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에 대한 공포감?

panic 은 사람의 감정상으로 느끼는 공포심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 경제용어로는 ‘공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서 주류들마저 공황이라고 불렀던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실 공황은 자본주의의 무정부적인 생산방식에서는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그것을 불황(recession)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건 어떻건 간에 말이다.

panic이 뜻하는 두 가지 의미를 언급한 이유는 뉴스 한 꼭지를 보니 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바로 공황(panic)에 대한 진정한 공포심(panic)을 느끼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FRB는 화요일인 22일(현지시간) 아침 뉴욕증시 개장에 앞서 임시회의를 열고 전격적으로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4.25%에서 3.5%로 낮췄다. 이에 따라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후 FRB는 5개월 만에 무려 1.75%포인트나 금리를 내렸다.

이런 무지막지한 금리인하폭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번 금리인하가 월요일 FRB 이사진들 간의 긴급 전화 회의를 통해 결정되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왠지 바짝 긴장한 채 공포심에 젖은 떨린 음성으로 전화 통화를 했을 버냉키가 떠오른다. 학자로 고고하게 살 것을 왜 그린스펀이 저질러놓고 내팽개쳐 놓은 파티 음식을 자기가 치워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을까?

여하튼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유럽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 역시 지난번의 모기지 금리 동결이나 세금환급처럼 순간의 약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웬만한 시장참여자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불황이 아니라 공황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을 ‘단순한 경기침체’, ‘잠깐의 불황’이라는 표현 등으로 감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공황이 소비가 몇 프로 감소하고 실업률이 몇 프로 상승하면 공황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말 그대로 공포감이다.

지불인출쇄도(bank run)는 은행에 여전히 돈이 있음에도 은행을 믿을 수 없어 한꺼번에 예금자들이 몰려들어 신용이 마비되는 것이고 fund run 은 마찬가지 맥락에서 주식시장을 믿을 수 없어 한꺼번에 환매가 몰려 주식시장이 마비되는 것이다. 때로는 경제마비에 대한 집단적인 공포감 자체가 경제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학은 심리학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FRB의 오늘 금리 인하조치는 그 숫자상으로만 보면 시장에 대한 급처방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FRB 자체의 그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시장참여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불안감으로, 향후 더 큰 시장악화 상황으로 몰아갈 개연성도 있다. 의사가 옳은 시술법을 선택해놓고도 시술행위를 제대로 못하고 진땀을 흘린다면 환자는 그 의사를 믿을 수 있을까?

5 thoughts on “공황에 대한 공포감?

  1. 독자

    음… 금리 인하를 기본적으로는 좋은 처방이라고 생각하시나 보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말 그대로 몰라서,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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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제 글솜씨가 부족한건가 봅니다. 현 시점에서의 금리인하를 좋은 처방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아래 다른 글에도 썼지만 은행들 배만 불리는 짓거리고 단기적인 마약주사나 같은거죠. 거기에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고요.

      p.s. 다시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옳은 시술법”이란 표현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대증요법으로는 약발이 먹힌다는 의미의 비유에 불과합니다. 어쨌든 뉴욕증시도 낙폭을 줄였다네요. 오늘 우리 시장도 투매현상은 없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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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독자

      네, 옳은 시술법이라는 표현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근데, foog님의 글솜씨가 아니라 맥락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제 눈이 부족한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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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증시 안정을 위한 구원투수로 국민연금과 기타연기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김석동 차관은 이날 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지난해 말 현재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규모가 30조원이고 올해 추가로 9조원 정도를 매수할 계획인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의해나갈 것”이라며 “기타 연기금에 대해서도 적극적 협조를 당부하겠다”고 밝혀 이들 국민연금과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조기집행할 것임을 밝혔다.”

    하여튼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관료들 국민연금을 자기 주머니로 생각하는 싸가지는 알아줘야 한다. 이럴 때 진정한 사회화라는 것이 얼마나 요원한 지를 느끼게 된다.

    http://news.media.daum.net/economic/stock/200801/23/yonhap/v197143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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