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나?

지난번에 “금융자본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수 있을까?”라는 글에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바 있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그것의 실현여부는 불투명하다. 부시와 골드만삭스 CEO 출신의 헬리 폴슨 재무부장관은 여전히 그러한 규제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보다 근본적으로 월스트리트는 공화, 민주 양당에게 있어 가장 매력적인 돈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누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 것인가? 부시나 헨리 폴슨, 맥케인은 애초에 생각도 없을 것이고… 오바마? 클린턴? 설마.”

그런데 아무래도 오바마가 이 글을 본 모양이다.(물론 농담이다) 헤럴드트리뷴의 3월 27일자 “Obama urges tighter regulation in wake of housing slump”를 보면 오바마가 이날 맨해튼의 쿠퍼유니온 대학 강당에서 가진 연설에서 금융권에 대한 규제완화 또는 탈규제가 불러온 심각한 부작용을 질타했다고 한다. 나의 조롱에 열 받아서… (물론 이것도 농담… 그러나 아마도 내 글에 언급한 폴크루그먼의 글은 오바마나 그의 측근들이 봤을 가능성은 있을 것 같다)

그는 산업 로비스트(industry lobbyists)들의 손에 놀아난 미행정부와 정치가들이 “21세기 규제 틀을 만드는 대신에 그저 예전 것을 해체시켜다버렸다고(Instead of establishing a 21st century regulatory framework, we simply dismantled the old one)”(주1) 비난하였는데 그 비난의 대상은 물론 이전 정부이고 이름은 직접적으로 거명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빌 클린턴 행정부도 겨냥하고 있었다.

“Under Republican and Democratic administrations, we failed to guard against practices that all too often rewarded financial manipulation instead of productivity and sound business practices(오바마의 연설 중에서)”

금융자본에 대한 탈규제화가 민주 공화 할 것 없이 모든 행정부에서 일관되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지적은 타당하다. 다만 관전 포인트는 이러한 지적을 통해 정치적 신인인 자신이 다칠 일도 없거니와 동시에 자신의 정적인 힐러리 클린턴을 당사자의 한 명으로 지명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에 가능한 포지셔닝이라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으로서는 현재의 금융위기의 원인을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릴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헤럴드트리뷴에 따르면 그녀는 “현재의 금융 위기가 집값 폭락에서 비롯되었다(the current financial difficulties were rooted in the housing slump)”라고만 언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태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지만 그 정책에서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일단 두 사람 모두 주택 압류의 위기에 놓인 이들을 돕기 위한 파산 관련법령 들의 개정과 입법을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많은 주택소유자들이 자신들의 대출을 갱신하는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부정책은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그는 연설에서 Wall Street(금융자본)에 대비되는 Main Street 라는 표현을 쓰며 Wall Street와 Main Street 모두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아직 그의 구체적인 금융정책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부시 정부의 그것과는 다른 궤적을 그릴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그와 그의 행정부가 분명하고 확신에 찬 어법만큼이나 소신 있고 획기적인 금융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해나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연설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금융자본은 1999년 글래스-스티걸법을 폐지시키기 위해 3억 달러가 넘는 로비 자금을 투입하였다. 그랬던 금융자본이 오바마의 개혁을 두 눈 뜨고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까? 게다가 오바마 역시 다른 모든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금융자본으로부터 상당한 선거자금을 받았을 터인데 말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부디 금융개혁을 관철시키기를 빌어본다.

Good Luck~

참고기사 : [시사금융용어 3분 해설] 다시 주목받는 글래스-스티걸法
오바마의 연설보기(한글자막 없음.. 윽~ 영어의 압박..)

(주1) 이는 아마도 대공황 시절 금융의 투명성을 위해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였던 글래스-스티걸법이 1999년 폐지된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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