이 인용한 뉴욕타임스의 해당 문구다.

“The Castro district in San Francisco has the highest number of gay residents in the country, according to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One in 588 residents is infected with the new multidrug-resistant MRSA strain, the study found. That compares with 1 in 3,800 people in San Francisco, according to statistical analyses based on ZIP codes.”

요약하면 카스트로 구역에는 주민 588명당 1명이 MRSA 감염자인데 비해 샌프란시스코 전 도시로 보면 3,800명당 1명이 MRSA 감염자여서 결국 해당 박테리아가 게이들 사이에서 더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화일보 기사는 엉뚱하게도 “카스트로구역의 경우 주민 588명당 1명이 감염자여서 샌프란시스코 전체에 3800명 이상의 감염자가 있다는 뜻”이라고 오역하였다. 문화일보식 셈법으로 계산하면 샌프란시스코 전체 인구는 588 X 3800 으로 22,344,000명으로 계산된다. 실제 샌프란시스코의 인구는 80만 명 정도이다.


오늘의 교훈 : 남의 기사 베낄거면 영어 공부 열심히 하자.

10 thoughts on “남의 기사 베낄거면 영어공부 열심히 하자

    1. foog

      반까지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고친 기사가 꽤 되더군요.
      그나저나 lekker님 블로그를 가보니 뭔가 새로운 개념의 블로그더군요. 번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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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TA-MAN

    결국은 또 다시 게이발 새로운 역병이 생겼다는 소리군요……

    맨처음 에이즈를 의사들은 먼지 몰라서 암의 일종인줄 알고 게이암이라고 불렀었죠,
    욕먹을 소리 하나 더하면, 자연적으로 동성애자들을 박멸하기 위하여 이런 역병이 계속 퍼지는 건 아닌가 합니다.

    타겟팅 된 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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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더 길게 쓰려다 귀차니즘때문에 관뒀는데 사실 문화일보 기사의 핵심적인 문제는 오역이 아니라 MRSA를 ‘제2의 에이즈’라고 표현한 점이죠. 기자의 영어실력, 사회의식 둘다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 제목의 선정성 덕택(?)에 문화일보 웹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글로 올라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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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리스인마틴

    그대도 다행입니다.
    제주위에 이렇게 영어를 정확히 번역해 주시는 분이 있어서요 ^^
    저도 저 기사 어제 접하고 섬뜩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진을보니 징그럽더군요. 게다가 성적관계가 아니라해도 다양한 경로로 전염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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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정확히는 아니지만 고딩때 배운만큼만 잘못을 지적할 수는 있지요. 🙂

      말씀하신대로 다양한 경로로 전염되는 병이라 걱정이 앞섭니다. 카스트로라면 작년에 다녀왔던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동네인데 주민들이 전염 박테리아로 고생한다는 생각을 하니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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