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수 있을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부실화에서 비롯된 미국의 금융위기, 이에 따른 전 세계 경제의 출렁거림의 근본원인은 무엇보다도 모기지 대출을 남발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낮았던 대출 금리와 이에 따른 시장참여자들의 투기적인 묻지마 대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요원인은 금융에 대한 탈규제, 혹은 미 금융당국의 부실한 규제일 것이다.

금융에 대한 탈규제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이 달러에 대한 금태환을 일방적으로 포기한 이후 미국을 시작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금환본위제 포기에 따른 환율위험 노출과 금융탈규제에 따라 금융시장에는 파생상품 시장의 질적/양적 성장, 투자은행의 대규모화 및 세계화, 헤지펀드 등 규제를 받지 않은 금융자본의 융성, 기초자산의 증권화 등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전후 얼마동안은 IMF, 세계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국제적인 금융기구의 활용방안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미국은 자국의 금융업 팽창 및 이에 따른 시장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이들 기구들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 – 또는 발명 – 했다. 즉 이들 기구들이 자본주의의 무정부성에 따라 – 또는 의도된 무정부성에 따라 – 자금경색에 빠진 국가들에 구제 금융을 빌려준 뒤 자본투자제한 등에 대한 탈규제(특히 금융부문에서)를 강제하고 BIS 비율 준수 등 까다로운 새로운 금융기준을 마련한 뒤 미국 금융자본의 무혈입성을 돕는 역할이 그것이었다.

이렇게 전 세계를 단일시장으로 하여 멈추지 않는 자본회전을 목표로 삼고 있는 서구의 금융자본에게도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시장은 미국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구매력을 자랑하는 국민, 세계 최고 규모의 자본시장, 그와 동시에 유동성위험이나 신용위험이 가장 적은 멋진 곳이 바로 미국이 아닌가 말이다. 문제는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높은 이윤창출의 기회가 적고, 탈규제 기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의 금융당국은 세계에서 가장 능력 있는 규제당국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여전히 기회는 항상 존재했는데 한때 ‘닷컴’이라는 사명만 가지면 황금주식으로 행세했었던 닷컴버블 붕괴 이후 찾아온 새로운 기회는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었다. 이 거대한 시장에 온갖 희한한 종류의 파생상품이 얽히고설키면서 탄생하였고 여기에 투자은행, 헤지펀드, 모노라인, 기타 수많은 이름도 듣보잡인 투자자들이 참여하였다. 그런데 뉴욕타임스는 바로 그 시점에서 그 능력 있는 미국의 금융당국에서는 “어떠한 연방 차원의 공동의 감독(federal coordinated oversight)”도 없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가장 감독과 규제가 필요한 시점에 규제당국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폴 크루그먼은 “보이지 않는 손 뒤에 숨어서(Hiding behind the invisible hand)” 라는 멋진 제목의 글에서 그 당시에 없었다는 “공동보조(coordinated effort)”에 대해 실은 그러한 공동보조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옳은 방향의 반대의 방향이었다는 점이다. 즉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대출이 광분할 때쯤인 2003년에 금융시장을 감독하여야 할 정부기관 다섯 군데 중 네 군데의 대표자가 오히려 금융규제의 완화를 위해 노력하였다고 한다. 결국 ‘보이지 않는 손’은 실은 ‘보이는 손’이었던 셈이다.

Wall Street Sign (1-9).jpg
Wall Street Sign (1-9)” by Vlad LazarenkoOwn work.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그런데 앞서 언급하였던 뉴욕타임스의 해당기사를 보면 최근에 다시 좀더 강화되고 체계적인 새로운 금융규제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민주당 등지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제도들은 급변하는 시장의 행동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또한 Fed가 월스트리트에 상업은행에 준하는, 또는 그 이상의 혜택을 지금 베풀고 있는데 규제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그것의 실현여부는 불투명하다. 부시와 골드만삭스 CEO 출신의 헬리 폴슨 재무부장관은 여전히 그러한 규제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보다 근본적으로 월스트리트는 공화, 민주 양당에게 있어 가장 매력적인 돈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누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 것인가? 부시나 헨리 폴슨, 맥케인은 애초에 생각도 없을 것이고… 오바마? 클린턴? 설마.

항상 그래왔지만 탈규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사람들이 잘못된 규제와 규제 자체를 혼동하게끔 만든다. 잘못된 규제가 경제나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규제 때문에 모든 것이 문제가 된다’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성질대로라면 잘못 위치해 있는 전봇대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전봇대를 다 뽑아야 직성이 풀릴 이들이다. 재밌는 것은 또 이런 친구들이 문제가 되면 그들이 맹신하는 시장의 기능에 경제를 맡겨야 하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비슷한 양상이 진행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타일이 너무 새마을 운동 스타일로 구시대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속지 않고 있다는 것 정도?

7 thoughts on “금융자본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수 있을까?

  1. 민노씨

    미국이야기인가요?
    우리나라이야기인가요? : )

    중간 중간 키워드로그를 펼쳐가면서 잘 읽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각주가 인상적이네요.

    “경제학은 그 시작부터도 그랬고 지금도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이다.”

    추.
    [정말 인간이 싫다].
    무슨 안좋은 일이 계신지요?
    그 페이지는 열어봐도 하얀 백지가 계속 등장하네요…
    일부러 그렇게 하신 것 같기도 하고…

    Reply
    1. foog

      인간이 싫다는 그 글 잘 열리는데요?
      뭔가 이상이 있나 보네요. 암튼 그 글 이용득 그 인간이 싫다는 글입니다. 정말 면상도 보기 싫네요. 쩝.. ^^

      Reply
  2. 민노씨

    미국이야기인가요?
    우리나라이야기인가요? : )

    중간 중간 키워드로그를 펼쳐가면서 잘 읽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각주가 인상적이네요.

    “경제학은 그 시작부터도 그랬고 지금도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이다.”

    추.
    [정말 인간이 싫다].
    무슨 안좋은 일이 계신지요?
    그 페이지는 열어봐도 하얀 백지가 계속 등장하네요…
    일부러 그렇게 하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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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인간이 싫다는 그 글 잘 열리는데요?
      뭔가 이상이 있나 보네요. 암튼 그 글 이용득 그 인간이 싫다는 글입니다. 정말 면상도 보기 싫네요. 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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