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에 무너져 버린 내 허접한 창작욕

사실은 예전부터 SF소설을 하나 써볼까 하고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강 정한 스토리는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 때는 지극히 非SF스러운 스토리였다.

어떤 내용이냐 하면 때는 바야흐로 인류가 우주의 곳곳을 식민지로 점령하여 영토를 넓혀가는 우주개척시대다. 과학의 발전으로 우주선은 이전에 닿지 못하던 곳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우주선이 우주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이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순간이동이 잘못 하게 되면, 즉 옮겨지는 지점이 기체나 액체가 아닌 고체로 구성되어 있을 경우 우주선과 엉켜버려 대형 사고를 초래한다는 점. 이점을 극복하기 위해 우주 통합정부는 우주선의 출발과 도착을 유도할 수 있는 정거장을 설치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워낙 돈이 많이 드는지라 실질적으로 돈줄을 장악하고 있는 초우주적 기업에게 위탁을 한다. 한편 각 행성들은 우주정거장의 유치가 행성경제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기에 기업에 노골적으로 로비를 한다. 기업은 그러한 행성의 약점을 이용해서 투자금은 물론이거니와 노골적인 뒷돈까지 챙긴다. 이 와중에 뜻있는 사람들은 우주정거장이 생각만큼 성능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주정부의 담당과 기업이 이를 속이고 일을 무모하게 진행시키고 있음을 알게 된다.

뭐 대충 이렇게까지만 한 2년여를 머릿속에서 궁리하고 천성이 게을러서 꿍쳐놓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에야 조금씩 끼적거리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이거 어디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거 이모 대통령 당선者가 추진한다는 대운하 삘이네…. –;;

해서 갑자기 김이 새버렸다. 어차피 이걸로 돈 벌어 먹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하지도 않았지만 까딱 잘못하다가는 ‘어설픈 현실비판 SF로군’이라는 싸늘한 조소만 가슴에 꽃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쓰나미로 밀려온다. 허무한 밤이다.

20 thoughts on “대운하에 무너져 버린 내 허접한 창작욕

    1. foog

      한편으로 보면 대운하가 그만큼 상상력이 풍부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는건가요..(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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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러나 걱정마십시오.
      제가 쓰고자 했던 SF야 뭐 훼방을 받아도 쌀 정도로 허.접.한 프로젝트였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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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olarnara

    좀 벗어난 이야기지만, 여러 SF에서는 우주 전체에서 행성 혹은 소행성 류의 물체가 차지하는 부피 비율이 턱없이 낮기 때문에 그냥 랜덤하게 공간이동을 해도 그런 것들과 부딪힐 확률은 0 에 가깝다는 것으로 해결하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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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전혀 벗어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주셨네요. 혹시라도 계속 소설을 쓰게 된다면 참고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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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회사원2

    sf는 대개 현실을 허황되게 반영하거나 디테일이 부족해서 늘 공허하다 싶은 감인데 재미있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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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오~ 칭찬감사합니다. 불쑥 ‘다시 써볼까?(시작도 안했으면서)’하는 욕심이 생기네요. (칭찬은 고래도 움직이게 한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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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무지

    재치가 넘치는 비유글에 잠시 웃었습니다.^^ 돈낭비요 자원낭비인 대운하에 투자하느니 저라도 다른데 투자하라고 울며 사정하고 싶은 심정인데요^^;;
    현실이 SF의 한장면을 보는듯 저 조차도 답답하내요^^;; 과연 정의가 이곳에서도 승리 할것인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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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오늘 이춘호라는 양반이 사퇴했다더군요. 새 정부에 누를 끼치면 안된다나요. 그렇다면 새 정부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어느 분도 사퇴하면 어떨까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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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성지인

    푸하하, 어떤 연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블로그에 흘러들어오게된 과객입니다. 현실비판 SF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너무나 현실과 비슷해버리면 정말 곤란하겠군요 ^^
    여하간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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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어떤 연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블로그에 잘 흘러들어오셨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비슷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적당히 비현실적이어야 감상하는 맛도 있고 현실도피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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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달빛효과

    앗…아깝네요.
    미리 후다닥 써놓으셨으면!
    거의 선견지명에 가까운 예….뭐시기….

    그냥 뻘플이었습니당..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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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히치하이커

    기왕 이리된 거 ‘예언서’라도 쓰심이.
    적중 2008, 나는 봤노라 대운하를 이런 삘로다가…
    이건 좀 아닐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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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계룡산 정기라도 한번 받으러 갔다와야겠네요! 노통 사당도 벌써 하나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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