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한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될 것인가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4/4분기(2007년 10월~12월)에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들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뚝 떨어지거나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해당분기 중 1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대손충당금을 448억원 쌓았다고 한다. 솔로몬은 전체 자산에서 PF 비중이 41%에 달해 영업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PF(Project Financing)’이란 부동산 사업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일으키는 기법이라는 의미로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개발의 이른바 첨단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흐름을 보면 시행을 겸하는 시공사 또는 독자적인 시행사가 특정 부지를 매입하거나 공모형PF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후 특수목적법인(SPC:Special Purpose Company)을 설립하여 사업을 시행하게 된다. 이때 SPC는 기초자산을 담보로 하여 금융기관이 대출을 일으키거나 ABS 혹은 ABCP를 발행하여 자산을 유동화 하여 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방식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은 바로 이러한 대출기관 및 채권을 인수한 금융기관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냐 하면 당초 사업성이 양호할 것으로, 즉 분양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PF 사업이 부동산 시장 침체 혹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업성 예측 등으로 말미암아 예상보다 분양이 신통치 않고 이에 따라 채권의 수익회수가 불투명해지는가 하면 부실화되기 때문이다.

구조상으로 볼 때 현재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금융권은 주택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준 후 이 채권을 유동화한 양상이다. 국내 부동산PF의 경우 주택을 공급하는 SPC의 채권을 인수한 양상이다. 대상이 누구냐 인 것이지 부동산을 매개로 한 자산유동화 방식은 유사하다. 그리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러한 채권이 부실화되고 있는 양상도 비슷하다.

그런데 사실 저축은행이 영업손실이 나서 이를 시장에 공표할 정도면 사태가 자못 심각한 지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상 PF라는 기법이 자금을 빌린 SPC 혹은 시행사에게 제한적인 담보만을 받는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PF, 특히 부동산PF의 경우 시행사 사장의 개인자산까지 담보로 잡는 등 철저히 기업금융에 준하는 대출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영업손실을 입었다는 것은 이미 부동산PF 시장의 참여자들이 줄줄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2007년 말 부동산PF의 규모는 80조5천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중 은행이 34조2천억 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저축은행이 그 다음인 12조4천억 원 규모라고 한다. 저축은행의 경우 앞서 솔로몬의 경우처럼 PF비중이 높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경색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들도 결코 상황이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로는 지나치게 가파른 PF 여신 증가율을 들 수 있다. 즉 2005년 말 부동산 PF 규모는 5조8천억 원이었다고 한다. 불과 2년 만에 규모가 15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과연 현재와 같은 부동산 침체 속에서 이제 막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부동산PF 관련 매물들을 시장이 받아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렇게 되면 저축은행의 채권만이 부실화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4 thoughts on “부동산PF, 한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될 것인가

  1. 그리스인마틴

    아마 PF가 없었다면 중소규모의 시행사들은 토지매입조차 하지 못했으리라고 봅니다.
    반면에 대규모의 1군건설업체의 내부시행사들의 자체시행율이 올라가서
    소규모 아파트의 싼맛은 없었을듯 합니다.
    다만 이렇게 분양이 안되고 줄줄이 도산할때면 죽어나는게 역시
    무명브랜드를 찾았던 서민이 되는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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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말씀하신대로 부동산PF가 시장에 소위 말하는 유동성을 공급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죠. 그 유동성 공급이 현재는 독이 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만.. 경제에서는 중용이라는 미덕이 참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아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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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물귀신 작전도 등장했군요.

    “부실 우려를 낳고 있는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 고금리를 무기로 개인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건설사와 증권사들은 기관투자가와 법인 상대의 판로가 막힌 개인투자자로 발길을 돌리고 개인들은 6%대 중반의 높은 금리에 매료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증권사들에 따르면 연 6%대 중반의 금리를 주는 ABCP는 대부분 개인들에게 팔린다고 한다. 하루에 100억원 정도가 팔려나가는데 인기가 좋아 없어서 물량이 딸리는 실정이다. 이달 초 판매된 이안제십일차(주)의 ABCP의 경우 한 증권사에서 70억원 어치가 하루 만에 모두 팔렸을 정도다.

    그러나 개인에게 팔리는 건설PF ABCP의 경우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고 부실 우려로 이미 법인대상 시장에서는 판로가 끊겼다. 자칫하면 개인들이 건설PF 부실로 인한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http://service.joins.com/news_asp/mt_article.asp?aid=200802181250146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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